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이상자를 상대하는 법

당신의 불편한 심기는 알아서 처리하세요

by 애나

몇년 전 블로그에 토로하듯이 올린 글이 있었다. 제목은 이 글과 같은 ‘정신이상자를 상대하는 법’. 별 반향이 없던 나의 블로그에 이 글은 꽤나 많은 조회수를 기록했었다. 정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수만큼 많은 정신이상자들에게 시달리고 있는 것인가... 지금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그 사람을 극복(?)한 방법이 생각나서 적어보기로 한다.


세상에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이 얼마나 많고 많은가. 그 사람은 내 인생에서 탑급에 속했다. 나이는 나보다 조금 더 많았는데, 신입 시절 그 사람의 악명에 대해 들었지만 딱히 엮일 일이 없어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그즈음 기억에 남아있는 몇 장면은 어느 해 워크숍에서 이기지도 못할 술을 마시고 울고불고 있는 장면과 진짜 우연히 회사와 전혀 관계없는 지역의 지하철역 계단에서 울면서 전화를 받으면서 올라가는 걸 본 일이다. (혼자 반가워하며 다가가려다 놀라 그냥 조용히 지나갔다) 어쨌든 끝까지 나랑 상관없었다면 좋았으련만... 어느 날 갑자기 나와 밀접하게 일해야 하는 관계가 되었고, 작은 헬게이트가 열렸다.


사사건건 부딪쳤다. 회의에서든 함께 하는 프로젝트에서든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본인의 잘못된 논리나 실수는 절대 인정하지 않았다. 고구마 100개는 먹은 듯한 갑갑함을 느껴야 했던 시절. 그런데 더 미치는 건 이러한 공격적(?) 언행을 나와 다른 한 동료에게만 한다는 것이었다. 다행히 동병상련의 마음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눌 이가 있어서 짜증 나는 상황들을 잘 넘길 수 있었다. 여러 가지 사건이 있은 후 그분은 퇴사했고 작은 마음의 평화를 되찾을 수 있었다.


그분의 예민함에 식겁했던 일화가 생각나는데 어느 날 야근 중에 그분이 컴퓨터 앞에서 하염없이 울면서 뭔가 쓰고 있는 걸 알아챘다. (사실 별로 알고 싶지 않았는데, 하필 자리가 가까웠다.) 예의상 무슨 일이냐고 묻자 그분이 채팅창을 보여주었는데, 다른 팀 사람과 메신저 중이었다. 지금도 잊히지 않는 건 난 아무리 그 내용을 보아도 왜 이 사람이 울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참고로 난 극강 F다) 그리고 나 또한 그 상대방과 여러 번 일을 함께 해본 봐 드물게 손에 꼽히는 점잖은 분이었다. 결국 뭔가 본인만의 감정 문제였던 건데... 이러한 일의 반복 그 자체가 그때의 나에겐 스트레스였다.


그즈음 「마흔에게」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미움받을 용기」를 쓴 기시미 이치로 작가의 책이었는데 이런 내용이 있었다.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사람에게 주목해서는 안 됩니다. 그럴 때는 그냥 내버려 두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다른 책에서 읽은 내용은 다른 사람의 부정적인 감정은 그 사람의 감정일 뿐 나에게 영향을 미치게 하지 않으면 된다는 것이었다. 말 그대로 ‘It’s not my business, your own one.’ 정말 순식간에 정답을 찾은 기분이었다. 그렇다. 그 사람의 나쁜 기분에 내가 영향을 받을 이유가 없었다. 그 후로 정말 그 사람이 감정적 동요를 일으킬 때에도 난 그냥 방관자가 될 수 있었고 시간이 지나면 그 사람은 제풀에 가라앉았다.


결국 모든 것이 한 끗 차이인 것이다. 나의 감정, 기분, 생각을 바꾸는 키는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가지고 있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많이 편안해졌다. 그리고 이 진리는 대부분의 정신이상자를 대응하는 데에 적용된다. 만약 내가 실수했다면 바로 인정하고 사과한다. 하지만 상대가 억지를 부리고 자기 분에 못 이겨 화를 내거나 감정적 대응을 한다면 그냥 그건 저 사람의 문제라고 넘어가면 된다. 당신의 어떤 것도 나에게 영향을 미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면서. 정말 다들 꼭 해보시길. 생각보다 효과가 좋다니깐요.


덧: 물론 위의 방법을 뛰어넘는 또라이들 당연히 있다. 하지만 나의 감정 동요가 100까지 올라가는 것보단 50이 되는 게 나으니까. 적어도 그렇게는 된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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