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블루를 이기는 공원의 힘

수원 광교 호수공원에 대한 단상

수원에 처음 이사 왔을 때가 생각난다.

고양시 일산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는

일산이란 도시를 좋아했었다.

서울과도 가깝고, 깨끗한 신도시이고,

친구들도 일산으로 놀러 오면

정말 살기에 좋겠다고 칭찬하고,

내가 사는 도시에 대한 애정이 가득했었다.


2년 전 남편 직장 따라 수원으로 이사 왔는데,

얼마나 막막하고, 삭막하던지...

수원 깍쟁이라는 말이 저절로 떠올릴 정도로

사람들은 불친절했고,

남자아이 둘 키우는 엄마인 나에게 모질었다.

목욕탕을 가도 그랬고, 새로 이사한 집 아래층에서도

애들 단속 잘하라는 뾰족한 말이 나를 위축되게 했다.

운전대를 잡고 도로로 나가면

아저씨가 손가락질을 해댔고,

이곳 수원에서 내가 점점 없어지는 느낌을 받았었다.


그러던 중 수원에 호수 공원이 있는데

괜찮다는 말을 들어서 아이들과 남편과 한번 가 보았다.

일산에 살면서 일산 호수 공원 자부심이 아주 컸던 나였다.

한창 아름다웠을 시절, 호수 공원에서 데이트를 즐겼고, 친구들과 자전거를 탔으며,

홀로 인라인을 타며 머리를 식혔던 내가 애정 하는 장소였다.

수원에도 호수 공원이 있는데 평이 좋으니 한번 가보자는 나의 제안에 남편과 아이들이 총출동했다.

처음에는 뭐... 그냥 그랬다.

딱히 뭐가 좋은지 매력 포인트를 못 찾았다.

그냥 호수가 있고 공원이 있구나! 정도였다.

하지만 이곳 수원에 살면서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

마음의 위로가 필요로 할 때, 산책하고 싶을 때 등...

에너지를 얻고 싶을 때는 항상 수원 광교 호수 공원으로 향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광교 호수공원의 가장 큰 장점은 밤 시간대이다.

호수를 둘러싼 고급 아파트들과 상가 건물들이

밤에는 예쁜 색깔의 옷으로 갈아입어 탄성을 자아낸다.

반짝이는 불빛들이 호숫물에 투영되면,

예쁜 천 개의 전구들이 반짝이는 크리스마스트리처럼 황홀감을 안겨준다.

예전에 홍콩에 방문한 적이 있다.

도시가 아름답고, 바다에 비친 도시의 모습이

유명한 도시였다.

하지만 정작 나는 홍콩에서 별다른 감흥을 받진 못했었다.

그냥 여기가 홍콩이라는 곳이구나... 정도였다.

하지만 수원 호수 공원의 밤 풍경은

멋쟁이 신사 홍콩보다 나았다.

적어도 나에게는 말이다.

호수 길을 산책하면서 물에 반영된 빛을 따라 걷노라면

마치 놀이동산의 회전목마를 타는 듯 황홀하기까지 했다.

산책하던 사람들이 연거푸 핸드폰 카메라로 찍어대는 걸 보면 비단 나만 그런 게 아닌 것 같다.



또 호수 바로 옆에 있는 푸른 숲 도서관도

매력 포인트 중 하나이다.

아이들과 공원에서 놀다가 쉼이 필요할 때면

우리는 언제나 도서관으로 건너갔다.

읽고 싶은 책을 잔뜩 가져와

아이들과 함께 뒹굴면서 보는 맛이란...

어린이 도서관에는 신발 벗고 들어가는 공간이 있어서 아이들에게는 아주 딱이었다.

그러다 배고프면 도서관 내에 있는 카페에 가서 맛있는 간식을 사 먹기도 했다.



또 다른 매력 포인트는 전망대이다.

4층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광교 호수 공원이 한눈에 보인다.

독일과 자매결연 맺고 그대로 본 따 만든 전망대는

소소한 재미를 준다.

한 번은 공원에 산책하려고 도착했는데, 비가 쏟아졌다.

우산도 딱히 챙겨 오질 않아 우리 가족은

전망대 4층 꼭대기로 비를 피해 올라갔다.

오늘 산책은 글렀구나 하며...

그런데 꼭대기에서 바라본 호수 공원은

그야말로 예술이었다.

비가 와서 호수는 안개가 자욱하게 깔렸는데,

그 위로 백로들이 날아다녔다.

마치 몽환적인 중국 산수화 한 폭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항상 산책이나 도서관으로만 방문했는데,

꼭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호수 공원 풍경을 바라만 보아도 시가 술술 써질 것 같은 영감을 주는 풍경이었다.

우리는 그곳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간식까지 먹고 영과 육이 풍만해져 집에 돌아왔던 기억이 난다.


수원에 살면서 마음이 힘들 때마다 이곳을 찾곤 했었는데, 이젠 이곳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간다.

다른 건 아쉽지 않은데 광교 호수 공원을 못 온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서글퍼진다.

코로나 블루를 이길 수 있게 해 준 광교 호수 공원에 고맙다는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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