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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토라진 이유를 모르겠다면

속초 한 달 살기 D-16

강원도 오늘의 날씨는 영상 8도. 해가 떴다.

이런 좋은 날씨에 우리는 어디로 떠나볼까?

그래. 날씨도 좋으니깐 바다로 가자!

마침 점심 식사시간이 곧 다가오니깐 도시락을 싸자.

혹시 몰라 사둔 유부초밥으로

우리 가족이 먹을 유부초밥을 넉넉히 만들었다.

집에서 5분 정도만 차를 타고 나가면

아름다운 속초 바다다.


우리 가족은 바다가 보이는 야외 의자에 자리를 잡았다.

준비해온 깔개를 깔고

그 위에 유부초밥과 따뜻한 차를 놓으니

마치 피크닉 온 것 같은 기분이다.

달달하고 짭조름한 유부초밥을

동해바다를 보면서 먹다니!

정말 꿀맛이다.

유부초밥 한 입

바다내음 한 모금..

추운 겨울에 이렇게 잠깐 해가 있을 때

야외에서 도시락을 먹으니 행복이 따로 없다.     


이곳에 와서 유독 두 아들의 형제 애가 깊어졌다.

이곳에서 친구는 오직 서로 밖에 없다.

하루 종일 같이 놀고

같이 밥 먹고

잠도 같이 자고

심지어 큰일도 동시에 본다.


쌍둥이라고 하면 서로 안 싸우느냐고 많이들 묻는다.

하지만 이 아이들은 서로의 존재에 대해 특별하게 생각하는 아이들이다.

서로를 끔찍이 아끼고 챙긴다.

특히 첫째가 둘째를 얼마나 살뜰히 챙기는지...

두 아이가 놀다가 깔깔대고 웃으면

그 소리를 듣고만 있어도 행복이 전해진다.


오늘은 둘이서 같이 그네를 탄다.

서로 한 명씩 돌아가며 밀어준다.

두유도 나란히 엎드려서 마신다.

또 계단 올라갈 때도 손을 꼭 잡고 올라간다.

마음에 드는 색깔 의자에 앉아보라고 했더니

이내 동생이 있는 곳에 가서 같이 앉는 첫째다.

“우린 형제니깐”라고 말하는 아이의 말에

엄마는 빙그레 미소가 지어진다.

첫째는 영락없는 개구쟁이지만

동생을 챙길 땐 의젓한 형님이 된다.

40분 먼저 태어났다고 자기가 꼭 형이란다.

근처 장미나무 가시를 이용해서 자기는 코뿔소라며 찡긋하는 게 웃음이 난다.     


오늘은 날씨가 좋아서인지 해변에 사람들이 좀 있다.

나는 사람이 없는 쪽을 찾아 들어가니 큰 바위가 나온다.

그곳에 서서 동해바다를 바라보았다.

파도가 친다.

코로 숨을 깊이 들여 마셔본다.

그리고 입으로 그 숨을 내뱉는다.

파도가 칠 때 발생하는 음이온이 그렇게 좋다는데...

오늘은 동해바다 파도가 주는 음이온을 흠뻑 마시고 싶다.

그렇게 혼자 바다 바위에 우두커니 서있는데

어느새 남편이 내 옆으로 다가왔다.

우린 그렇게 말없이 함께 바다를 바라본다.


사실 오늘 아침부터 무슨 연유인지

토라져있는 남편이다.

우리 부부는 아침부터

서로 말이 없었다

남편은 장점이 참 많은데

잘 토라진다.

평소의 나 같으면

그런 남편을 풀어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오늘은 나는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다.

삐돌이 남편을 그냥 그대로 놔두었다.

우린 서로 데면데면했다.


우리 부부는 서로 말없이

한참 동안 바다를 바라본다.

우리 부부의 사소한 갈등까지도

저 바다는 괜찮다고 말한다.


서로가 작은 상처 하나까지...

작은 토라짐 하나까지

보듬어 주지 못해도...

바다는 그저 괜찮다고 말한다.


서로 아무 말 안 해도

서로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으니

괜찮은 거라고

바다가 말한다.


그래도 바다를 좋아하는 아내를 위해

밖으로 외출한 것도

남편의 배려라고

바다는 말한다.


가끔 토라지지만

언제나 그 자리에서 한결같은

나무 같은 남편이라고

괜찮다고

바다가 말한다.

바다는 내게

말한다

그 사람이

이해가지 않더라도

다 알수는 없더라도


있는 그대로
 다
받아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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