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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살기'의 매력

속초 한 달 살기 D-9

우리 가족은 서둘러 밖을 나갔다.

오늘은 한 달 살기로 속초를 찾고 나서

최고로 높은 기온이다.

저번 주는 영하 10도가 대부분이었는데

오늘은 장작 영상 8도이다.

이건 거의 봄 수준이다.

여행 중 날씨가 끼치는 영향은 크다.


우리 가족은 얼마나 날씨가 포근해졌을지 상상하며 밖을 향했다.

마스크 사이로 들어오는 한 줌의 겨울 냄새.

한결 따뜻해졌다.

햇살 아래 있으니

꼭 봄이 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우리 가족은 아침도 못 먹었는데

벌써 점심시간이 지나고 있었다.

그동안 내가 점찍어 둔 샌드위치 가게로 향한다.

집에서 10분 남짓 거리.

속초에서 유명하다는 그 샌드위치 집의 사진을 처음 봤을 때부터

이건 꼭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맵고 색이 시뻘건, 군침이 도는 떡볶이를 먹었다.

그러나 먹고 나서 탈이 났다.

두 번째 스무 살을 맞이 한 요즘

몸이 예전 같지 않다.

맛있어 보이는 걸 먹는 것보다

몸에 좋아 보이는 걸 먹는 게

뒤탈이 없는 나이로 들어 선 것이다.


그런데 이 샌드위치 사진을 보자마자

몸에 좋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양상추와 토마토 같은 재료들이

얼마나 정갈하던지...

그 샌드위치 가게를 오늘 간다.



우리는 속초에 왔으니 ‘홍게 샌드위치’로 시켰다.

아이들 몫으로는 ‘에그 명란 샌드위치’와 ‘바비큐 치킨 샌드위치’.

거리두기로 매장 안에선 섭취 불가.

우린 고민했다.

이 맛있어 보이는 샌드위치를 어디서 먹어야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


남편은 날씨도 좋으니 바닷가에 가자고 한다.

우리는 얼마 전 다녀왔던 속초 바다를 향해 발걸음을 돌렸다.

얼마 전 영하 10도에 찾았던 속초 바다

영상 8도에 다시 만난 바다가 얼마나 포근하게 느껴지던지.

바람이 덜 불어 파도도 아주 얌전해졌다.


우린 인적이 드문 곳에 자리를 잡고

홍게 샌드위치를 게눈 감추듯이 먹었다.

눈 앞에는 푸른 바다가 넘실 거리고

지금 내 입으로는 빨간 홍게의 속살들이 들어간다.


나는 게 종류를 아주 좋아하는 편이다.

거의 정신을 내려놓고 먹을 정도로 좋아한다.

하지만 이젠 게 살 발라 먹는 것도 귀찮은 일이 되어버렸는데...

이 홍게 샌드위치는 깔끔하게 게 살을  발라놓아

나는 그냥 즐기기만 하면 되었다.

파란 바다를 보며 먹으니 정말 꿀 맛이었다.

아이들은 모래에서 노느라

엄마 아빠가 오붓하게 샌드위치를 즐길 시간을 준다.




점심을 다 먹은 후 나는

바다 쪽으로 더 가까이 가본다.

한 달 살기를 속초에서 하는 것의 최대 장점은 바로

이 동해 바다를 가까이 둘 수 있다는 게 아닐까.


나는 바다를 가만히 응시했다.

멀리서 볼 때는 바다의 색깔이 마냥 푸르렀다.

그런데 가까이서 보니 바다의 색깔이 푸르다는 말은 어딘가 부족했다.


내가 본 바다 색깔은

검푸른색

초록색

청록색

투명한 유리 색

하얀색

파란색

하늘색

비취색

옥색

에메랄드 색이었다.


이 모든 색깔들이 함께 모여있으니 푸른 바다라고 하는 것일까.

우리네 인생도 마찬가지 아닐까.

멀리서 볼 때는 단색이지만

그 인생을 자세히 살펴보면 다 다른 색이다.

어떤 인생은 청록색

어떤 인생은 비취색

또 어떤 인생은 하얀색...


나의 인생은 무슨 색일까?

나의 인생은 어디로 가고 있을까...




바다 가까이 모래에는 가지 않겠다는 남편.

신발에 모래가 들어간다고 염려하는 깔끔 주의자.

어느새 바다 근처, 내 옆에 와있다.

남편은 갑자기 돌멩이를 주워 물제비를 뜨기 시작한다.

자꾸 자기를 보라면서 계속 돌멩이를 던진다.

처음에는 와! 하며 반응했더니

계속 돌멩이를 던지며 보란다.

두 아이들과 같은 영락없는 큰아들이다.



아이들은 모래 속에서 보물을 캐기에 바쁘다.

조개껍데기

말린 미역 한 조각

파도에 깎여 반들반들해진 유리조각.

마치 소중한 보물인 양 주머니 속에 챙겨 넣는다.



그렇게 우리는 속초 겨울 바다를 즐겼다.

급할 게 없는 우리의 한 달 살기.

정해진 일정 속에서 시간에 쫓기어

가야 할 곳을 쏘다니는 여행이 아닌 게 얼마나 다행인지.


이렇게 오늘 시간이 주는 여유로움에
바다 풍경을 마음속에 넣고 집에 돌아왔다.
이게 바로 한 달 살기의 매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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