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근 교수의 백년허리를 읽고 나서
6월 말인가 7월 초인가 정선근 교수님이 나온 유퀴즈라는 프로그램을 보게 됐다. 근 10년째 요통으로 고생하는 내게 안성맞춤인 프로그램이었다. 교수님은 그동안 내가 해왔던 데드리프트, 백 익스텐션(땅바닥을 보고 누운 자세에서 상반신 일으키기), 고양이 자세 등 여러 운동이 허리를 망치는 것이라는 말씀을 하셨다. 어쩐지 운동을 꾸준히 했어도 아픈 허리는 낫질 않았고 자고 일어나면 아무 이유 없이 허리가 아팠었다. 이제야 그 통증의 이유에 대해 알게 됐다.
원래 TV를 보기 전부터 정선근 교수님이 쓴 책(백년허리)은 알고 있었다. 그동안 혼자 운동 관련 책을 여러 권 사보면서 느낀 것은 생각만큼 좋은 책이 없다는 것이었다. 단순한 사실 나열이나 운동법과 간단한 설명만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백년허리란 책을 읽어보지도 않은 채 여러 번 운동 관련 책을 사서 봤던 경험에 비춰 다른 책과 비슷할 거라고 짐작만 했었다. 그저 인터넷 검색만 해서 허리 스트레칭하는 부분만 찾아봤을 뿐이었다. 그런데 이 책에 내가 허리에 안 좋은 운동을 하고 있었는지 알려주는 내용이 나올 줄은 몰랐다.
그 TV 프로그램을 보고 난 후 바로 백년허리 책을 구입했다. 프로그램에 나온 내용이 좀 더 구체적으로 소개되어 있었다. 나같이 등 근육 보강 운동을 많이 했던 사람들이 오히려 그 운동 때문에 허리가 더 나빠졌을 거라는 내용이 나왔다. 그동안 내가 했던 운동 프로그램을 모조리 바꿨다. 마침 빗길에 자전거를 타다 미끄러져 어깨와 무릎을 다치는 바람에 1달 가까이 운동을 쉬어야 했다. 그래 이번 기회에 지긋지긋한 허리 통증에서 벗어나 보자.
책을 읽어보니 나처럼 허리 아픈 사람들은 맥킨지 스트레칭을 하거나 걷기와 달리기를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하는 편이 가장 좋다고 했다. 그동안 좌전굴(앉아서 앞으로 상체 구부리기)이 소방관 체력평가에 포함되어 있어 꾸준히 스트레칭을 해왔는데 이번 기회에 과감히 좌전굴을 포기했다. 몸의 유연성보다는 허리가 아프지 않은 게 훨씬 더 중요하다. 허리가 낫는데 빠르면 6개월에서 1년이 넘게 걸리지만 다치는 데는 10초면 충분하다는 말씀도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정말 보수적으로, 안전함을 최우선으로 해서 운동방식을 바꿨다. 기존에 내가 하는 운동방식은 Circuit training이라고 예전 국가대표 선수들이 하던 운동법을 인터넷에서 정보를 얻어 내 입맛에 맞게 바꾼 것이었다. 책에서는 턱걸이나 스쿼트 같은 운동을 추천했다. 하지만 이유 없이 오래 앉아있으면 허리가 불편한 나는 일단 스쿼트도 제외하고 더 안전한 방법을 골랐다.
새로 바꾼 운동 프로그램을 항상 똑같이 하지 않는다. 요즘처럼 날씨가 더울 때면 바깥에서 걷는 것 대신 아파트 계단을 2~3번 오르내릴 때도 있고 무릎이 뻐근할 때면 자전거나 달리기 대신 줄넘기를 30분 정도 할 때도 있다. 가끔 힌두 푸시업을 10개씩 3세트 정도 한다. 이상하게 자전거 타다 넘어져서 어깨를 다친 이후로는 턱걸이를 하는 건 괜찮지만 푸시업을 하는 건 아직까지 뻐근하기도 있고 살짝 아플 때도 있다. 그래서 살살 달래 가며 푸시업을 한다.
집에서 턱걸이를 하기 위해 문틀에 고정시키는 턱걸이 봉을 샀다. 아내는 문에다 봉을 고정시키는 게 보기 싫다며 손사래를 쳤지만 난 먹고살기 위해 꼭 필요한 물건이라며 강하게 내 의견을 얘기했고 아내는 못 이긴 척 내 말에 따라 주었다. 요새는 둘째 아이 방문에 달아놓은 턱걸이 앞을 지날 때마다 꼭 5개 이상씩 턱걸이를 한다. 한 번에 많이 하는 것도 좋지만 나 같은 40대 중반은 하나를 하더라도 제대로 하는 것이, 그리고 조금씩 나눠서 자주 하는 편이 더 낫다.
오늘도 난 어여쁜 울 아내의 남편이자, 귀여운 두 아들의 아빠로서, 그리고 대한민국 소방관으로 열심히 땀을 흘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