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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칠마루 Jul 20. 2022

자전거 타다 다쳐본 적 있어요?

총 2번의 부상(2018. 8월 말, 2022. 6월 초)

초등학교 5학년 때 자전거 타기를 배웠다. 다른 친구들은 모두 두 발 자전거를 타고 씽씽 다니는데 나 혼자서 자전거를 못 타니 뜀박질로 쫓아가기엔 자전거는 너무나 빨랐다. 짧은 거리는 어떻게든 따라잡는다 해도 조금만 거리가 멀면 달리기로 자전거를 따라잡는 건 무리였다. 남들처럼 멋있게 자전거를 타고 싶었다. 골목 공터에서 1시간 정도 연습했을까? 그제야 자전거 두 바퀴를 온전히 굴릴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처음 자전거를 타게 됐다.     


골목 안이나 학교 운동장 같은 곳은 자전거로 아무 거리낌 없이 달릴 수 있었지만 사람이 다니는 골목길이나 차도와 인접한 인도를 자전거로 지나는 것은 어렵게만 느껴졌다. 어느 날, 친구들 4~5명이 다 같이 자전거를 타고 옆 동네로 놀러 가고 있었다. 다들 차도와 인도 사이를 요리조리 잘 피해 가며 다니는데 난 자전거를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을 때라 일행의 맨 마지막에서 혼자 끙끙대며 앞선 친구들을 힘겹게 따라가고 있었다. 그러다 횡단보도 신호등이 켜졌고 친구들을 뒤처진 날 확인하지도 않고 바로 건너가 버렸다. 나 역시 늦을까봐 서둘렀지만 초록불이 들어온 횡단보도에는 길을 건너는 사람이 많았고 내 실력으로는 자전거로 비집고 들어가기는커녕 되려 건너지 못한 채 횡단보도 앞에서 멈추게 됐다. 초록불이 끝나갈 무렵, 성질 급한 어느 운전자가 먼저 튀어나왔고 난 그 차와 부딪힐 뻔한 걸 간신히 피할 수 있었다. 그 일이 기억에 오래 남아선지 그 사고가 일어날 뻔한 뒤로는 자전거는 쳐다도 보지 않았다.      


그렇게 자전거는 뒤로 하고 군대 가지 전까지 한동안 운동과는 담을 쌓고 지내고 있었다. 군대 가서 킥복싱 챔피언인 후임을 만난 뒤로 운동을 시작했다. 제대할 때까지 1년 3개월 동안 꾸준히 운동을 하며 매번 힘들 때마다 루스벨트의 말을 되새겼다. “당신은 자신이 하지 못한 다고 생각하는 그 일을 해야만 한다.” 그 말을 마음에 새기고 제대한 후 내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도전했다. 첫 번째 목표가 수영하기(해양경찰이지만 수영 못합니다. 그래서 배웠습니다)였다. 그리고 두 번째로 다시 자전거 타기에 도전했다. 이번에는 어렸을 때처럼 사고가 날뻔한 경험은 다시 하고 싶지 않았다.       


식자재 도매상에서 아르바이트하던 친구에게 자전거를 빌렸다. 그 친구도 다른 친구에게 받은 거라고 했다. 그 자전거는 처음 보기에도 외관상 만들어진지 5년은 훨씬 넘어 보였다. 브레이크도 헐거웠고 기어 변속 레버도 고장 나서 간단하게 정비를 받아야 했다. 2000년도 기준으로 1만 원 정도 정비비가 들었다.      


정비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걸음마를 하는 아이처럼 조심조심 자전거를 몰았다. 내가 일하던 식자재 도매상에서 집까지의 거리는 약 5km였다. 지금처럼 자전거 전용도로가 있는 게 아니어서 인도로만 다녀야 했다. 아마 집까지 30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그리고 다음 날 도매상으로 출근하는 데 또 자전거를 이용했다. 처음이 어려웠지, 한 번 해보니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고 오히려 재미있었다. 그로부터 약 1달 동안 출퇴근할 때 자전거를 이용했다. 그렇게 한 번 두 번 쌓은 경험으로 대학 졸업 때까지 대부분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버스비를 절약했었다.     


시간이 흘러 2018년 소방관 9년 차 때다. 집과 회사의 거리가 지금까지 최소인 3km였다. 걸어가면 25분쯤 걸리고 특히 비 오는 날엔 신발과 바지가 온통 젖기 일쑤였다. 서울로 출퇴근하는 아내가 차를 써야 해서 난 몇 달간 걸어서 출퇴근하다 싸게 자전거를 입양했다.      


그때가 시작이었다. 로드 자전거 3달 → MTB로 바꾼 지 얼마 안 되어 한창 재미있게 탈 때였다. 2018. 8월 어느 날, 주간 근무(오전 9시~오후 18시)를 마치고 같이 구급차를 타는 후배들과 저녁을 먹었다. 한창 내린 집중호우가 끝난 다음 날이라 홀가분한 마음도 있었다. 센터 사무실에 자전거를 놔두고 온 상태라 후배 차를 타고 다시 사무실로 돌아왔다. 한사코 후배가 만류를 했다. 이제야 비가 그쳤으니 자전거는 놔두고 가라는 얘기였다. 난 괜찮다며 천천히 조심히 갈 테니 너희들 먼저 가라고 하고는 자전거를 끌고 나갔다. 사무실 뒤편에 바로 자전거 도로가 있어서 나가는데 30초면 충분했다. 그리고 내리막길을 가는데 어라, 갑자기 모래와 자갈로 길바닥이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한창 내리막길에서 내려가는 상태라 속도는 35km/h 정도였을 텐데 안 다치려면 그 상태 그대로 내려가야 했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미끄러지니까 반사적으로 양손 모두 브레이크를 잡았다. 빠른 속도로 내려가는 중 브레이크를 잡은 결과 뒷바퀴가 공중으로 들렸고 난 그 상태로 180도 회전하며 공중에 2~3m쯤 떠 있었다. 그리고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양 팔꿈치가 부러지고 이마와 양쪽 다리에 찰과상을 입었다.      



공중에 붕 뜬 상태에서 제일 먼저 “얼굴 다치면 돈 많이 드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얼굴 쪽은 이마 찰과상이 전부였다. 땅바닥에 떨어지고 30초쯤 지나서 몸을 추스를 수 있었다. 그때는 팔꿈치가 부러진 줄 몰랐다. 그 상태에서 피를 닦으며 집까지 왔고 당장 병원에 가자는 아내를 만류하며 잠을 자게 됐다. 그냥 단순히 팔꿈치 쪽 인대가 부은 줄로만 생각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양 팔꿈치가 부어오르면서 아프기 시작했다. 옆으로 돌아누울 수도 없었다.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날이 밝자마자 바로 병원으로 달려갔다. 정형외과 진료 결과 팔꿈치 왼쪽은 3조각, 오른쪽은 2조각으로 예쁘게 부러진 상태라 수술할 필요는 없지만 당장 입원해야 한다고 했다. 아내 혼자 아이 둘을 돌보고 강의까지 할 수 없어서 장모님이 급하게 우리 집으로 올라오셨고 난 1주일간 입원 생활을 시작했다. 양팔이 부러진 상태니 아내가 와야 제대로 밥도 먹을 수 있고 이도 닦고 씻을 수도 있었다. 다친 팔이 낫기까지 2달 정도 병가를 썼고 예전처럼 턱걸이를 하기까지 재활하는데 1년 정도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4년이 지난 얼마 전, 역시 비가 갠 다음 날이었다. 퇴근길에 신나 하며 자전거를 탔다. 그날따라 다치려고 그랬는지 집을 지나쳐 몇 km만 더 타고 들어가자는 생각이 들었다. 목표로 했던 거리를 채우고 집으로 방향을 돌리는 중 꽈당하고 넘어졌다. 이번엔 왼쪽 팔꿈치와 무릎 찰과상에 왼쪽 어깨 타박상을 입었다. 팔꿈치와 무릎 찰과상이 조금 심해서 1주일 넘게 듀오덤 같은 밴드를 붙여야 했다. 땅바닥에 부딪힌 왼쪽 어깨는 심하게 부딪혔는지 1달이 넘은 지금도 욱신거려서 상체운동을 쉬어야만 했다.     


이렇게 2번이나 자전거를 타다 다치게 되니 이젠 속도를 내는 게 무서워졌다. 그리고 아내의 말을 잘 따르게 됐다. 다치게 된 두 번 모두 아내가 자전거 타고 가지 말라는 걸 내가 괜찮다고 우겨서 탔던 거라 뭐라 변명할 말이 없었다. 여름에 신나게 자전거 타시는 분들 속도는 조금만 내시고요, 아내 말 잘 들어서 저처럼 다치지 마세요! 회복기간 내내 구박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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