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님과 함께] 이젠 해리포터가 아니라 모동숲!
첫째 딸과 함께 오사카에 다녀온 지도 1년이 지났다.
5학년이 된 딸은 여전히 귀엽지만 꽤 많은 것이 바뀌었다.
아기 같은 느낌이 묻어났던 4학년 때에 비하여 청소년의 분위기가 난다고 해야 할까?
우선 말투가 시크해지고 유머감각도 좋아졌다.
말이 통하니 이젠 놀아주는 게 아니라 함께 즐기며 노는 게 가능해졌다. 농담을 주고받으면 진심으로 재미있어 배를 움켜잡고 웃곤 한다.
따님은 태어나면서부터 말이 많았지만 언변을 타고난 둘째에 비해 말솜씨가 부족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유머감각이 살아났을까?
강요에 의해 이뤄진 독서 습관 때문에? 유튜버가 쉴 새 없이 떠드는 쇼츠를 보고 말이 늘어서? 일상 유머 웹툰을 보고 감이 살아나서?
모를 일이다. 아무튼 딸의 유머감각이 좋아지니 대화는 더욱 즐거워졌고, 함께 여행을 가면 즐거운 추억을 더 많이 남길 수 있을 거 같았다.
1년 전 오사카 여행을 마치고 이듬해 도쿄 여행을 약속할 때만 해도 따님은 해리포터 마니아였다.
다음 도쿄 여행 때는 해리포터 스튜디오 방문이 필수라고 생각했었지만 어느새 따님의 취향은 바뀌었다.
이젠 닌텐도 캐릭터 모동숲(모여봐요 동물의 숲)이다.
게임에 중독될까 봐 걱정되어 금하다가 모동숲 정도라면 괜찮겠다 싶어서 게임기를 사줬더니 덕후가 될 줄이야...
가뜩이나 빨리 변해가는 세상의 속도를 따라가기 힘든데, 아이의 취향은 그보다 더 빨리 변하니 정신이 하나도 없다. 이 또한 언제 변할지 모르지만 뭐든 진심으로 좋아한다는 건 인생의 큰 즐거움이니 존중해 줄 수밖에...
그리하여 이번 여행 따님의 목표는 시부야 파르코 백화점 닌텐도 스토어로 정해졌다.
이제 남은 건 둘째의 허락이다. 아직까지 엄마와 떨어지기를 싫어하는 둘째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관에 처했다. 둘째가 아빠와 누나 단 둘 여행에 불만을 표한다면 여행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늘 쌀쌀맞던 누나는 태세를 급전환하여 동생의 비위를 맞추기 시작했고, 둘째의 마음은 점차 열렸다.
나도 둘째를 설득해야 했다.
"누나 이제 곧 사춘기 나이잖아. 아마 그때가 되면 아빠와 단 둘이 여행 가기 싫다 그럴지도 몰라.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일지도..."
이 대사는 설득을 위한 것이기도 했지만 나의 진심이기도 했다. 따님의 마음이 내년에 어떻게 변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니까.
이 말이 둘째의 마음을 움직였을까? 아니면 드래곤 볼, 귀멸의 칼날 피규어 선물 약속이 마음을 움직였을까?
아무튼 둘째는 흔쾌히 여행을 허락해 주었고 이렇게 아빠와 딸 두 번째 도쿄여행은 성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