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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칠마루 Oct 27. 2022

아내에게 쓰는 편지

18주년 결혼기념일과 00번째 생일을 축하하며

벌써 결혼한 지 18년이 지났네, 그리고 그대의 나이도 어언 40대 중반을 향해 가고 있네. 우리가 20대 중반에 만나 결혼한 게 엊그제 같은데 시간이 이리 빨리 지나갈 줄이야.    

  

그동안 나랑 사느라 고생 많았어. 재테크와는 담쌓고 지내는 남편 덕에 집을 얻는 것도 늦었고 벌어놓은 돈보다는 빚이 많아졌어, 더구나 중간에 회사까지 그만두며 공부하는 나를 1년 6개월이나 먹여 살리느라 힘들게 살림을 꾸린 것 모두 고마워.      


그리고 2명의 예쁜 아이들까지 낳고 기르느라 정말 정말 고생 많았어. 애를 키우는 게 9할은 엄마 몫의 고생이라는 걸 애를 키우면서 알게 되었어. 애들 챙기느라 10년 이상 밤잠 제대로 못 자고 피곤한 상태로 아침에 출근한 것도 알아. 그때 알면서도 고생 많다며 한마디라도 따뜻하게 얘기했어야 했는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지나쳐서 미안해.     


요즘 우리가 다투기도 많이 했지? 뾰족하게 말을 하는 나 때문에 상처 많이 받은 것 알아, 미안해, 고치려고 하는데 뜻대로 되지 않네. 그래도 더디지만 조금씩 예쁜 말을 하도록 노력할게.    

 

오늘이 생일인데 미역국 안 끓이고 지나가서 미안, 대신 나 퇴근하는 내일 케이크로 대신하면 안 될까? 이번 생일은 이렇게 편지로 대신하지만 내년 생일에는 아니 5년 뒤 생일에는 우리도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와인잔 부딪히며 생일 축하 파티를 해보자! 살앙해!(우리 부부만의 사랑해란 말입니다, 예전 연애할 때 오타로 썼던 걸 아직도 웃으며 쓰고 있네요)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애들 잘 키우며 살자! 내일 퇴근하고 봐!


아~~~~~~~ 최대한 담담하게 쓰려고 했는데 진짜 쑥스럽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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