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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칠마루 Dec 14. 2022

큰 아들의 입속엔 600만 원이 넘는 철도가 깔려 있다

2022. 8월 어느 날

원래는 큰 아들이 교정하려고 치과에 간 게 아니었다. 작은 아들의 입 모양이 조금 튀어나와 있어서 교정 여부를 확인하려 치과에 갔었다. 치아교정은 집 근처에서 하는 게 좋다는 말을 주변에서 많이 들었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온 가족이 치과에 들어섰다.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왔다. 작은 녀석은 3학년이라 아직 1~2년 정도 지켜봐야 하는 단계고 우리 부부가 맘을 놓았던 큰 아이가 심각한 상태니 빨리 교정을 시작해야 한다는 진단 결과가 나왔다.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평소 우리 부부가 보아왔던 큰 아이는 밥이며 고기 등 잘 먹는 아이였다. 오히려 딱딱한 음식을 잘 먹지 않는 둘째가 큰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오판이었다. 치과에서 큰 아이 입 모양 본을 떴고 결과를 확인할 때는 깜짝 놀랐다. 윗니가 앞으로 튀어나와 있어서 아랫니와 제대로 맞물리지 않았다. 치과용어로는 부정교합이라고 했다. 큰 아이는 그동안 대충 음식물을 씹고 삼켜왔던 것이었다. 아이와 비슷한 사례의 사진을 올린다. 이걸 보면 이해하기 쉬을 것이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사실 이 일엔 아내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아내는 어렸을 때부터 치과를 지겹도록 많이 다닌 사람이었다. 오죽하면 신경치료를 받으면서도 본인은 잠을 잔다는 경지에 이르렀을 정도다. 실은 장인어른 쪽 친지들이 치아가 아주 좋지 않은 편이다. 본인 이빨을 쓰시는 분이 거의 없고 대부분 틀니나 임플란트를 하신 분들이다. 아내는 그런 장인어른의 피를 이어받아, 어렸을 때부터 충치와 각종 신경치료를 해왔고 임플란트도 벌써 2개째다. 그리고 어렸을 때 부정교합으로 교정받았던 경험이 있다는 얘길 했었다. 맞다. 그러고 보니 연애할 때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때는 그리 심각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한참 눈에 콩깍지가 씌었을 때인데 치아 교정이 얼마나 대수로운 일이었겠나 싶다. 하지만 그로부터 20년이 넘은 지금 큰 아이가 돌출입에, 부정교합으로 교정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되니 아내를 조금은 원망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아내에게 장난으로 “결혼한 거 반품하고 싶다”라고 했더니 아내 역시 날 반품하고 싶다고 되받아쳤다. 되로 주고 말로 받았다. 그냥 그렇게 웃으며 넘겼다.      


그렇게 석고로 만든 큰 아이 입모양 본을 본 뒤에는 더 이상 치료를 미룰 수 없었다. 큰 아이 교정치료 순서는 다음과 같다. 1. 아랫니에 교정을 한다(흔히 어렸을 적 얘기로는 철도를 깐다는 표현을 썼다) → 2. 이빨 2개를 뺀다(아랫니인지 윗니인지 정확하지 않다) → 3. 다시 윗니 교정을 한다. 지금 큰 아이는 윗니까지 모두 교정장치를 부착한 상태다. 앞으로 2~3년 동안은  그 장치를 달고서 살아야 한다.      


교정치료를 시작한 이후로는 음식을 먹으면 치아 사이에 음식물이 잘 끼기 때문에 양치를 신경 써서 해야 한다고 치과에서 큰아이에게 교육을 시켰다. 그 결과 매일 아이가 제대로 이를 닦았는지 확인하는 것도 하루 일과 중 하나가 돼버렸다. 칫솔 가운데 부분이 V자형으로 파인  교정칫솔을 써야 하고 이 닦는 데 걸리는 시간도 10분 정도 걸린다. 그런데 아이는 그게 싫었나 보다. 가끔씩 큰 아들은 자기 이빨인데도 이 닦는 게 그렇게 귀찮은지 대충 처리할 때가 있다. 그때마다 야단을 치지만 제대로 닦이지 않은 입안을 보고 안타까운 건 오로지 부모일 뿐이다. 나 어렸을 때도 부모님은 이런 마음이었겠지 혼자 위안을 삼으며 피식 웃어넘길 때도 있지만 화를 내며 아이를 꾸중할 때도 있다.


이래저래 큰 아이의 교정 치료비는 600만 원을 넘겼다. 그리고 내년이나 내후년엔 둘째의 교정 치료가 예정되어 있다. 월급 빼고 모든 게 다 가격이 오르는데 이젠 교정 치료비까지, 나갈 곳은 많고 들어올 건 정해져 있고 정말 로또 당첨이 간절해지는 요즘이다. 아이를 키우는 세상의 모든 부모님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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