룻은 시어머니를 모시고 자기가 태어나고 자란 모압땅을 떠나 베들레헴으로 왔다. 베들레헴은 시어머니가 태어나 자란 곳이었다. 시어머니 나오미는 남편과 두 아들을 잃는 비극을 겪어냈다. 두 사람은 이별의 아픔을 함께 지나가고 있었다. 나오미는 며느리가 슬픔을 오롯이 겪어낸 뒤에 새로운 삶을 살기를 바랐다. 그래서 자기를 떠나도 된다고 했다. 룻은 자기를 떠나도 좋다는 시어머니에게 떠나지 않겠다고, 어머니가 머무는 그곳에 자기도 언제나 함께할 거라고 호소했다. 나오미는 룻의 표정과 말에서 잠깐 일렁이는 감정에 기대서 말하는 게 아님을 알 수가 있었다.
"어머니께셔 가시는 곳에 나도 머물겠나이다... 이에 그 두 사람이 베들레헴까지 갔더라"
룻에게는 베들레헴이란 동네가 완전히 새로운 동네였다. 그리고 두 사람은 오늘 하루의 끼니를 해결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룻은 가만히 슬픔에 잠겨있을 수가 없었다. 스산했던 마음을 뒤로하고, 아무 연고도 없는 그곳에서 느껴지는 부끄럽고 낯선 마음을 가진 채 이삭을 주으러 무작정 밭으로 갔다.
"내가 밭으로 가서 내가 누구에게 은혜를 입으면 그를 따라서 이삭을 줍겠나이다 하니.."
곧 밭에서 곡식을 베는 자가 보였다. 곡식을 베고 지나간 자리에는 이삭들이 떨어져 있었고 그 이삭을 하나둘씩 줍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그 밭은 보아스의 밭이었고, 보아스는 시어머니 나오미의 남편 엘리멜렉의 친족이었다. 그는 때마침 바깥일을 마치고 나서 복귀하던 차였다. 그에게는 열심히 일하고 있을 자기네 일꾼들을 격려하는 게 다른 일보다 가장 먼저였다.
"여호와께서 너희와 함께 하시기를 원하노라 하니"
"그들이 대답하되 여호와께서 당신에게 복 주시기를 원하나이다 하니라"
보아스가 건네는 축복에 일꾼들은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기네 주인을 반가운 듯 바라봤다. 그리고 보아스의 말이 마치자마자 일꾼들도 일제히 그에게 축복을 건넸다. Team 보아스에서는 이렇듯 서로를 격려해 주는 문화가 있었다. 그들은 일꾼과 주인의 관계가 아니라 서로에게 축복을 건네줄 수 있는 동료였고, 멀리 갔다가 돌아와서는 가장 먼저 찾게 되는 동무이기도 했었다. 일꾼들은 보아스가 건네는 축복에 그의 마음이 가득 담겨있음을 알고 있었다.
"보아스가 베는 자들을 거느린 사환에게 이르되 이는 누구의 소녀냐 하니..."
보아스는 자기 밭에서 이삭을 줍고 있는 한 낯선 여인을 보았다. 그리고 일꾼들의 리더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를 물었다. 보아스는 왜 자기 밭에서 다른 사람이 이삭을 줍고 있는지, 그리고 자신과 함께 일하는 일꾼의 리더는 왜 그걸 용인하였는지 묻지 않았다. 그 여인이 어떤 사람인지가 궁금했다. 보아스는 여인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그 여인이 어떤 연유로 자기 밭에 떨어진 이삭을 줍고 있었는지 몰랐지만 여인에게 직접 질문을 던져서 여인의 이삭 줍기를 멈추게 하고 싶지 않았다.
"사환이 대답하여 이르되... 그의 말이 나로 베는 자를 따라 단 사이에서 이삭을 줍게 하소서 하였고 아침부터 와서는 잠시 집에서 쉰 외에 지금까지 계속하는 중이니이다."
보아스의 질문에 일꾼들의 리더는 보아스가 없는 사이에 일어났던 일을 설명했다. 그 여인이 아침부터 찾아와서는 곡식을 베는 자를 따라 단 사이에 떨어진 이삭을 줍게 해달라고 요청했던 것이었다. 일꾼들의 리더는 여인이 이삭을 주울 수 있도록 허락했다. 자기가 이 밭의 주인이 아니어서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겠다고 말하며 여인을 돌려보내지 않았다. 더욱이 함께 곡식을 베겠다는 요청이 아니라 이삭을 주워가겠다는 부탁은 그로 하여금 난처하게 했을 수 있지만 그는 허락했다. 일꾼의 리더는 보아스가 이 자리에 있었어도 자기와 동일한 결정을 내렸을 거라고 확신했다. 또 자기가 내린 결정을 보아스가 존중해 줄 거란 믿음도 있었다. 보아스는 일꾼들의 리더의 대답을 듣고 더는 묻지 않았다.
"보아스가 룻에게 이르되 내 딸아 들으라 이삭을 주우러 다른 밭으로 가지 말며 여기서 떠나지 말고 나의 소녀들과 함께 있으라."
보아스는 여인이 밭에서 일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 특별히 자기 팀의 여인들과 함께 일하도록 했다. 보아스 밭에서 일하는 그들중에도 룻처럼 이해할 수 없는 일을 감당해내다가 하루의 끼니를 해결할 이삭을 줍기 위해 이 밭에 왔고 보아스의 배려를 받은 사람들이었을까? 보아스는 사정이 딱한 그 여인에게 과한 도움도 부담이 될만한 동정도 하지 않았다. 여인이 자신의 수고로움을 다해서 이삭을 줍는 노동을 다할 수 있도록 그렇게 그 여인을 존중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