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병원 재활의학과에서
지난 9월 말 생긴 통증으로 12월 중순까지 집 근처 정형외과(재활의학과 전문의도 있음)에서 주사 치료(3회)를 받았습니다. 그 병원 의사 선생님은 당분간 약(진통제)을 먹으면서 경과를 두고 보자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렇게 가끔 쑤시거나 저린 승모근 부위 때문에 진통제를 먹으며 지내다 12월 20일쯤 자고 일어났는데 9월에 아팠던 부위(왼쪽 목과 어깨 승모근)에서 통증이 느껴졌습니다. 그와 동시에 어느 정도 회복되었던 왼쪽 팔의 힘이 또 빠졌습니다. 치료받고 열심히 운동해서 오른팔의 90%까지 힘을 쓸 수 있도록 만들어놨더니 다시 원래의 60% 정도만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며칠 동안 예전에 진료받았던 병원을 다시 가봐야 하나 아님 큰 병원을 알아봐야 하나 망설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국립소방병원에서 임시 진료를 개시한다는 문서가 내려왔습니다. 의료진은 서울대병원에서 파견 나오며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재활의학과부터 진료를 시작해서 올 6월부터는 10개 과 이상이 정상 진료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소방관은 서울 송파구에 있는 경찰병원에서 외래 진료가 무료지만 가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무엇보다 진료 예약을 하면 2~3달 뒤에서 진료를 볼 수 있을 정도로 환자가 많이 밀려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일부러 소방병원에 연락해 재활의학과 진료를 예약했습니다.
병원 위치는 충북 음성군 맹동면이었습니다. 운전하며 가는 길이 익숙해서 언제 이 길을 왔었나 생각했더니 소방산업기술원 소방장비센터가 병원 근처에 있었습니다. 5년 전, 그곳에서 1주일간 소방사다리차 교육을 받았고 소방사다리차 자격시험을 치렀던 곳이었습니다.
임시 진료가 시작된 지 며칠이 되지 않아 병원은 한산했습니다. 접수를 받는 원무과에는 6명이 앉을 수 있는 자리에 단 두 분만 앉아있었습니다. 병원 로비에도 이제 막 진료를 마친 듯한 서너 명의 사람이 앉아 있었습니다. 원무과가 있는 1층 현관은 다른 곳보다 어두운 것이 임시 진료 때문에 한가한 병원의 모습을 보여주는 첫인상 같았습니다. 접수를 하고 재활의학과가 있는 곳으로 50m쯤 걸어갔습니다. 지은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건물과 새 비품들이 보였습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게 다 이 병원은 이제 막 문을 열었소라고 알려주는 것 같았습니다. 진료실 앞의 간호사 선생님에게 예약 환자 000가 왔음을 알리고 키, 몸무게, 혈압을 쟀습니다. 어디가 아픈지, 평소 병력 여부를 알리는 3장 분량의 질문지에 생각나는 대로 답을 적었습니다.
그 후 재활의학과 선생님의 진료가 시작됐습니다. 환자가 저 혼자뿐이라 자세한 선생님의 상담이 이어졌습니다. 선생님은 제 말을 듣고는 목디스크 여부를 판별하기 위해 양팔의 움직임, 감각, 힘을 쓸 수 있는 정도를 시험했습니다. 머리를 누르기도 하고 목을 움직이거나 선생님이 직접 내 팔을 잡았을 때 힘껏 밀어내거나 당기는 진찰을 받았습니다. 지금도 목에서 시작된 통증이 어깨를 지나 왼팔로 내려왔다는 걸 얘기하자 의사 선생님은 따로 MRI 검사를 하지 않아도 목디스크가 맞다며 지금은 증상 완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의사 : 지금 00님은 목디스크가 확실히 맞습니다. 목과 어깨에 무리가 가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낮은 베개를 사용하고 딱딱한 바닥보다는 침대 사용을 권합니다. 특히 운동하실 때 왼쪽 팔은 무거운 걸 들지 않는 게 좋습니다. 아무래도 무거운 물체를 들면 어깨와 목에도 힘이 들어가니까요. 철봉에 매달리는 것이 좋은 운동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상체보다는 하체 운동을 하시거나 심폐지구력 운동으로 바꾸는 것도 좋습니다. 1~2달 뒤에 다시 오셔서 경과를 확인하는 게 좋겠습니다. 만약 상태가 안 좋아진다면 수술 여부를 고려해야 될 수도 있으니 꼭 관리 잘하셔서 수술하지 않고 회복되시는 게 주 목표입니다.
00님은 아마도 목에서 나온 가지 신경이 눌린 걸로 판단됩니다. 그래서 통증이나 왼팔 힘이 빠진 걸로 증상이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외상으로 인해 왼팔 힘을 못쓰는 게 아니니 운동으로 좋아질 수 있는 상태가 아닙니다. 아픈 부위를 될 수 있으면 쓰지 않고 쉬어주는 게 00님에게 적합한 치료방법입니다. 지금 상태로는 약 드실 필요는 없습니다. 옆 방에 물리치료사 선생님이 목 운동 방법을 알려주실 거예요. 그거 듣고 가시면 됩니다.
진료를 마치고 다시 옆 방에서 물리치료사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그 선생님은 유튜브에 잘못된 정보가 퍼져 의외로 해야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하는 환자들이 많다며 유튜브 나온 대로 따라 하지 말기를 신신당부하셨습니다. 그 선생님이 가르쳐준 방법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아래 두 가지 운동을 30분에 한 번씩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1. 앉아서 하는 목 운동
목 뒤에 양손을 대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본다 → 심호흡 한 번하고 다시 고개를 내려 원래 위치로 천천히 내려온다
2. 서서 하는 목 운동
허리 뒤에 양손을 받치고 허리를 뒤로 살짝 기울이며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본다 → 심호흡 한 번하고 다시 고개를 내려 원래 위치로 천천히 내려온다
주의할 점으로는 될 수 있으면 아래를 바라보는 등의 동작으로 고개를 숙이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말을 듣자마자 걱정이 생겼습니다. 복싱할 때는 일부러 고개를 살짝 내려야 하는데 어떡하지? 또 집 청소를 하는 30분 내내 바닥을 보며 청소기를 밀어야 하는데 이건 어쩌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고개를 숙이지 않고 살 수는 없으니 최대한 주의를 기울여 빈도를 줄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렇게 모든 진료가 끝났습니다. 다시 병원으로 오는 날은 3월 0일로 정해졌습니다. 그때까지 눌린 신경이 회복되어 지금보다 상태가 호전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진료가 끝난 시간이 점심때가 다 되어 근처 식당을 검색했습니다. 추운 날엔 따뜻한 짬뽕이 제격이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중식당을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도 어딘가 익숙한 것이 낯설지 않았습니다. 아, 5년 전 소방사다리차 자격증 시험을 보러 왔을 때 점심을 먹었던 곳이었습니다. 소방병원에 오니 5년 전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먹음직스러운 짬뽕을 보며 다음 글의 소재로 사다리차 시험 얘기를 써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 예전에 쓰지 않았다면 다음 글은 그 얘기를 쓰지 않을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