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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한 달 살기' 하는 방법

속초 한 달 살기 D-17

강원도 속초에서 한 달 살기.

나는 꽤나 여유로운 생활을 기대했지만

이곳에서의 시간은 나의 프로젝트 때문에 바쁘다.

오늘 아침도 작업 때문에 첫끼도 제대로 못 먹었다.

이런... 아이들도 배가 고프다고 징징댄다.


우리의 양식을 찾아 오랜만에 외식을 하기로 했다.

오늘의 메뉴는 생선구이!

그것도 숯불로 굽는 생선구이 집에 가려한다.

가족과 함께 맛있는 식사를 하러

밖으로 나가는 길은 정말이지 즐겁다.

새로운 곳에 간다는 설렘에 나는 오랜만에 들떴다.


우리가 찾은 생선구이집은

허영만의 식객에서 나왔다고 하여 유명해진 곳이었다.

동해 바다에서 잡은 싱싱한 생선을

숯불에 구워 먹는다니..

간단한 밑반찬과 생선구이로

오랜만에 밥다운 밥을 먹었다.


내가 처음 생선구이를 먹었을 때는

친정엄마와 함께 부산 자갈치 시장 골목에서였다.

그때 이후로 오늘이 두 번째다.

그때도 엄마랑 참 맛있게 생선구이를 먹었었는데...

오늘도 나는 돌아가신 엄마를 생각하며 밥을 먹었다.


우리는 가까운 조성 칠성소 카페에 간다.

청초호를 바라보며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이라 유명하지만

아이들은 야외 놀이터에서 노느라

실내로 들어갈 생각을 안 한다.

나도 남편과 분위기 잡으며

실내에서 차 한잔 하고 싶지만

아이들은 밖에서 같이 놀자고 한다.

술래잡기를 하자며 "나 잡아봐라~~" 낄낄대며 도망간다.

'그래! 아이들이 엄마를 찾을 때 그때 같이 놀아줘야지!'

나는 아이들을 잡아먹는 괴물로 변하여

괴성을 지르며 아이들 꽁무니를 쫓아다닌다.

아이들은 엄마 괴물이

잡을 듯 못 잡을 듯

따라다니자 신났다.

꺄아~ 소리치며 넘어지고 뒹굴며 노는 아이들이다.


칠성 소 앞 청초호를 바라본다.

아이들은 돌에 붙은 홍합을 뗀다고 호숫물에 옷을 다 적셨다.

그렇게 한참을 놀다가

나는 그동안 마음에 점찍어 두었던

책방에 가보기로 한다.

<문우당 서림>

얼마 전 다른 책방에서 안 좋은 기억이 있던 남편은

서점 안으로 안 들어가겠다고 한다.

서점을 아이들과 같이 간다는 건

부모에게도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남편은 아이들과 함께 차 안에서 나를 기다린다고 한다.

그 배려가 고마웠다.


나는 혼자서 그 서림에 들어가 보았다.

내가 속초 한 달 살기를 하면서 깨달은

속초의 매력 중 하나!

바로 서점이다.

예쁘고 특색 있는 카페보다

나는 서점이 더 끌린다.

꼭 서점이 내게 말을 건네는 듯했다.

문우당 서림은 1984년에 문을 연

가족이 운영하는 서점이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서점이지만 꼭 가정집 같은

편안한 느낌도 든다.

꼭 가정식 백반을 먹듯이.

정갈하고 정성이 깃든 반찬과

국이 곁들여진 밥상을 받는 기분.


나는 여유롭게 책을 구경하고

읽어보고 싶었으나...

차 안에서 엄마가 돌아오길 기다리는 남편과 아이들이 눈에 밟혔다.

이 공간을 빨리 후딱 둘러봐야 했다.

빠른 매의 눈으로 이 서점 구석구석을 다 담는다.


그러다 발견한 아트 포스터!

나의 눈길을 끈 포스터가 있었다.

마치 내가 속초에서 만난 동해바다와

그 바다를 누리고 있는 나의 모습이 연상되는 그림.

속초를 마음에 간직하고

가끔씩 그때를 꺼내 보고 싶었는데...

이 포스터는 이곳에서의 추억을 담기에 아주 적절했다.

한 달 살기 하면서 열심히 작업한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서점 옆의 <문단>이라는 문구점도 가보았다.

그곳의 펜에 눈길이 갔다.

속초에서 우리 가족을 위해

묵묵히 중심을 잡아주는 남편에게

선물하고 싶었다.

계산 후 재빨리 문구점을 빠져나와

남편과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는 차로 간다.

왜 이렇게 늦게 왔냐고 아이들이 볼멘소리를 한다.

기다림이 지루했는지 남편 표정도 찌뿌둥하다.

“여기 당신 선물”

펜 세트를 건네자

다행히 남편 얼굴이 밝다.

근사한 펜들 덕분에 오늘도

남편의 잔소리는 모면했다.

휴...
난 언제쯤
눈치 안 보고
서점을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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