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8. 14 ~ 8. 16
8월 13일 토요일은 근무 날이다. 내가 일하는 소방서는 하루 24시간을 온종일 근무하고 근무가 끝나면 이틀을 연달아 쉬는 방식으로 일하고 있다. 그래서 교대근무 어플을 설치해 오늘이 근무 날인지 아닌지 늘 확인한다. 공휴일이건 주말이건 내겐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일반 직장인의 삶을 살았을 때는 휴일이 중요했지만 소방관이 된 이후로는 오늘이 근무하는 날이냐 쉬는 날이냐 그것만 생각하게 된다.
토요일 역시 평소와 별다를 일 없는 근무를 하고 있었다. 결혼 19년 차가 되니 아내는 중요한 일이 아니면 근무 날에 전화하지 않는다. 그래서 근무 중 집에서 전화가 올 때면 나도 모르게 긴장한 채로 전화를 받게 된다. 19시쯤 걸려온 전화에서 들리는 아내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아내 : (잔뜩 쉰 목소리로) 내가 몸이 안 좋아
나 : 몸살 났어?
아내 : 목이 많이 쉬었고 힘드네,
나 : 그래서 내가 뭘 하면 될까?
아내 : 혹시 지금 조퇴할 수 있어?
나 : (내가 약간 얼버무리자) 글쎄, 일단 물어봐야 함
아내 : 흠,,, 일단 내가 더 참아보고 정 안 되겠으면 다시 연락할게
아내는 아이들은 아픈 데 없이 잘 놀고 있고 자신만 감기몸살이 심한 것 같다며 전화를 끊었다. 일단 참아보겠다고 했으니 정말 안 좋은 상태면 다시 전화가 오겠지 생각하며 계속 일하고 있었다. 다음날인 일요일 새벽 5시경 다시 카톡이 왔다. 아내가 자가진단검사를 했더니 코로나 양성이 나왔다며 퇴근하자마자 바로 집으로 오라는 내용이었다.
퇴근 후 집에 오니 일요일 오전 9시 30분이다. 서둘러 진료 중인 병원을 알아보고 집 근처 10분 거리의 내과에 갔다. 온 가족이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를 하니 아내만 양성이고 아이 둘과 난 음성이다. 아내는 20일 24까지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서둘러 집에 돌아와 안방을 비웠다. 아내가 혼자 격리를 하게끔 안방 정리를 마치고 아이 둘은 집에서 놀라고 한 후 혼자 마트에 들렀다. 1시간쯤 걸려 아내가 먹을 죽, 아이들 먹거리 등을 준비해 돌아왔다.
아내가 있는 안방에서 베란다로 창문을 열어놓을 수 없으니 환기설비를 계속해서 틀어놓았다. 아이 둘과 난 안방을 뺀 나머지 공간을 활용해 지냈다. 아이들이 코로나에 걸리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하며 매 끼니마다 아내가 먹을 죽을 챙겼다. 그렇게 14일 일요일이 지나갔다.
다음 날 아침 15일 오전 9시, 확진자의 밀접 접촉자로 아이 둘과 내가 집 근처 하남시 보건소에서 PCR 검사를 받았다. 코로나 검사를 마치고 돌아오는데 둘째가 춥다는 말을 했다. 둘째의 이마를 만져봤지만 미열이었다. 어제 에어컨을 많이 틀어서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다. 그때만 해도 둘째가 코로나에 걸렸으리라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집에 돌아와 다시 아내와 아이 둘의 점심을 챙겼다. 오후 4시쯤 되자 둘째가 이상하게 힘들어한다. 체온을 재보니 38도였다. 혹시 몰라 나와 아이 둘 자가진단키트로 검사를 하니 아이 둘은 양성, 나만 여전히 음성이다. 다행히 큰 아이는 멀쩡했지만 둘째는 머리와 배가 아프다며 울고 있다. 진료 중인 병원을 알아봤지만 연락이 되는 곳은 2군데 뿐이었다. 나머지는 인터넷에는 진료 중이라고 나와있지만 전화 연결조차 되지 않았다. 그나마 연락되는 곳에서도 오후 6시까지만 진료하는데 이미 대기 중인 환자가 많아 오늘 진료하기는 힘들다며 난색을 표했다. 병원 진료를 포기하고 집에 갖춰놓은 해열제로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
아세트아미노펜과 이부프로펜을 교대로 먹였다. 저녁이 되니 그나마 멀쩡했던 첫째도 슬슬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이젠 4명의 가족 중에 코로나에 걸린 사람이 3명, 안 걸린 사람은 나밖에 없다. 격리 중인 아내가 안방에서 풀려났고 가족 모두 마스크만 쓰고 자유롭게 지내기로 했다. 코로나에 강한 건 나뿐인가 보다, 아버지를 비롯한 누나, 남동생 모두 동거 가족이 모두 코로나에 걸렸지만 본인들만 멀쩡히 잘 지냈다고 나 역시 괜찮을 거라는 아버지의 전화가 왔다. 새삼 코로나에 강한 유전자를 물려준 아버지께 감사했다.
이틀 동안 아내의 병구완을 했던 난 피곤이 몰려와 저녁 9시 이후부터 다음 날 오전 아내가 깨울 때까지 잠들어버렸다. 내가 잠든 사이 아이를 돌보는 일은 아내의 몫이었다. 코로나에 걸린 아내가 아이 둘 모두에게 약을 먹였고 그래도 열이 떨어지지 않아 미온수 마사지(아이들이 열이 내리지 않을 때 집에서 할 수 있는 간단한 응급처치, 손수건에 미지근한 물을 적셔서 아이 상반신을 닦아준다. 2~30분 하면 아이의 체온이 2도쯤 내려간다)까지 했다. 아내는 밤을 꼴딱 지새웠고 그 덕분에 난 편히 잤다. 미안했다.
16일 오전 화요일 아침, 드디어 평일이다. 어제처럼 진료 중인 병원을 찾아 헤매지 않아도 된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코로나 때문에 숨이 가쁜 경우 수액 치료를 받으면 증상이 괜찮아진다는 후기들이 있었다. 수액 치료의 비용이 궁금했으나 병원에서는 원장님과 상의하라는 말뿐이었다. 아내와 첫째 아이가 숨이 살짝 가쁘다는 말을 해서 9시가 되자마자 그 병원으로 달려갔다. 수액 치료의 비용은 1명당 25만 원이다. 실비보험 지원이 된다지만 꽤 비싼 금액이다. 코로나로 인한 심근염이나 심낭염을 조기 발견할 수 있다고 하는데 살짝 미심쩍긴 했다. 아내 역시 보험 지원이 되면 3명의 수액 치료비가 75만 원에서 7만 원으로 줄어들지만 망설여진다고 했다. 상의 결과 오늘은 진료만 받고 수액치료는 나중을 기약했다.
이젠 코로나로 인해 이번 주로 잡아놓은 예약을 바꿔야 할 시간이었다. 원래 우리 가족의 여름휴가는 17일부터 19일로 포천의 글램핑장에서 지낼 예정이었다. 작년에 카라반 캠핑을 했던 곳인데 캠핑장 안에 작은 수영장이 있어 즐겁게 휴가를 보냈었다. 인기가 많은 곳이라 올해 휴가에 맞춰 예약하려고 많이 노력했었는데 숙박 하루 전인 오늘 아쉽게 취소 전화를 해야 했다. 아내의 쉬어버린 목소리를 들은 글램핑장 사장님은 하루 전 취소라 원래 위약금을 받아야 하지만 전액 환불해주셨고 오히려 아내의 쾌유를 기원해 주셨다. 기분 좋게 통화를 마친 아내는 코로나가 나으면 꼭 가자며 전의를 불태웠다.
16일 정오, 둘째는 잠들었고 첫째는 책을 보고 있다. 아내는 피곤하지만 잠을 못 자고 여기저기 전화해서 병원을 알아보고 있다. 오후 2시, 집에서 200m 떨어진 있는 병원에서 수액 치료를 받는 게 좋겠다고 한다. 집 근처 병원이 가기도 편하고 훨씬 금액도 저렴했다. 아무래도 아이 둘 모두 38~40도 사이의 고열(약을 먹어도 열이 쉽사리 내리지 않음)이라 아내는 수액이라도 맞아 빨리 열이 내렸으면 하는 눈치다. 병원 선정이 끝나니 이제야 조금 쉬나 보다. 본인도 잠을 못 자 많이 힘들텐데.
이렇게 이번 주 계획했던 여름휴가 글램핑은 코로나 때문에 저 멀리 날아갔다. 코로나가 나은 후 다음 기회를 노려야겠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