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오지 말지, 왜 왔어?
10년 만에 다시 찾아온 무좀
2주 전쯤 일이다. 밤새 사무실을 지키고 있을 때면 모기의 습격을 받는 일이 잦다. 그래서 모기에 물리지 않기 위해 샤워 후 새 옷을 꺼내 입고 기피제까지 바른다. 그래도 몇 시간이 지나면 어딘가가 가려워 긁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날도 그랬다. 밤샘 근무를 마치고 다음 날 아침이 되니 왼손, 오른손에 세 군데가 빨갛게 올라와 있었다. 아, 그새 물렸구나. 어, 이번엔 발가락까지 물렸네, 이번 모기는 참 이상한 놈인가 싶었다. 오른쪽 넷째 발가락과 새끼발가락 사이 부분이 이상하게 가려웠다. 참 독한 모기라고 생각했다. 모기 물려 가려운 건 며칠만 참으면 되겠지라고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사흘이 지났어도 모기 물린 발가락의 가려움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손에 물린 곳은 거의 아물었는데 이상하게 발 쪽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려움이 심해지는 것 같았다. 운동할 때 아무래도 발을 많이 움직이니까 마찰 때문에 그런가 보다 여겼다. 그래서 이틀만 더 참아보자 그래도 낫지 않으면 이건 문제가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발의 가려움증이 나아지나 유심히 살피며 며칠의 시간을 보냈다. 모기에 물렸다고 여긴 지 일주일이 지났어도 가려움은 없어지기는커녕 오히려 발가락 사이에 1mm 정도의 부종이 만져졌다. 모기 물린 게 아니라면 이게 뭘까? 생각했다. 그러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생애 처음으로 무좀에 걸렸던 일이 생각났다. 그때도 지금처럼 오른쪽 발 넷째 발가락과 새끼발가락 사이가 갈라져 무좀약을 발랐던 기억이 떠올랐다. 설마, 또 걸렸다고? 네이버를 뒤져 무좀 증상을 알아봤다. 다행히 10년 전처럼 발가락 사이에 갈라진 상처 대신 조그만 부종이 생겨 움직일 때마다 느껴지는 이물감 때문에 무척 신경이 쓰였다. 갈라진 상처만 없었지 나머지는 모두 무좀 증상과 같았다. 아, 또 걸렸구나 싶었다.
이젠 치료방법을 결정할 차례였다. 피부과를 갈까? 아니면 전처럼 그냥 연고를 사서 바를까? 심각한 게 아니니 그냥 연고를 바르기로 했다. 다행히 일반의약품이라 의사의 처방전 없이도 약국에서 살 수 있었다. 예전에 다녔던 회사의 제품 중 백선(족부 백선이 무좀이라 불린다)에 적응증이 있는 크림이 있었다. 0000 플러스 크림이었는데 성분이 스테로이드와 항생제 성분으로 이뤄진 것이라고만 어렴풋이 생각났다. 제약업계를 떠난 지 15년이 되니까 이젠 제품 이름만 떠오르지 성분명까지는 기억이 나질 않았다. 약국에 가서 그 제품을 사려고 하니 이미 단종되었고 대신 성분이 같은 다른 제품을 사게 되었다. 클로트리마졸(항생제)과 하이드로코티손(스테로이드) 성분이 들어있는 복합제재였다. 증상 완화 효과가 빠른 대신 1주일이라는 사용기간을 지켜야 했다. 그냥 스테로이드가 없는 크림을 사려다 1주일이면 낫겠지 싶어 스테로이드가 들어있는 걸로 샀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괜히 산 것 같다.
1주일을 써보니 발의 부종과 가려움은 가라앉았지만 결국 그 자리엔 일반 무좀처럼 갈라진 상처가 생겼다. 완벽하게 나은 게 아니었다. 00 크림은 스테로이드 제품이라서 사용기한인 1주일만 쓸 수 있었다. 다시 약국에 가서 예전 회사 제품인 스테로이드가 없는 0000 크림을 샀다. 그 제품은 항생제 성분만 있고 스테로이드가 없어서 무좀에는 3~4주간 써도 되는 제품이었다. 이제야 10년 전 처음으로 무좀에 걸렸을 때도 3주 가까이 이 제품을 발랐던 게 어렴풋이 생각났다. 에이, 처음부터 이걸로 살 걸 괜히 약만 두 번 샀구나 후회했다. 이번에도 같은 제품으로 무좀을 마무리하게 될 것 같다. 벌써 두 번째인데, 이러다 10년 주기로 무좀이 찾아오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나 원래 깨끗한 사람인데, 무좀과는 거리가 먼 사람인데. 어쩌다 날 찾아왔는지 다신 무좀과 친해지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