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나는 어디로 가고 있었는가

사주는 재미로 보는 거예요

by 애나

인생에서 가장 큰 줄기를 결정하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제와 생각해보니 내 인생 통틀어 큰 이벤트 중 하나는 수학능력시험이었다. 뭐 다들 자기가 본 시험이 가장 어려웠다 하겠지만 내가 정시 수능을 볼 때 400점 만점에 320점으로 연고대 갈 정도였으니 전무후무 한 불수능이었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난 모의고사에서도 보도 못한 점수를 받았고 어찌어찌 몇 개의 대학에 지원했다. 그중 하나는 합격하지 않는 게 이상하다는 생각으로 응시했고… 그 학교만 합격했다. (지금도 생각나는 게 소신 지원했던 곳은 모두 떨어졌고, 마지막 이 학교 발표날 엄마랑 다퉈서 합격했다는 걸 알고도 말하지 않았다. 이때 고3 담임은 엄마에게 연락해서 어떻게 되었는지 물었는데 아무것도 듣지 못했으니 떨어졌다 생각한 엄마는 담임과 나의 재수에 대해 논의했다는…) 역시나 미련이 남았던 대학 1학년 때 반수를 감행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고, 대입은 여기까지!라고 결정한 스무 살 시절 나는 처음으로 나의 앞날을 알고 싶었다.


그때 당시 사주 카페라는 게 유행이었는데 말 그대로 카페에서 음료를 마시면서 사주를 보는 것이었다. 미래가 불투명했으니 더욱 호기심이 일었던 나는 어느 겨울날 친구와 함께 이대 앞 한 사주 카페에 갔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날 카페에는 우리 말고 다른 사람들이 없어서 사주 봐주는 아저씨까지 셋이서 원래 알던 사람처럼 수다를 떨었다.


시간이 많이 지나 그날 들은 얘기들이 가물가물하지만 3가지가 선명히 기억나는데 첫 번째가 내가 유학을 간다는 것이었다. 스무 살 당시의 나는 학업에 전혀 뜻이 없었기에 '그럴 리가 없다, 난 대학 졸업하자마자 취업해서 돈 벌겠다'했었는데… (결국 실현되고 말았다) 두 번째는 2010년 정도 되면 여자 대통령이 나올 거라는 것이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말이 안 된다. 우리나라 여성 차별이 얼마나 심한데 그럴 리가 없다고. 근데 이것 또한 현실이 되었다. (그때는 박근혜라는 인물이 정치권 언저리에서도 보이지 않던 때였던 것!) 세 번째는 전쟁에 관한 것이었는데, 그 아저씨 말로는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거고 어떻게든 평화적인 방법으로 2020년경 되면 해결될 거라고 했다. (왜 나는 전쟁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살았을까? 이건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


엿튼 스무 살 때도 나는 나의 인생을 내가 결정하고 개척할 생각은 별로 없었나 보다. 물론 사주를 보고 난 이대로 살아가겠구나! 이런 생각은 절대 없었고 위에 말한 이야기가 특히 기억에 남을 뿐 그 외 들었던 다른 말들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아마 그날이 각인처럼 남아 있는 건 그때의 나의 혼란스러움이 아직도 애틋해서 인 듯하다. 하고 싶은 일이 있었지만 막연해서 열정을 불태우지 못했고, 앞으로의 갈 길이 차선책이었기에 더욱 암담했던 시절. 만약 그때로 돌아가 어린 나를 마주한다면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너는 생각보다 잘 해낼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제발 인생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자고. 네가 진짜로 좋아하는 걸 찾으라고!!


*덧: 하지만 사람은 쉽게 안 변하는 법. 뭐 그 시절 그런 말을 듣는다 해도 뭐 갑자기 열정적인 내가 될 것 같지도 않고… 그냥 너 좋을 대로 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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