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는 어른들의 놀이터였구나

아빠와 딸, 단둘이 도쿄 여행 2일 차

by 토이비

갑작스레 도쿄에 살고 있는 지인을 만날 일이 생겼다. 빈 손으로 가기도 뭐해서 선물을 살 겸 긴자 이토야 문구에 가기로 했다.

긴자로 행선지를 정한 이유는 이토야뿐 아니라 산리오 매장도 있기 때문이었다. 문구를 좋아하는 튼튼이에게 오래전부터 이토야를 보여주고 싶었기에 겸사겸사 잘됐다 싶었다.


긴자 산리오 매장 입구에서


먼저 산리오 매장에 들렀는데 생각보다 별로였다. 게다가 4년 전쯤 시나모롤에 잠시 심취했던 적이 있었지만, 현재의 튼튼이는 모동숲에 빠져있었던지라 큰 관심이 없어 보였다. 대충 둘러보고 나와 이토야로 발걸음을 옮겼다.


긴자 이토야


여유롭게 둘러보고 싶었는데 일요일 이토야엔 사람이 정말 많았다. 워낙 좁고 높은 건물에 사람이 많으니 오르내리는 통행이 불편할 정도였다. 평소 이토야엔 예쁜 문구가 많다고 생각했는데 초등학생이 좋아할 만한 물건은 별로 없었는지 튼튼이의 관심은 빠르게 식어가는 듯 보였다.


아빠 좋아하는 물건만 한가득했던 이토야


선물을 고를 때엔 여러모로 내 물건을 살 때보다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혼자일 때엔 결정을 하기 힘들어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가 많은데 어느새 자란 아이는 선택을 하는데 큰 도움을 주곤 한다.

어려서부터 자신감이 많았던 튼튼이는 확신을 가지고 단호하게 말을 하는 편이라 더욱 그렇다.

덕분에 빠르게 선물을 고르고 이토야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긴자 대로 한복판에서


밖에 나오니 도로에 차가 없고 사람들이 넓은 차도를 걸어 다니고 있었다.

'아.. 긴자 대로는 일요일 오후에 차량 통행을 금지시켰었지.'

무계획으로 와도 이런 좋은 구경을 할 수 있다니 '이 녀석은 운도 좋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운이 좋은 건 와이프를 닮았다. 뽑기를 해도 와이프와 튼튼이는 좋은 걸 뽑는다.

그런 걸 볼 때마다 행운은 타고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 때가 간혹 있다.


해리포터와 저주받은 아이 아카사카 공연장


지인과의 약속 장소는 아카사카였다.

아카사카는 해리포터 굿즈샵, 카페, 공연장 등이 밀집되어 있어 '해리포터 마을'로도 불리는 곳이다. 작년 이맘때만 해도 얼마나 좋아했을까라는 생각에 괜스레 내가 아쉬웠다.

멋지게 생긴 해리포터 샵을 지나면서도 튼튼이는 별 관심이 없어 보였다. 여기까지 왔는데 한번 들어가 보자라고 내가 먼저 제안을 할 정도였다. 그렇게 좋아하더니... 냉정한 녀석.


지인과 만나 장어 전문점에서 맛있는 히츠마부시를 먹고, 디저트도 즐기다 보니 오후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별미였던 히츠마부시와 디저트 몽블랑, 푸딩


시부야 파르코 백화점, 하루주쿠는 비교적 사람이 드문 월요일에 가기로 했고, 롯폰기 힐스를 가려니 튼튼이가 별로 안 좋아할 거 같고, 에비수가든 플레이스나 다이칸야마 츠타야 서점을 갈까 싶었는데 비가 오기 시작해서 애매했다. 초등학생 아이를 데리고 신주쿠를 가기도 뭐 하고, 아키하바라나 나카노 브로드웨이도 좋은 선택지가 아닌 거 같았다.


여행 다니다 힘들 땐 맥주 한잔이 최고다.

튼튼이도 지쳐 보여서 그냥 발길 닿는 대로 가다 보니 다시 긴자다. 숙소에서 가깝다 보니 자주 들르게 된다.

디저트 먹고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다시 저녁 시간이 되어 초밥을 먹고 숙소로 돌아와 쉬는데 뒤늦은 깨달음이 왔다.

아.. 도쿄는 어른들끼리 와야 제맛이구나.

저녁에 이자카야, 펍, 바를 돌아다니는 게 재밌는 곳이었구나.

'그래도 내일은 대망의 시부야 파르코 백화점에 가는 날이니 기대를 해봐야지. 하라주쿠엔 튼튼이가 좋아하는 게 많을 거야...'라는 희망을 안고 하루를 마감했다.


비 오는 날 저녁의 일본은 왠지 운치 있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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