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좋은 사람들과 조화롭게 살고 싶어요.
나는 기질적으로 호불호가 강하고 자존감도 낮지 않다. 나이 들면서 좀 유해지기는 했지만 나 좋다는 사람 막지 않고 나 싫다는 사람은 별 신경을 쓰지 않아 인간관계에서도 웬만해서는 휘둘리지도 않는다. (단, 내가 벗어날 수 없는 을의 위치가 되면… 나도 가스라이팅을 당하기는 하더라) 도를 넘어섰다고 생각되는 관계는 정리도 잘하는 편이고 이를 반면교사 삼으려 노력도 한다. 하지만 번아웃은 나의 인간관계 맺음에도 영향을 미쳤고, 그 결과 지금도 여전히 관계 맺음에 거리두기를 하는 중이다. 다행히 온전한 휴식을 취하면서 조금 나아진 것 같기는 하지만. 그래서 이번 기회에 내가 지양하는 관계의 사람들에 대해 정리해보기로 했다.
첫 번째는 피해야 할 상대는 당연히 ‘꼰대’다. 다른 사람들은 꼰대의 정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으나, 나에게 꼰대의 키워드는 ‘불통’이다. (그리고 강조하고 싶은 것은 나이는 불문이다!) 예전 꼰대 상사가 부서원과의 불화를 나에게 토로하면서 한 말이 나의 뇌리에 박히며 큰 충격을 주었는데, 그 말 한마디는 ‘사람들이 나 욕하는 거 알아. 하지만 난 바꾸지 않을 거야!’였다. 전화로 이 말을 듣자마자 내 머릿속에 처음 떠오른 생각은 ‘이건 또 무슨 신박한 개소리인가…’였고. 그리고 다시금 깨달았다. 정말 꼰대는 답이 없구나. 사람은 누구나 자기 생각이나 행동이 옳다고 생각하고 그 생각의 기준이 다양하지만, 무조건 자기만이 옳다고 말하며/생각하며 남들이 틀리다고 하는 사람과는 절대 소통이라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 사람은 그렇게 살면서 자기만족하면 장땡이라고 한다면 쿨하게 말해주고 싶다. ‘네, 평생 그렇게 사세요’. 하지만 나는 그렇게 살고 싶지도 않고 그런 사람과는 상종도 하고 싶지 않다.
두 번째는 과시형의 사람들이다. 그것이 물건이든 지식이든 상관없다. 얼마 전 오래간만에 나간 독서모임에 이전 모임에서 만났지만 다시 만나고 싶지 않은 분이 있었다. (그분을 피하려 고심해서 시간을 선택했으나 이런…) 사실 그분은 매우 친절하고 상냥하시다. 하지만 내가 다시 만나고 싶지 않았던 이유는 사람들과 얘기할 때 모든 화제의 중심을 본인으로 돌리는 것에 있다. 물론 그분이 알거나 경험한 것들을 말하고 싶어 하는 마음은 잘 알겠다. 하지만 나는 그분을 통해 대화의 흐름을 타고 상대방과 소통하는 것과 자신의 지식을 과시하는 것의 차이를 알았다. 다른 사람들은 그것이 별 상관이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으나, 나는 이 또한 불통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되어 지양한다.
세 번째는 감정형의 사람들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을 해소하는 한 방법으로 다른 사람, 특히 친구에게 얘기하고 공감받기를 원한다. 난 이것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나에게 본인의 고민을 토로하거나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나를 그만큼 믿는다는 것이니까. 하지만 때때로 앞과 뒤의 모습이 너무나 다른 사람들을 보며 도대체 나는 뭔가, 그저 그들의 감정 쓰레기통이었나? 하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빈번해지면서 인간관계 자체에 회의가 들었다. 적어도 누군가에게 그렇게 심하게 감정을 토로할 정도면 그 상황을 타계하기 위한 노력을 눈곱만치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래서 누군가 나에게 해결 의지 없는 감정 상태를 토로할 땐 나의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하지만 이미 듣는 것 만으로 나는 지쳐간다. 그리고 결국 그 관계는 점점 소멸되어 가겠지...
이 외에도 여러 가지 내가 지양하는 포인트가 있고, 그 모든 것을 피해 가는 군자 같은 사람은… 없다. 당연히 나 또한 위의 세 가지 유형에 어느 정도 해당되고, 내가 싫어하는 부분을 가진 사람과는 모두 관계를 갖지 않겠어 하고 다짐한다면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한 그 어떤 사람과도 관계하며 살지 못할 것이다. 다행히도 나의 소중한 사람들은 이런 싫음 포인트를 귀여운 수준으로 유지하고, 내가 그것을 포용하기에도 충분하기에(반대로 그들도 나를 포용해주기에) 많지는 않지만 내가 좋은 사람들/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과 잘 살고 있다. 나는 귀엽고 우아한 할머니가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덕목이 필요하겠지만, 특히 중요한 건 나를 성찰하며 내가 완벽하지 않음을, 그리고 사람들과 조화롭게 사는 방법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하는 거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다른 누군가를 위한 것이 아닌 내가 행복한 관계를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