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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칠마루 Oct 21. 2022

퇴직 후엔 뭐 먹고살지?

어느 가장의 요즘 최대 고민

어렸을 때부터 난 미리 준비하는 것을 좋아했다. 초등학교 때, 학교 가기 전날 책가방을 싸고 다음 날 입을 옷까지 정해놓은 후 자고 일어나 씻기만 하면 바로 학교로 출발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는 했다. 아마 아버지의 가르침 때문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걸 즐거운 마음으로 따랐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그게 몸에 밴 후부터는 뭐든지 시작하기 전에 준비를 완벽하게 끝내야 내 마음이 편해졌다.      


영업사원으로 취직하고 난 뒤에 보게 된 선배의 모습을 보고 한동안 실망했었다. 15년 차인데 그 연차에도 너무나도 조심스레 의과대학 교수님의 방을 노크하며 매달 영업실적을 채우기 위해 고생하는 모습이 눈에 밟혔다. "이 일은 오래 해도 어쩔 수 없구나". 명확한 한계를 제대로 느낀 계기였다. 그 선배의 모습이 10년 뒤 내 모습인데, 내 나이 40대 중반에 의사 선생님들을 만나기 위해 조심스레 연구실 문을 노크하는 모습을 상상하자 몸서리치게 싫었다. 그래서 그 직업을 떠나 소방관이 됐다.      


소방관이 되고 나서는 나무랄 데 없이 좋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경험이 쌓이고 그 경험으로 인해 난 더 노련한 소방관이 될 수 있었다. 다만 60세 퇴직 후 연금을 받는 65세까지 5년간의 소득 공백만 빼면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준비를 시작했다. 아무 준비 없이 퇴직 후의 삶을 앉아서 맞이할 수는 없었다. 지금 뭐라도 준비해야 할 게 아닌가? 시간이 지날수록 돈도, 여유도 없어질 건 분명하다.      


그 5년의 공백을 어떻게 버텨야 하나? 먼저 퇴직하신 분들이 어떻게 생계를 해결하나 알아보았다. 퇴직하신 선배들의 모습은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소방시설 관련 업체 취직과 운수업 종사자 그 두 모습이 대부분이다. 모든 건물에는 소방시설이 있고 그걸 해마다 점검한 후 결과를 소방서에 꼭 제출해야 한다. 그래서 정년퇴임 이후 소방업체에 들어가 연봉 3~4천을 받고 소방서를 대상으로 하는 대관 업무를 담당한다. 물론 그 연봉의 배 이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들었다. 노후된 소방시설을 뜯어고쳐야 하는데 건물주는 돈을 들이기 싫어하고 소방업체에서는 어찌 됐건 자기들이 계약한 기간 동안 별문제 없이 넘어가면 된다. 건물주, 소방업체, 소방서 사이에서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조율하는 일 말이 쉽지, 퇴임 이후에도 소방 관련 일로 먹고살기는 싫었다.     


운수업 종사 역시 크게 2가지다. 택시 운전이나 포터나 라보 같은 화물차를 이용해서 간단한 화물을 운송해주고 운임을 받는 일이다. 얼마 전 퇴직하신 팀장님은 화물운임표를 들고 다니며 하루 6시간씩 일하면 한 달에 200만 원은 거뜬히 벌 수 있다고 자랑스레 말씀하셨다. 택시 운전은 개인택시 면허만 1억 이상에 차까지 하면 1억 3천만 원 이상은 투자해야 한다. 나로선 쉽지 않은 선택이다.     


하지만 퇴직한 이후조차 어딘가에 매인 채로 살고 싶지 않다. 그때부터는 병원비도 많이 들 테고 아이들 결혼도 시켜야 할 텐데 그 돈을 어찌 벌어야 하나? 요새는 남는 시간에 퇴직 후 어떻게 돈을 벌지, 어떤 일을 해야 시간 대비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을지 찾고 있다.      


물론 지금의 나는 집 사느라 얻은 빚만 잔뜩 있고 예금이나 적금은 아예 없으며 주식이나 건물 같은 자산은 집 한 채 말고는 아예 없다. 그렇다고 코인이나 주식 같은 투자는 거들떠보지 않을 것이다. 그쪽엔 살짝 발을 담가봤는데 나와는 맞지 않는 일이었다. 암튼 퇴직 후의 먹거리를 찾게 된다면 모든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을 예정이다. 나의 퇴직 후 5년을 오롯이 책임질 사람은 나 밖에 없기에 오늘도 먹거리를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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