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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칠마루 Mar 20. 2023

빚에 쪼들린 아버지의 사후를 대비하며

상속포기, 한정승인

상속포기란 상속인의 지위를 포기하는 것으로, 재산과 빚 모두 물려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상속은 재산 상속만이 아니라 채무도 상속된다. 따라서 상속 재산이 하나도 없더라도 피상속인이 채무를 지고 있는 때는 상속인들이 그 채무를 상속하게 돼 이를 변제해야 하는 의무를 지게 된다. 이 경우 상속인은 상속포기나 상속한정승인을 택할 수 있다.     

상속받을 재산보다 채무가 더 많을 경우 상속인은 재산과 채무를 모두 포기하는 '상속포기'신고를 할 수 있다. 상속포기신고는 상속 개시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가정법원에 해야 한다.     

한편 한정승인은 상속인이 상속에 의하여 취득한 재산 한도 내에서만 피상속인의 채무와 유증(遺贈)을 변제하는 상속 또는 그와 같은 조건으로 상속을 승인하는 것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상속포기 (시사상식사전, pmg 지식엔진연구소)     


말 그대로다, 상속포기를 할 경우 후순위 상속자인 손자녀에게 할아버지의 빚이 상속될 수 있기에 아버지의 사후를 대비하기 위해선 한정승인 후 상속재산 파산절차까지 진행해야 할 것 같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나 같은 처지의 사람이 많은지 관련업체 광고 글이 넘쳐난다. 상속포기는 인당 9만 원, 한정승인 19만 원, 상속재산 파산절차는 대략 300만 원 이내다. 대략 아버지 사후 문제를 대비하는 비용만 약 400만 원의 비용이 예상된다.     

울 아버지는 왜 이렇게 사셨는지 모르겠다. 평생 남들처럼 정상적인 일을 하지 않으셨다. 원래대로라면 광업권[광업권이란 탐사권과 채굴권을 말한다(광업법 제3조). 탐사권이란 등록을 한 일정한 토지의 구역에서 등록을 한 광물과 이와 같은 광상(鑛床)에 묻혀 있는 다른 광물을 탐사하는 권리이고 채굴권이란 광구에서 등록을 한 광물과 이와 같은 광상에 묻혀 있는 다른 광물을 채굴하고 취득하는 권리를 말한다(광업법 제3조). -네이버 지식백과]을 받아 광물을 채취한 후 공장에 납품을 하고 타일이나 도자기 등의 완제품을 유통시켜 이익을 얻으면 된다. 하지만 내가 알기로 아버지의 사업은 90년 초부터 지금까지 4~5년 정도만 사업이 잘 이뤄졌고 나머지 기간엔 항상 사업이 어려워져 남에게 돈을 빌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 과정에서 친가, 외가 친척들의 재산이 날아갔다. 다음으로는 주변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다. 그들에게 제대로 상환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아버지의 돈 문제의 발단은 돌려 막기 때문이었다. A 광구에서 보상금 나올 게 있으니 이걸 바탕으로 B에게 돈을 빌리고 그걸로 사업자금을 하다 돈이 떨어지면 다시 C에게 돈을 빌리고 이런 방식으로 사업을 유지해 오신 듯하다. 그리고 자식들이 커서 일을 하게 되자 누나의 결혼자금, 내가 제대 후 어학연수 가려고 모은 돈 기타 등등 여러 명목의 돈이 아버지에게 흘러 들어갔다. 그래, 가족이니 그럴 수 있다. 지금까지 키워줬으니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갈수록 상황이 좋아지지 않자, 아버지의 빚을 내가 대신해서 보증을 서야 했고 00 캐피털에서 내 이름으로 대출을 받아 그것마저도 사업자금으로 썼다. 분명 대출받을 때만 해도 걱정 말라며 제때 상환하겠다는 말씀을 하셨지만 석 달이 지나자 그마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하마터면 아버지 덕에 신용불량자가 될 뻔했다. 엄청난 위기에 나 역시 제정신이 아니었다. 아버지에게 여러 차례 항의 전화를 한 결과 대출금의 36번의 납입 회차 중 20번 정도만 겨우 받아냈다. 그 일 이후로는 아버지와 돈에 관련된 일이면 무조건 기피하게 되었다. 내 이름이 걸린 모든 보증을 다른 사람으로 바꾸었고 돈에 관한 얘기는 일절 꺼내지 않았다.      


그로부터 16년쯤 지난 지금, 내가 아는 아버지의 빚만 10억이 넘는다. 또 시골에 땅이 있는데 그것 역시 모두 최대한 대출을 받아 쓰셔서 모조리 저당이 잡힌 상태다. 남들은 부모가 자식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발 벗고 나서는데 난 반대로 아버지의 문제를 내가 해결해야 한다. 한숨이 나온다. 아버지를 사랑하지만 아버지의 생활 방식은 절대로 사랑할 수 없다     


요즘 아버지는 원발성 중추신경계 림프종 1차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 주사제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지만 삼켜야 하는 약을 잘 먹지 않으려고 한다. 신장 기능이 떨어져 투석을 시작할 수도 있다. 다행히 전이된 곳은 없지만 향후 치료를 계속 이어갈지도 모르겠다. 모든 것이 안갯속에 있는 것처럼 불투명하다. 답답하다. 그래도 빚이 아이들한테까지 이어지게 할 수는 없다. 어차피 할 일이라면 미리 준비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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