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며 처음으로 친해진 엄마가 있었다.
아이가 돌 되기 전부터 다녔던 문화센터에서 만난 그 엄마는 내가 사는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살았다.
그 엄마와 가까이 지내게 되면서 이상하다 생각했던 것이 있었다.
바로 그녀가 '매일' 술을 마신다는 것이었다.
나 역시 아가씨 때부터 술을 좋아하고 즐겨 마시는 편이었다. 하지만 결혼 후 술을 잘 못 마시는 남편과 아이를 낳고 친구들을 잘 못 만나면서 술 마시는 횟수가 줄어있던 나로서 매일 술을 마시는 그 엄마가 처음엔 이상해 보였다.
'아니, 아이를 보면서 어떻게 매일 술을 마시지?'
나도 육퇴 후 마시는 맥주 한 잔을 가끔 즐기긴 했지만 매일 마신다는 건 조금 다른 차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알코올중독자'가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생각했던 나는 점점 그녀처럼 매일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하루 종일 아이와 씨름하다 겨우 아이를 재우고 나면 9시가 훌쩍 넘은 시간이었다. 저녁도 못 먹고 허기진 속은 밥보다 술을 더 원했다.
밥을 차린다는 것 자체도 귀찮았고 시원하게 맥주 한잔 하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렇게 아이를 재우고 한 잔 마시는 꿀맛 같은 자유시간이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이었고 행복한 그 순간에 중독이 되어 나는 점점 그런 생활에 익숙해져 갔다.
그리고 친해진 아이 친구들의 엄마들과 한 잔씩 하면서 술을 마시는 날들이 점점 늘어났다. 어쩔 때는 낮에 밥을 먹으며 한 잔씩 하거나 날을 잡아 한 집에 모여 같이 저녁을 먹으며 술을 마셨다.
다들 또래를 키우는 엄마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었기에 술 한잔 기울이며 서로 공감해 주고 위로해 주는 그 시간들이 너무나 소중했다.
그렇게 나는 술에 노출되는 횟수가 늘어가며 조금씩 알코올중독자가 되었다.
반주를 하는 건 어느 순간부터 습관이 되어 있었고 그다지 마시고 싶지 않았는데도 술을 꺼내고 있는 날이 많았다. 술을 마시지 않으면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었고 마시지 못하는 날이면 술이 너무 마시고 싶어 짜증이 나기도 하였다.
한 번은 우리 집에서 같이 술을 마신 엄마가 돌아가고 뒷정리를 하다 유리를 깨트린 적이 있다. 그날은 술이 과했는지 스스로도 몽롱한 상태라는 게 느껴질 정도였는데 실수로 유리를 깨트린 것이다. 비몽사몽인 상태로 유리를 치우려는데 큰 아이가 유리조각이 떨어진 곳으로 오길래 순간 아이를 안아 멀리 내려놓고 다시 유리를 치워야 했다.
그때 '아 이러면 안 되는데 정신 차리자, 아이가 있는데 뭐 하는 거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술을 끊어보려 노력했지만 술을 끊는다는 게 쉽지 않았다.
이미 중독이 되어버려 더욱 어려웠다.
간신히 며칠을 참다가도 한 번씩 힘든 육아생활에 한 잔 마시면 그 뒤로 다시 술 마시는 날들이 지속되었다.
그렇게 술을 마시며 산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일 년 중 술을 안 마신 날을 꼽는 게 더 빠를 정도로 술을 여전히 끊지 못하였다.
최근에 한 달 가까이 끊어 본 적이 있는데 아깝게도 다시 마시고 있다.
사실 술을 완전히 끊고 싶지는 않다.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 한 잔씩 술을 마시는 것이 나의 기쁨 중에 하나이기에 술을 끊기는 어려울 것 같다.
다만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매일 혼자 술잔을 기울이는 것을 끊어보려 한다.
아이들이 이제 제법 크다 보니 엄마가 마시는 술이 몸에 좋지 않은 것이라는 걸 알기에 아이들 앞에서 그런 모습을 보인다는 게 이제는 조금 껄끄럽게 느껴진다. 아이들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기에 되도록 술 마시는 모습을 안 보여주는 것이 나의 목표가 되었다.
육아를 하는 엄마들은 육퇴 후 마시는 술의 맛이 얼마나 달콤한지 알 것이다. 하지만 하루 이틀이 지속되다 보면 나처럼 술에 끌려다니는 사람이 돼버릴 수도 있다.
뭐든지 적당히가 좋은 것이라는 걸 알 것이다.
특히나 중독성이 강한 술은 조심해야 한다.
시작은 쉬우나 끝을 내기는 너무나 어렵다.
10년간의 알코올 생활을 이제는 진짜 벗어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