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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칠마루 Mar 20. 2024

이젠 더 이상 속지 않을 거야!!

아무 쓸모없는 커패시터(2020. 5월 ~ 2024. 3월)

2019년 1월, 15년 만에 새 차를 샀다. 오랜만의 새 차니 차에 대한 관심이 지독히도 클 때였다. 네이버 카페에 가입해 여러 글을 보며 차에 필요한 여러 가지 튜닝을 했었다. 하체 보강, 에코파워캡(커패시터) 장착, 언더코팅 3가지를 했다. QM6가 전에 타던 차(스포티지 05년식)에 비해 방지턱을 지날 때 많이 쿵쾅거려서 하체보강은 지금까지도 만족하고 있다. 또 하체 부식 방지를 위해 언터코팅한 것 역시 지금까지 아무 문제가 없었고 돈이 들긴 했지만 코팅하길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커패시터(에코파워캡이라는 제품명이 있지만 이 제품에 실망했으므로 제품명을 쓰고 싶지 않다)는 괜히 돈을 들였다는 후회가 됐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아래와 같다.     


난 차를 꽤 신경 써서 관리한다(차 산 후 매뉴얼을 제대로 정독했다. 지금도 궁금한 게 있으면 매뉴얼을 찾아보거나 인터넷으로 관련 지식을 검색한다). 오일류 등 각종 소모품을 매뉴얼에 적힌 가혹주행 조건(보통 수도권이나 도시에 살면 제조사에서 정하는 가혹주행 조건이라고 여기면 된다)에 맞춰 교환하는 스타일이다. 이를테면 엔진오일은 1년 또는 10,000km에 한 번 교환. 타이어는 5년 또는 5만 km에 한 번 교환한다. 타이어 얼라인먼트는 타이어 교환할 때만 한다 등 내가 운전하며 알게 된 배경지식과 매뉴얼에 맞춰 차를 관리해오고 있다. 그에 맞춘 내 차의 배터리 교환 주기는 보통 5년에 1번이었다(그것도 흔히 사용하는 MF-maintenance Free- 유지보수가 필요 없는 배터리를 써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지난 20년 5월에 커패시터를 장착하며 같이 교환했던 배터리가 4년이 채 되지 않아 방전되고 말았다(배터리는 1번 방전되면 수명의 절반이 사라지고 거기서 또 방전되면 원래 수명의 1/4만 남았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편하다). 원래 내가 교환하던 주기보다 1년이나 더 빨리 방전이 되어 무척 황당했다. 방전된 이유가 뭘까? 여러 가지를 생각했다. 에어컨 바람을 빼주는 애프터블로우 때문인가?(애프터블로우로 배터리 방전이 됐다면 아내 차 역시 방전되어야 할 텐데 그것도 아니었다. 아내 차 역시 20년 12월에 배터리를 교체해 나와 비슷한 조건이다. 다만 아내 차엔 커패시터를 장착하지 않았다) 아니면 요즘 내가 짧은 거리만 운행해서일까?(그것도 아니었다. 아무리 짧게 운전해도 보통 20분은 넘겼다. 그리고 아이를 학원에 데려다주는 가까운 거리라 해도 왕복 20분은 걸렸다) 혼자 고민했지만 답을 찾을 수 없었다.     

 

그제 오전에 2시간을 넘게 운전했지만 하루 만에 방전된 배터리를 믿을 순 없었다. 날마다 아이들 학원 때문에 차를 운전해야 하는데 차가 말썽이면 아이들 일정이 제대로 꼬일 게 뻔했다. 웬만하면 방전된 날을 넘기지 않고 교환하는 게 정신건강에 좋을 듯했다(보험사의 긴급출동을 통해 배터리 점프를 했고 시동을 걸었지만 1주일 안에 다시 방전된다에 1000만 원!!!).      


예전부터 배터리는 자가 교체를 했지만 인터넷으로 주문하고 도착하기까지 걸리는 며칠 동안 배터리가 버티지 못할 게 자명했다. 또 배터리 위에 커패시터가 달려 있어 이걸 어떻게 떼고 배터리를 교체할지 막막했다. 이번에는 배터리 출장 업체를 불러 교환하는 방법을 배워야지 생각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커패시터를 버릴 생각까지는 없었다. 커패시터 장착업체에서 5년 동안 쓸 수 있다는 말이 생각이 나서 25만 원이나 주고 설치한 커패시터를 1년은 더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배터리 방전의 원인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배터리 업체를 검색하다 새로운 정보를 얻게 되었다. 동탄 용질라 배터리라고 QM6카페를 통해 유익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분이 올린 정보였다(알고 보니 이 분이 동탄에서 배터리 출장업체를 하고 있습니다, 제가 사는 곳이 그쪽이 아니라 아쉬워요, 여기보다 훨씬 저렴합니다. AGM70을 여기보다 5만 원 싸게 교환할 수 있습니다). 커패시터가 오히려 방전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내가 그동안 읽었던 커패시터 제작업체의 광고와는 다른 주장이었다. 업체 광고에서는 커패시터를 장착하면 전압 안정으로 인해 연비와 출력 상승, 기타 전기를 쓰는 여러 장치의 성능 향상을 예로 들었다. 그건 광고일 뿐 커패시터를 장착한 내 입장에서는 연비나 출력 상승이 아닌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가 커패시터 장착 전보다 우렁차고 힘찬 것만 느껴졌다. 용질라님의 주장은 커패시터가 연비에 끼치는 영향은 미미하고 또 광고만큼 연비에 큰 영향을 끼쳤다면 왜 기존 자동차 제조사에서 새로 만드는 차에 장착하지 않느냐란 의견이었다.      


용질라님의 글을 읽고 일반 배터리와 agm 배터리의 차이, 배터리 고르는 요령을 알게 되었다. 이왕이면 배터리는 새 차에 달려있는 배터리의 용량보다 10~20 정도 더 큰 배터리를 쓰는 게 좋다. 일반 배터리보다는 비싸지만 agm 배터리가 수명도 길고 충전속도도 더 좋다(자동차 전문가가 아니라서 제가 얻은 정보를 전달하거나 체험한 정보를 기록하는 수준입니다. 이 글을 읽고 옳고 그름을 논쟁할 필요 없습니다. 그저 이런 정보가 있구나 생각하세요). 배터리 갈 때 돈이 충분하다면 agm배터리를 쓰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그리고 로케트나 쏠라이트, 델코 등 메이커에 따른 배터리 성능 차이는 없다는 좋은 정보를 얻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일반 배터리 대신 agm 배터리를 써보기로 했다. 지난번에는 일반 배터리 90짜리를 썼지만 이번엔 agm 80으로 바꾸는 것이었다. 전화한 지 20분 만에 배터리 출장 교환업체 사장님이 도착했고 배터리를 교체하는 동안 여러 얘기를 했다. 그러다 방전의 원인이 커패시터라는 걸 확신하게 되었다.      


새로 교체한 로케트 agm80와 먼지 쌓인 보닛, 먼지를 즐겨요, 세차는 2~3달에 1번 합니다


나 : 요새 많이 바쁘시죠?

업체 : 이번 달은 유난히 월요일과 토요일이 바쁘네요, (한창 배터리의 –단자를 분리하며) 배터리는 얼마나 쓰셨어요?

나 : 원래 5년 쓰는데 이상하게 이번엔 4년도 못 되어 방전됐네요

업체 : 아유, 정말 오래 쓰셨네, 차 관리 잘하시나 봐요, 대부분 고객님들은 3년이나 4년 만에 교환하시던데

나 : 인터넷 찾아봤는데 아마 커패시터 때문에 4년도 안 되어 방전된 게 아닐까 추정하고 있어요, 이거 그냥 버려주세요

업체 : 아마 고객님 생각이 맞을 겁니다. 조금 전에도 출장 갔다 온 곳에서 배터리 교환하면서 커패시터 버려달라고 하시던데, 이 일 하면서 만난 분들 모두 커패시터 장착한 거 후회하시더라고요, 비싸지만 제 값 못한다고들 하시네요 

나 : 저만 그런 게 아니었네요     


더 이상 과장 광고에 현혹되지 않기를, 그리고 이번에 비싼 돈 들여 바꾼 agm 배터리는 내 기준인 5년보다 최소 2년 이상은 더 버텨주기를 바란다.     


커패시터 20년 가격 : 25만 원, 현재 가격 : 35만 원, agm 80 출장 교환 가격 : 17만 원

아무 쓸모없는 커패시터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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