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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칠마루 Sep 06. 2023

마지막 보증수리(르노 QM6)

올해가 보증 5년 차

올해에만 2번째로 르노자동차 00 사업소에 왔다. 내가 력 카센터에 가지 않고 이곳으로 오는 이유는 간단하다. 여기에 와야 한 번에 제대로 수리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카센터, 사업소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흔히 볼 수 있는 현대 블루핸즈나 기아 오토큐는 그냥 카센터라고 보면 된다. 여기에서는 각종 오일이나 소모품 교환이 가능하고 카센터의 규모에 따라 판금이나 도장 작업을 처리할 수 있다. 대신 운영 주체는 일반 개인사업자가 한다. 그 카센터에 얼마만큼의 숙련된 정비사가 있느냐에 따라 수리 만족도가 달라진다. 즉, 카센터마다 정비사의 숙련도가 다르다. 또 기아 오토큐라고 해서 다른 브랜드의 차를 수리하지 않는 건 아니다. 르노나 쉐보레, 쌍용차를 맡겨도 충분히 수리할 수 있다. 다만 부품이 없으니 부품대리점에 주문한 내 차의 부품이 카센터에 도착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사업소는 자동차 회사가 한 지역에 1~2개 정도 만들어 오직 자기네 회사의 차만 수리한다. 카센터와 달리 다른 브랜드의 차는 수리할 수 없다. 일반 카센터보다 훨씬 많은 수의 정비사가 근무하며 수리업계에 종사한 경력이 카센터 수리기사에 비해 훨씬 오래되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한 브랜드의 차만 수리하니 그 차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알고 있어 수리를 맡기러 갔을 때 차의 문제점을 대충 설명하면 금세 어떤 증상인지 알아듣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수리 맡기러 가는 입장에선 꽤 편하다.


보증수리란? After Service개념으로 이해하면 된다. 뭐든 완전한 제품은 없으니 이 차를 사고 난 뒤 몇 년 또는 주행거리 몇 만km 이내에 문제(엔진 고장, 기타 부속 수리)가 생기면 제조사에서 공짜로 고쳐준다는 뜻이다. 르노자동차를 예로 들면 보통 3년 6만 km 이내의 보증수리를 4년 8만 km나 5년 10만 km로 연장할 수 있는 해피케어라는 상품이 있다(당연히 돈을 더 내야 한다, 19년 1월 기준으로 5년 10만 km를 연장하는데 50만 원 정도를 더 낸 걸로 기억한다). 이런 상품은 차를 계약할 때나 차가 나온 지 1달 이내에 가입해야 저렴한 비용으로 가입할 수 있다.


내 차를 예로 들면(QM6, 2019년 1월 출고) 주행거리 25,000km에 갑자기 오토미션에 이상이 생겼다. 정차중일 때는 rpm이 7~800 사이인데 갑자기 그 두 배인 1500으로 오르거나 평지를 주행하는 데도 2500 rpm을 넘기기 일쑤였다. 더구나 언덕길에선 3000 이상 오르거나 갑자기 1000으로 떨어지면서 차가 울컥거리는 증상이 느닷없이 발생했다. 위 증상으로 협력 카센터를 2번이나 찾아갔다( 번에 수리하는 법은 결코 없음). 카센터에서는 첫 방문 시 오토미션 프로그램을 업데이트했으니 같은 증상이 다시 나타나면 찾아오라고 했다. 내가 생각해도 이건 오토미션 교체가 답인데 나보다 더 전문가인 수리기사가 그리 얘기하니 두말 않고 따를 수밖에.


그 후 약 1달 동안 도끼눈을 뜨고 차를 지켜봤다. 오토미션 프로그램을 업데이트했지만 달라진 점은 전혀 없었다. rpm이 치솟으며 울컥거리는 증상은 여전했다. 다시 카센터를 방문했다. 수리기사는 진단기로 돌려봐도 고장코드가 나오지 않는다며 마지막으로 시운전을 해보자고 했다. 시운전을 마치고 나서도 특별한 이상이 없다며 내가 너무 민감한 거 아니냐는 오히려 내가 이상한 것 같다는 뉘앙스로 반문을 했다. 그래서 그동안 차가 울컥거릴 때마다 조금씩 찍어 놓은 동영상(차를 고치기 위해 별 수 없이 목숨을 담보로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촬영함)을 보여줬더니 그제야 여기서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다며 지역의 가장 큰 수리센터인 00 사업소로 방문할 것을 부탁했다.


 답답했다. 차엔 이상이 있는 데 카센터에만 오면 멀쩡해진다. 일부러 시간을 내어 카센터에 오지만 수리기사가 살펴볼 때는 내가 는 고장 증상 나타나지는 않는다.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그럴 거면 진작 00 사업소로 가라고 하지, 왜 2번이나 찾아오게 만들었을까 속상했지만 별 내색은 하지 않았다.



결국 00 사업소로 찾아갔고 가자마자 차가 울컥거리는 동영상을 배정된 수리기사에게 보여줬다. 협력 카센터에 갔지만 고장코드가 나오지 않고 차는 rpm이 치솟는 증상이 나온다는 하소연을 했다. 수리기사는 친절하게 수리 절차를 알려줬다. 다시 진단기로 고장코드 여부를 살펴본 후 시운전을 해보겠다고 했다. 정말 다행히도 수리기사와 같이 시운전을 했을 때 rpm이 급격하게 오르내리는 현상이 나왔다. 진단기를(차량용 스캐너를 연결하면 이상 증상을 컴퓨터로 볼 수 있어요) 물려 검사했지만 고장코드는 나오지 않았다. 수리기사는 오토미션에 이상이 있는 건 분명하니 본사와 상의 후 오토미션 교체 여부에 대해 알려준다고 했다. 1시간 정도 흘러 수리기사는 내가 찍었던 고장 동영상을 첨부해서 겨우 본사의 승인을 얻어냈다고 했다. 대신 오토미션은 새것이 아닌 재제조품(리퍼상품으로 이해하면 됨)으로 교환하는 게 본사 방침이라 양해를 바란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찜찜했지만 새것이나 재제조품이나 차만 잘 움직이면 되지라는 생각에 그냥 교체해달라고 답했다.


네이버 QM6 카페에서 관련 글을 찾아봐도 오토미션을 교체했다는 게시글이 많지 않아 걱정했는데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마 보증수리가 아니었다면 최소 300만 원 이상의 비용을 지불해야 했을 것이다. 보증기간이 2년 정도 남아 있어 다행이었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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