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사람의 취향찾기

어제는 토요일 오후, 서울 성수동에 다녀왔다.

결혼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주말에도 일하는 남편 덕분에 항상 토요일에도 집콕이었는데,

주말에 밖에 나와보니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또 지금은 나들이하기 좋은 가을날이 아니던가!

이 좋은 날씨를 누리려고 야외에 나온 사람들의 모습은 모두 설레어 보였다.


오늘은 남편 여동생인 아가씨가 결혼하는 날이다.

집에서 아이들만 보는 전업주부인 나도 오늘은 헤어와 메이크업을 받는다.

전문샵에서 음악과 함께 오 로직 나에게만 신경 써주시는 원장님과 함께 있노라니

이게 무슨 호사인가 싶다.


오전에 서울 성수동까지 도착해야 하므로,

샵에는 오전 7시 30분에 도착했다.

토요일 이른 아침인데도 원장님은 친절하게 맞아 주시고,

나에게 어울리는 화장과 머리를 거의 2시간에 걸쳐해 주신다.

이게 얼마 만에 받아보는 화장이던가...

전문가의 손길이 나를 매만져 주는데,

말 그대로 황홀했다.

천장이 높은 샵에는 반짝이는 조명들과,

재즈 음악으로 분위기가 참 좋았다.

거기에다 이른 아침 손님은 나뿐이라

원장님의 밀착 서비스는 오랫동안 엄마 사람으로 살아온 내게

나도 여자 사람이었다는 걸 깨닫게 해주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두 시간 풀 서비스를 받은 후에 결혼식장에 도착했다.

코로나로 인해 여러 개의 공간으로 사람들 간 접촉을 최소화하고,

마스크 착용으로 서로 조심하였다.

오늘의 이벤트는, 우리 아이들이 신부 입장 전 화동으로 행진한다.

한복도 입고, 리허설도 해본다.

결혼식의 모든 순서와 식사가 끝나자

복닥거리는 서울을 재빨리 빠져나온다.


모처럼 토요일 오후 시간을 함께하게 된 우리 가족은

어디에 갈 것인지 고민했다.

새벽부터 시작된 일정으로

피곤하고 지친 마음을 어디선가 풀고 싶었다.

하지만 주말이라 어디 가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때 아이들은 녹차 케이크가 먹고 싶다 했다.

그래, 메뉴 콕 집어 정해줘서 고마워(그것도 엄마가 애정 하는 아이템으로...^^)


우리는 녹차 케이크가 유명한 오설록으로 출발지를 정해 간다.

커피를 안 마시고, 평소 카페 가서 딱히 음료 초이스가 없는 나는

녹차 프라푸치노는 항상 훌륭한 대안이다.

동네에 있는 오설록에서 오직 나만을 위한 녹차 오프레도를 시킨다.

녹차 셰이크에 씁쓸한 녹차 아이스크림을 얹은 메뉴인데,

달지 않는 걸 좋아하는 나에게 정말 딱인 메뉴다.

아이들을 위해선 녹차 아이스크림과 녹차 조각 케이크,

커피 덕후인 남편에게는 아이스 카페 라테를 한 잔을 시켰다.

녹차 오프레드를 주욱 한 모금 마시니

새벽부터 이어 온 강행군의 피로가 싹 씻기는 듯했다.

그래, 이거야!
이 행복을 누리려고 결혼식을 다녀온 거군!!
마음이 말랑말랑해졌다.


그러고 나서는 우린 집 앞 호수 공원으로 갔다.

역시 토요일 저녁 시간에는 처음 와봤는데,

거의 에버랜드 수준으로 사람이 많았다.

각자 잔디밭에 돗자리에 앉아

싸온 음식도 먹고, 음악도 듣고, 영화를 보는 사람도 있었다.

테이블과 캠핑 의자들의 집기류가 아기자기하게 예뻤고,

나름대로 공원 라이프를 즐기고 있었다.


나와 남편은 천천히 걸으면서 산책을 했고,

아이들은 씽씽이를 타며 앞으로 나아간다.

다리에는 온갖 거미들이 붙어있어 중간중간 관찰도 하고

엄마 불러 보여주느라 바쁘기만 한 아이들이었다.


남편은 사람들이 많으니 씽씽이 탈 때 조심해야 한다고 크게 소리를 지른다.

집에서도 까치발 들고 다니는 아이들인데

밖에 나와서까지 조심하라며 혼이 나는 아이들이 안쓰럽다.

다른 사람을 배려해 혼을 내는 남편을 이해하지만,

하지 마라, 시끄럽다, 조용히 해라 하루 종일

혼만 나고 있는 아이들이 한없이 불쌍하게 느껴진다.

정말 그런 말 안 듣고 안 하고 살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이런 때일수록 10년간 살다 온 미국이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공원을 산책하며 생각했다.

스트레스와 피로가 쌓이는 상황에서
나만의 해소 방법은
맛있는 음식과 산책이구나!


깔끔한 디저트와 공원 한 바퀴이면

하루 피곤했던 마음들은 다 내려놓을 수 있는

나만의 취향을 다시 한번 발견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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