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 소방서 차고 안에 있어요
작년 9월 말 목디스크로 인해 왼쪽 어깨 부위가 몇 달간 간헐적으로 통증이 있었고 왼쪽 팔의 힘이 평소의 60%에 머물다가 지금이 되어서야 85% 정도로 올라왔습니다. 턱걸이를 한 번에 8~10개 정도 했었는데 다친 이후로는 몸이 아예 위로 올라가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애를 써도 턱을 바에 걸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점점 상체 운동 비중을 줄여갔습니다. 턱걸이 대신 1분 매달리기 6~7세트를 하고 바벨이나 덤벨도 잘해야 10kg짜리를 드는 게 전부였습니다.
다만 지금 일하는 청사에서는 1층에 제가 주로 생활하는 사무실과 차고가 있고 3층에 식당과 체력단련실이 있어서 점심과 저녁 식사를 하러 갈 때와 19시나 20시경 운동하러 갈 때를 빼고는 매달리기를 하러 가기 힘들었습니다. 간혹 자투리 시간에 턱걸이를 하러 갔다 출동이 걸려 3층에서 1층까지 부랴부랴 내려오는 일을 몇 번 경험한 후로는 정해진 시간 외엔 턱걸이나 매달리기를 하러 올라갈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8개월쯤 지나 소방서의 각종 장비를 담당하는 윗분과 운동을 같이 할 때가 있었습니다. 이때다 싶어 그 팀장님께 장비 구입을 요청했습니다.
나 : (트레드밀에서 한창 걸으며) 팀장님, 저 요청 하나만 해도 될까요?
팀장님 : (바로 옆 트레드밀에서 한참 걷고 있다가) 네, 말씀하세요
나 : 1층에서 3층까지 운동하러 오기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1층 차고 빈 공간에 턱걸이 기구를 하나 놔뒀으면 합니다. 공간도 많이 차지하지 않고 오다가다 센터 직원들이 체력단련하기 좋을 듯합니다.
팀장님 : (잠시 생각하시더니) 네, 업무 담당자랑 얘기해 볼게요
담당 팀장님에게 말씀을 드린 지 이틀이 지나 물품 업무담당자인 후배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같은 센터에서 근무한 터라 이것저것 물어보기 수월했습니다. 후배는 팀장님께 센터에 가서 구체적으로 원하는 것을 들어보고 사주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어떤 걸 원하는지 물품 구입 요청이라는 문서 형식으로 알려달라고 했습니다. 공무원들은 함부로 예산을 쓸 수 없습니다. 목적에 맞는 예산 사용과 예산 사용내역이 명확하게 문서로 처리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문서를 결재하는 윗분들이 보시기에 꼭 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도록 신경써서 내용을 썼습니다. 나름 고심해서 작성을 하고 여러 번 검토한 후 옆자리 후배들에게 읽혀봤더니 괜찮다는 평이 나왔습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새 턱걸이 기구가 센터에 도착했습니다. 그림을 보고 만드는 능력이 떨어져서 후배 둘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약 30분의 시간이 걸려 탄생한 턱걸이 기구 사진입니다. 아직 마음껏 턱걸이를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딥스나 매달리기 등 최대한 다른 운동을 해서 턱걸이 가능 시기를 당겨보려고 합니다. 소방관인 우리에게는 체력향상이 곧 일을 잘하기 위한 밑거름이니까요. 봄을 맞아 운동하시는 모든 분들 다치지 말고 힘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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