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와우코치 손지혜작가
Jan 08. 2021
'한달살기'는 각자의 자리를 찾아가는 시간이다
속초한달살기 D-4
속초에 온지도 벌써 4번째 날이다.
시간이 정말 빨리 간다.
오늘은 드디어 속초 회를 먹는 날!
나는 회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인데
그동안 회를 먹을 기회가 없었다.
오늘 드디어 속초 바다에서 잡힌 회를 먹는다.
하지만 시국이 시국인지라
우리는 포장해서 집에서 먹기로 하였다.
이 근처에서 유명하다는 ‘신유네 회 포장’에서 주문했다.
미리 문자로 예약하면 원하는 시간에 회를 찾아갈 수 있다.
후기를 보니 엄청 유명한 곳인 듯하다.
우린 3만 원짜리 모둠회 소자로 시켰다.
원래는 회만 주문했었는데
막상 횟집에 가니 매운탕거리를 지나칠 수가 없었다.
시원한 매운탕 국물이 생각나서 매운탕 거리와 야채 세트도 같이 사 왔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숙소로 돌아와 포장해온 회를 펼쳤다.
엄마 아빠가 흥분하며 회 먹을 준비를 하자
태어나서 한 번도 회를 먹어본 적이 없는 우리 아이들.
회를 먹고 싶어 한다.
“엄마 회가 뭐예요?”
“나도 회 한번 먹어도 되나요?”
날것의 생선을 아이들에게 주기가 망설여졌다.
하지만 강원도까지 왔는데 아이들에게 안된다고 하기가 미안했다.
“그래! 너희들도 조금 맛볼래? 한 점씩 먹어봐”
인심 좋은 척 회 한 점을 건넨다.
모둠회라 그런지 여러 생선이 들어있다.
그런데 광어와 방어밖에 모르겠다.
먹기 전 회를 찍어 먹을 소스를 준비했다.
나는 고향 동네 부산 스타일로!
초장에 고추냉이를 양 껏 섞었다.
코끝이 알싸하게 진한 고추냉이를 좋아하는 나.
초장에 고추냉이를 듬뿍 넣어 섞었다.
그런데 아뿔싸!
내가 이때까지 맛보았던 고추냉이 중에 제일 강한 맛이었다.
회를 한점 찍어 먹는데 순간 속에서 불이 나오는 것 같았다.
동시에 콧물이 나오며 기침이 나왔다.
눈물을 훌쩍이는 나에게 남편은 한마디 한다.
"에구.. 그러니깐 조금씩 섞어서 맛 본 후에 더 넣지...”
평소처럼 남편은 나를 나무란다.
코를 쬐는 알싸한...
한번 먹으면 매워서 동시에 콧물이 나오는 맛의
고추냉이 초장과 회 한 접시를 다 먹었다.
회를 다 먹은 나와 남편은 “매운탕도 먹어야겠지?”하며 매운탕을 또 끓여본다.
정말 매운탕거리도 생선뼈에 양념장, 야채를 넣고 끓이니 손쉽게 완성!!
따끈한 밥 한 공기에 매운탕 한 접시를 먹으니 이제야 강원도에 온 것 같았다.
비록 집에서 먹었지만 아이들이 있는 가정은 오히려 집에서 먹는 게 좋다.
아이들도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고
흘려도 시끄러워도 눈치 볼 것 없다.
배부르게 회와 매운탕 한 그릇을 먹은 우리는
입 안을 상큼하게 해 줄 디저트가 먹고 싶었다.
맞다! 얼마 전 주문한'용과'가 우리에겐 있었지!
한 달 살기 기분을 내려고 우리가 평소에 좋아하지만
쉽게 먹을 수 없는 용과를 미리 인터넷으로 주문했었다.
시원하고 아삭한 용과 하나를 까먹으니 고추냉이 초장의 매운맛이 조금은 진정되는 듯하다.
배가 부른 우리는 숙소 앞의 영랑 호수를 산책하러 나갔다.
무려 마이너스 12도였지만 잠깐이라도 콧바람을 쐬러 나갔다.
자연을 사랑하는 나는 호수를 참 좋아한다.
그동안 인공으로 만든 호수에 만족했었는데
이렇게 큰 진짜 호수 옆을 걸으니 참 좋다.
하지만 칼바람에 산책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그래도 겨울 햇빛을 잠깐이나마 쐬고 바람을 맞으니 정신이 번쩍 뜨인다.
아이들은 하루 종일 무언가를 만든다.
종이에다 그림을 그리고 가위로 종이를 자른다.
예전에는 잘 노는 아이들에게'이거 하자 저거 하자'며 나의 계획대로 아이들을 이끌었다.
하지만 한 달 살기 하는 동안 아이들을 지켜본 결과
아이들은 자기들이 스스로 놀 것을 잘 찾아냈다.
혼자서 그림도 그리고, 글씨도 써보고,
오늘 보았던 인상 깊었던 배를 레고로 만들어 내는 등....
엄마의 간섭 없이 오히려 더 자유롭게 놀고 배우는 것 같다.
한 달 살기 하는 동안 나는 아이들에게 진정한 자유를 허할 생각이다.
아이들도 여유로운 시간 동안 멍도 때리고,
진짜 여유도 느끼는 등...
아이들은 무계획의 삶 속에서 한 뼘 더 성장할 것이다.
나는 이 여유로운 한 달 살기 시간 동안
나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아내로서, 엄마로서만 살던 나에게
이제는 나를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하고 싶다.
아내로서, 엄마로서 인정받기보다
나 자신이 좋아하는 내가 되고 싶다.
홈스쿨링을 하는 엄마지만 나만의 일을 하고 싶다.
내가 사랑하는 아이들을 지키면서
동시에 내가 사랑하는 일도 해내는 것.
한 달 살기는 그런 나의 마음을
단단하게 다져주는 시간 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