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어요
하이원리조트 에스컬레이터에서
2박 3일의 일정으로 정선에서 국내 연수를 하는 동안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첫날은 집와이어(300미터 높이에서 시속 6~80km의 속도로 낙하하는데 속도감이 끝내줬습니다. 부는 바람에 볼 살이 떨리는데 생각만큼 무섭지는 않았습니다) 체험을 하고 메이힐스 리조트에서 묵었습니다. 둘째 날은 하이원리조트 숙소 체크인을 하고 워터파크에서 하루종일 노느라 까맣게 탔습니다. 마지막 날인 셋째 날엔 천천히 체크아웃을 한 다음 케이블카를 타고 점심을 먹은 뒤 삼탄아트마인센터를 방문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다들 아시죠? 계획은 늘 계획으로만 남는다는 걸....(삼탄아트마인 센터는 다음 기회에)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에 도착한 뒤 아이들은 새로운 탈 것을 발견했습니다. 알파인코스터라고 모노레일 위에 달린 카트인데 두 아들이 많은 흥미를 보였습니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케이블카를 타고 출발점으로 내려오고 아이들은 케이블카 대신 차례를 기다려 알파인코스터를 타고 내려올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점점 체크아웃 시간이 다가오자 아내는 아이들을 기다리러 케이블카 출발점으로 가고 저만 숙소에 들어가 짐을 내려놓은 뒤 차를 타고 출발점으로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러 가기로 약속을 바꿨습니다(케이블카 출발점과 숙소는 직선거리로 약 1km, 차로는 3.6km 떨어져 있었습니다). 후다닥 서둘러 짐을 싸고 주차장까지 내려가 차에 적재한 뒤 케이블카 출발점으로 갔습니다. 처음 간 곳인데다가 이미 주변은 차로 꽉 차 있어서 어느 곳에 주차해야 할지 난감했습니다. 2~3분 주변을 돌다 찾은 곳이 1층 의무실 앞이었습니다. 아내를 만났지만 아이들은 갑자기 바뀐 날씨(올라갈 때만 해도 맑았지만 갑자기 비가 오기 시작했습니다)로 인해 20분째 알파인코스터를 타지 못하고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바삐 움직인 데다 목도 마르고 살짝 잠이 오기도 했습니다. 커피 한 잔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는데 건물 한쪽에 무인 커피머신이 있었습니다. 아내와 저를 위해 커피를 기다리던 중이었습니다. 제 뒤편에서 "아, 어떡해, 어떡해"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처음에는 케이블카 차례를 놓쳐서 그러나 보다 생각했습니다. 저는 그리 생각하며 커피머신에서 나온 컵에 얼음을 채우고 다시 커피를 내려받은 뒤 뚜껑을 닫는 일에 열중했습니다. 어, 그런데 점점 소리가 커졌습니다. "아아아악, 00야, 아~" 뒤를 돌아보니 아내도 그 소리를 들었는지 내게 "가봐야 하는 거 아니야" 묻고 있었습니다. 이것저것 생각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양손에 든 커피를 아내에게 주고 10m 뒤편으로 뛰어갔습니다. 아이고, 에스컬레이터에 조그만 여자아이 발이 낄 뻔한 사고였나 봅니다. 제가 들었던 목소리는 발이 낄뻔한 서너 살 남짓하는 아이 엄마의 안타까운 탄식이었습니다. 혹시 아이의 발 상태가 어떤지 몰라 아이 엄마에게 물었습니다.
나 : 도와드릴까요?
아이 엄마 : 아닙니다. 괜찮아요, 조금 놀랐을 뿐이에요
자세히 보니 아이의 신발이나 발 상태도 멀쩡했습니다. 아이도 놀랐는지 엉엉 울기만 하고 있었습니다. 놀라서 뛰어간 것과는 달리 다행히 아무 일 없는 상태였습니다. 저 역시 아이가 괜찮은 걸 확인하고 되돌아 나왔습니다. 만약 아이의 발이 끼었다면 답이 안 나오는 상황이었을 겁니다. 누군가에게 부탁을 해서 에스컬레이터 비상 정지를 하고 아이엄마에게 양해를 구한 뒤 조심스레 아이의 발을 뺄 시도를 했을 텐데 생각만 해도 천만다행이었습니다. 사고는 제가 근무를 하고 있던, 하지 않던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되는 해프닝이었습니다.
에스컬레이터 탈 때는
1. 슬리퍼나 크록스 신지 않기
2. 한 손으로 꼭 손잡이를 잡기
3. 슬리퍼나 크록스를 신었다면 꼭 주의해서 계단에 발을 올리기
4. 타거나 내릴 때 옷이나 신발이 끼지 않도록 주의하기
놀란 아이와 아이 엄마의 마음이 얼른 가라앉기를, 혹시 이 일로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가 생기지 않기를 속으로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가족이 무사히, 재미있게 휴가를 다녀오게 해 주신 주님께 감사기도를 했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들의 일상이 오늘도 평안히 진행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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