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를 고민하는 엄마들이 걱정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첫째가 어떻게 받아들일까?이다.
동생이 생기는 것이 누군가는 남편이 바람피우는 걸 목격했을 정도의 충격이라고 할 만큼 첫째가 동생을 받아들이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고들 하였다.
우리 아이들은 두 살 터울로 큰 아이가 3살 때 둘째가 생겼다. 3살을 키워본 부모들은 알겠지만 그즈음에 아이에게도 엄청난 변화들이 생긴다.
3살에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하며 기저귀를 뗐고 말이 많이 늘었다.
처음으로 공동체 생활을 하며 정해진 규칙에 따라 행동해야 하는 것들을 배우고 엄마와 떨어져 독립적인 활동을 경험하게 되었다.
이 시기에 우리 첫째는 잘 놀다가도 이유를 알 수 없게 30분 이상 울어대는 날들이 많았다.
이 시기에 이런 아이가 있을 뿐 그냥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는 선생님의 말을 듣고 굉장히 절망했던 기억이 난다. 그만큼 이때 우리 아이는 언제 어디서 폭발할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아이였다.
그렇게 자기 나름대로 성장하느라 많은 변화들을 겪고 있을 시기에 동생이 생긴 것이다.
나 역시 조리원에서 2주를 다 채우지 못하고 중간에 퇴소를 했을 만큼 그런 큰 아이가 눈에 밟혔다.
처음에는 엄마가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를 안고 있고 돌봐주는 모습을 보며 아이는 낯설어했던 것 같다. 그렇게 기다리던 엄마가 자신보다 낯선 아기에게 젖을 물리고 계속 그 아기만 안아주고 있다고 생각하며 점점 속상했을 거다.
동생을 안고 있는 엄마에게 투정을 부리다 낮부터 졸리다고 재워달라며 칭얼거리기까지 하는 아이를 보며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지만 아이 둘을 육아하느라 지친 마음에 나도 같이 울기도 했다.
동생이 기어 다니며 자기 물건을 만지면 자기 거라고 안된다며 뺏어가기 일쑤였고 동생을 안아주는 척하면서 밀어버리기도 하였다.
식구들이 동생의 어떤 행동을 귀여워하며 웃으면 자기도 슬쩍 보고 똑같이 따라 하기도 하면서 자신도 관심받고 싶어 했다.
집안 식구들도 그런 첫째의 마음이 다치지 않게 하려고 사랑을 듬뿍 담아 표현해 주었고 엄마 아빠인 우리 역시 아직 아기인 둘째보다 큰 아이와 더 눈 마주치고 틈나는 대로 살 부대끼며 사랑을 느낄 수 있게 노력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첫째는 여전히 동생이 자기 물건을 만지는 걸 싫어했지만 때로는 만져보게도 해주었고 엄마의 부탁으로 동생 물건을 가져다주기도 하였다. 같이 둘러앉아 동생이랑 밥을 먹고 장난을 치면서 함께 웃었고 나란히 누워 잠들며 서서히 동생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동생이 태어나도 여전히 부모와 가족들의 사랑을 느낄 수 있게 해 준다면 걱정만큼 아이가 동생을 거부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큰 아이가 상처받을까 봐 둘째 낳는 것을 걱정하는 부모들도 많다. 하지만 둘째가 생긴다고 큰 아이에게 줄 사랑을 나눠주는 것이 아님을 잘 이해시켜 주고 사랑하는 마음을 아이가 듬뿍 느낄 수 있게만 해준다면 큰 걱정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