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 -
길을 걷다 말고 멈춰 서서 주변을 바라봅니다.
까만 밤하늘, 연탄이 굴러다니는 골목, 깜빡거리는 노란빛 가로등.
부슬비가 내린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열기가 남은 연탄재 위로 연기가 가늘게 피어오릅니다.
스포트라이트 같은 노란 불빛은 그 연기를 더 밝고 선명하게 비춥니다.
저기 저 연탄도 한때는 젊은 시절의 내 머리처럼 까맸고,
누군가를 위해 한 몸을 불살랐으며,
미끄러지지 않도록 길가에서 묵묵히 몸을 내어주기도 했겠지요.
그리고 지금은 마지막 순간을 밝히듯, 감성적인 연기 공연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 모습은, 마치 예전의 나를 보는듯한 착각이 듭니다.
연탄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나에게
“고생했다, 이제는 잠시 쉬어라.”라고 말하듯
조용히 연기를 위로 흩날리며 마지막 공연을 이어갑니다.
이제, 시간은 얼마나 흘렀을까요.
아무도 없어진 텅 빈 골목에서
내 새하얀 옷은 빗물에 젖어 가고,
연탄은 여전히 약한 연기를 토해내지만…
나는 이제 떠나야 합니다.
깜빡이던 가로등은 점점 어두워지고,
강하게 내려치는 빗속에서 연탄도 서서히 식어 갑니다.
나는 천천히 무거운 발걸음을 뗍니다.
골목에서 연기 공연을 하고 있는 연탄을 뒤로한 채,
비와 빗소리도 뒤로한 채,
내 인생의 거울 같던 연탄을 뒤로한 채…
어둡고 끝이 보이지 않는, 다시 돌아올 수 없을 것만 같은
저 까만 길로 나는 터덜터덜 걸어갑니다.
나의 마지막 밤이, 천천히 고요 속으로 스며들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