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자에서 저녁은 뭐 먹지?

아빠와 딸, 단둘이 도쿄 여행 1일 차

by 토이비

튼튼이(따님)는 공항을 좋아한다.

높은 천장이 주는 시각적 쾌적함과 공항 특유의 향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내가 공항을 좋아하는 이유도 그 두 가지 때문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낯선 곳으로 향하는 기대감에 공감각적인 설렘을 더해주는 요소가 아닐까 싶다.

말을 걸면 로봇이 대답해 주는, 다소 기괴했던 전시. 나에게 "여긴 어디입니까?"라고 물었는데 SF 공포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대한항공 마일리지를 사용했던 이유로 또다시 인천공항 2 터미널로 향하였다.

2 터미널은 1 터미널에 비해 규모도 작을뿐더러 버스 이동 시간이 더 걸려(특히 귀국 시에 더욱 피곤하다) 피하고 싶지만 항공사 때문에 자주 오게 된다.


아이와 자꾸 일본을 가게 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인 거 같다.

첫째, 우리나라만큼 치안이 좋아 마음이 편해서.

둘째, 아이가 좋아하는 IP(캐릭터, 애니메이션, 게임 등)가 대부분 made in Japan이기 때문.

셋째, 비행시간이 짧아 부담이 없어서.


비행기에서 식사를 한 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금방 나리타 공항에 도착했다.

예약해 둔 스카이라이너 티켓을 발권하는 건 항상 헷갈린다. 인포메이션과 발권기 주변엔 인파가 넘치기에 정신이 혼미해지는 탓인 거 같다. 줄을 잘못 섰다간 시간과 에너지를 허비하기 때문에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시간이다.

아빠와 오사카 여행 경험이 있었던 튼튼이는 고맙게도 이런 타이밍엔 수다를 줄여주는 센스를 발휘했다. 역시 여행은 호흡이 잘 맞아야 순조롭다. 그러기 위해선 함께 많은 여행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스카이라이너를 타고 우에노 역에 내려, 선호하는 야마노테 선으로 갈아탔다. 숙소는 다마치 역 인근이다.

혼자 다닐 때에는 주로 가성비 좋은 고탄다 지역에 숙소를 잡았지만,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이라 주변에 유흥가가 없는 조용한 지역에 있고 싶었다. 다마치 역 주변은 조용하기도 할뿐더러, 긴자로 가기에도, 시부야로 가기에도 편한 중간 지점이라 여러모로 편의성이 좋았다.


지하철 역에서 숙소까지는 걸어서 7분 정도의 거리였다. 짐을 풀고 나니 저녁 7시.

숙소 근처에서 먹을까 하다가 그래도 도쿄에 온 기분을 내기 위해 가까운 긴자로 행선지를 정했다.


두 번째 일본 여행이라 그런지 심리적인 안정감이 있었다.

혹여 아이를 잃어버리기라도 하면 어쩌나라는 긴장감이 풀어져서일까? 아니면 그새 많이 성장한 아이에 대한 신뢰감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평소 즐겨 찾던 긴자였건만 막상 아이와 함께 오니 저녁을 먹으러 갈만한 선택지가 많진 않았다.

'아.. 저녁 시간의 긴자는 어른들이 놀기 좋은 곳이었구나'라는 깨달음이 뒤늦게 왔다.

구글맵을 검색하여 역 근처 레스토랑에서 와규 스테이크와 우동을 주문했다. 다행히도 튼튼이는 맛있다고 좋아했다.

도쿄는 대충 아무 곳이나 들어가도 음식이 무난하게 맛있으니 식당 사전 조사를 하지 않는 나 같은 여행객에겐 최적의 도시다.



저녁을 맛있게 먹고 튼튼이가 좋아하는 돈키호테로 발걸음을 옮겼다.

작년 오사카 여행 때는 해리포터, GU 타령을 하더니 이번엔 돈키호테와 닌텐도샵에 꽂혀있었다.

1년 만에 취향이 이렇게 달라지다니... 다음 여행 땐 어떻게 바뀔지 몹시 궁금했다.


돈키호테 긴자 본점은 예전에 쾌적한 쇼핑을 했던 좋은 기억이 있어 들렸는데 사람이 어찌나 많던지 피로가 몰려왔다.

사람 많은 곳을 싫어하는 아빠와 딸은 마치 도망치듯 서둘러 그곳을 빠져나왔다.


MOS & CAFE


그래도 첫날인데 이대로 숙소에 들어가기는 아쉬우니 디저트를 먹기로 했다.

신바시역으로 가는 길 중간에 위치한 모스버거 카페 인테리어가 독특해 보였다. 디저트 취향이 잘 맞는 부녀는 홍차와 케이크를 주문했다.

튼튼이는 내일의 일정에 대해 회의하자고 했다. 아무리 봐도 계획형 인간은 아닌 거 같은데 여행을 가면 자꾸 계획을 짜자고 한다.

역시나 뻔한 계획이었다.

시부야 파르코 백화점, 닌텐도 샵, 모동숲...

작년 오사카 때는 파르코 백화점에 가서도 아무런 감흥이 없더니 이제와 갑자기 파르코 타령이다.


도쿄 카페에서 일본 역사에 대해 아이와 대화를 나누는 것에 로망이 었었던 나는 조금이나마 교육적인 뭔가를 남겨주고 싶은 마음에 도쿠가와 이에야스니, 에도 막부니 등등의 이야기를 꺼내보았지만 아이의 마음은 다른 곳에 가있었다. 반짝이던 눈이 어느새 멍해졌다.

안 되겠다 싶어 시부야 파르코 백화점 얘기를 하는 순간 다시 눈이 반짝인다.


뭐가 됐든 어떤가. 아이가 즐거워하면 내 기분도 좋아진다.

공부야 언젠가 자기가 궁금하면 알아서 하겠지.

그래. 인생 뭐 있나.

한 순간을 살아도 즐겁게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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