자유놀이실

그날은 좀 달랐다.

by Tov

나는 두 아이들과 어떻게 오후시간을 보낼지가 늘 숙제처럼 느껴진다. 숙제를 밤새 해가면 다음날 학교에서 마음이 평온하고, 숙제를 해가지 못한 날에는 불안하고 위축되었던 것처럼 그날의 오후시간을 잘 보내지 못한 날 밤에는 괜히 마음이 불편하다. 우리 동네에는 이 숙제를 도와주는 도우미가 있는데 바로 시에서 운영하는 장난감도서관이다. 거기에는 연령에 따른 장난감들이 많이 있고, 한번 빌리면 2주동안 장난감을 가지고 놀 수 있다. 장난감 도서관 한켠에는 '자유놀이실'이 있는데, 작은 키즈카페와도 같은 곳이다. 미리 예약을 하거나 현장예약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 나는 아이들과 함께 장난감도서관에 자주 가는 편이다. 아이들 스스로 자기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빌릴 수 있고, 또 시간이 맞으면 자유놀이실도 이용할 수가 있어서 그날의 오후숙제를 잘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유놀이실은 오후 3시 30분이 마지막 타임이다. 그 시간대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하원한 아이들이 몰려오기 때문에 자유놀이실이 아이들과 아이들의 보호자들로 가득하다. 보호자는 주로 엄마들이다. 엄마들 틈바구니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것이 이제는 익숙해서 예전처럼 엄마들의 시선을 신경쓰거나 하지 않는다.


며칠 전에 아이들과 함께 장난감도서관-자유놀이실에 갔다. 그날 자유놀이실 마지막타임에는 이전과는 다르게 보호자들이 주로 할머니와 할아버지였다. 늘 엄마들 사이에 아이들을 돌보다가 동료(?)들이 바뀌니 나 혼자 괜히 기분이 묘했다. 그리고는 괜히 손주와 함께 놀아주는 할아버지들에게 시선을 두었다. 한 할아버지는 아이가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을 보시더니"잘하네~!"라고 칭찬 하셨다. 그 칭찬은 나에게


'할아버지가 지금 너에게 집중하고 있단다. 할아버지는 어떻게 격려해주는 것이 양육에 도움이 될지 이런건 잘 모르지만, 지금 네가 하고 있는 활동을 바라보고 응원해주고 싶구나.'


라고 들렸다. 또 한켠에서는 다른 할아버지가 다소 과한 행동을 하고 있는 아이에게 "하지마라~!"라고 말씀하시는 게 들렸다. 이 소리는


'할아버지는 어떻게 말을 해줘야 너의 행동을 조절해줄 지 잘 모르겠구나. 하지만 그 행동은 너를 상하게 할 수 도 있으니까 말해줄 수 밖에 없구나. 하지 마렴.'


이렇게 들렸다. 나는 출입구 옆 창문에 기대서 손주가 가는 곳에 따라다니고, 어지럽힌 것들을 정리하고, 때로는 손주하고 트램펄린도 같이 뛰면서 오롯이 손주와의 시간에 집중하는 할아버지들을 잠시 바라보았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보낼 때, 마음 속 체력이 바닥이 나면 이런 생각이 들때가 있었다.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 거지? 다른 아빠들은 자기 일터에서, 자기 사무실에서, 자기 공간에서 숨가쁘게 일하고 있을텐데, 나는 무얼 하고 있는 걸까?'

'내가 잘 살고 있는 걸까?'

이런 생각에 사로잡히면 괜히 무력해져서 어서 빨리 아내가 퇴근하고 와서 나와 교대해주기만을 바라곤 했었다. 그런데 그날 내가 본 할아버지들은 아이와 빛나는 시간을 함께하고 있었고, 그 모습에서 들린 칭찬과 말은


'잘하네~! 두 아이 아빠. 훌륭해!'

'그런 생각 하지 마시게. 그건 자네를 상하게 할 수 있네.'

이렇게 나를 향한 격려와 메세지로 해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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