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회사까지의 출퇴근 거리는 자전거로 11km다. 차로 가면 9~10km 사이, 대신 대중교통은 매우 불편해서 거리는 가깝지만 보통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버스는 1번만 갈아타지만 그마저도 버스를 타기 위해 평균 20분 정도를 기다려야 한다. 지하철은 정거장 수로는 5개지만 3개 역 이동 → 환승 → 2개 역 이동을 하는데 지하철이 15분~20분에 1대씩 오기 때문에 시간이 틀어질 경우 지하철을 타는 시간의 몇 곱절의 대기시간이 소요된다. 여러 방법을 써서 출퇴근해 보니 계절별로 다른 방법을 쓰는 게 좋다는 걸 알게 됐다.
사계절 중 겨울인 12월~2월까지는 두 가지의 이유로 무조건 차를 타고 다닌다. 겨울엔 아주 아주 추워서 자전거를 타면 보온 자체가 쉽지 않다. 헬멧과 두건을 쓰고 옷을 여러 겹으로 입어 추위를 막는다. 거기까진 좋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해도 보온이 잘 안 되는 곳이 있으니 손과 발이다. 특히 손이 시려서 겨울엔 자전거를 타기가 힘들다. 영하 15도의 날씨에는 비닐장갑 → 라텍스 장갑 → 그리고 두꺼운 방한용 장갑을 끼어도 손이 시린 건 어쩔 수 없다. 그렇게 추울 땐 3km만 자전거를 타도 손 끝이 꽁꽁 얼어 따뜻한 물로 손을 녹여야 하는 일도 다반사다. 이것저것 다양한 방법을 써봤지만 아직까지는 손이 시리지 않고 따뜻하게 자전거 타는 방법을 찾지 못했다.
게다가 겨울에는 자전거 도로에도 눈이나 얼음이 있는 경우가 많아 다치기 쉽다. (지난 글 참조: 자전거 타다다쳐본적 있어요?https://brunch.co.kr/@tpeye56789/25) 길이 미끄러우면 두 발 달린 자전거는 특히 넘어지기 쉽다. 넘어지고 나서 자전거만 고장 나면 다행인데 항상 어딘가를 다친다. 정강이나 손, 팔 등이 땅바닥에 쓸리는 찰과상을 입어 1주일 정도 고생하는 건 아무것도 아니지만 상처에 생기는 피와 진물로 인해 소독을 하고 붕대를 감거나 반창고를 붙여야 하는 뒷감당이 힘들다. 그게 아니면 넘어질 때 어깨나 골반이 먼저 바닥에 부딪혀 2주 정도는 타박상 때문에 운동을 쉬기도 한다. 그렇게 여러 차례 미끄러져 다친 이후로는 비가 오거나 눈이 내린 뒤엔 절대 자전거를 타지 않는다.
1. 출퇴근 경로, 2. 출퇴근을 책임지고 있는 자전거
추운 겨울을 뺀 나머지 시기인 3월부터 11월까지는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할 수 있다. 다만 비가 오면 자전거를 타지 않는다. 작년 6월 초, 자전거 타다 넘어져서 오른쪽 어깨를 다친 뒤로 1달 반 정도 상체 운동을 쉬어야 했다(내가 생각해도 정말 난 몸치가 맞다. 운동신경이 둔하니 보통 사람이라면 다치지 않을 것을 난 꼭 상처가 생기거나 타박상을 입는다). 자전거로 출퇴근할 때 얻는 이점은 크게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1. 교통비 절약
회사까지 차로 왕복하는 경우 평균 21km를 달린다. 겨울엔 QM6의 평균 연비가 10km쯤 나온다. 그러면 출퇴근하는 걸로만 휘발유 2L를 쓰게 된다. 한 달에 10번 출퇴근하는 나는(왜냐하면 당번, 비번, 휴무 순으로 3일에 하루 일하고 이틀 쉬는 방식입니다). 1,600원/L(휘발유 평균금액)*2(왕복)*10(출근일) = 32,000,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1,650원*20 = 33,000 한 달에 3만 원 정도의 교통비를 줄일 수 있다. 물론 이렇게 교통비를 줄여서 부자가 되진 않았다. 그저 차량 관리 어플을 보며 3월부터 11월까지는 겨울과 달리 주유 횟수가 1달에 1번으로 줄어든 걸 알고 흐뭇해할 뿐이다.
2. 운동 및 다이어트 효과
집에서 회사까지 편도 11km의 자전거 도로는 90% 이상이 평지에, 언덕은 기껏해야 경사 5~6도 정도라 정말 편하게 달릴 수 있다. 하천의 양 옆으로 나 있는 자전거 도로가 잘 되어 있어 출퇴근할 때면 걷는 사람, 뛰는 사람, 속도를 내어 자전거를 타는 사람, 나처럼 느긋하게 가다 빨리 가는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이 그 길을 걷거나 달리고 있다.
원래 난 편하게 천천히 가자는 주의지만 가끔씩 뒤에서 치고 나오는 다른 사람에게 추월당할 때면 혼자서 속도를 높일 때도 있다. 인터벌로 1분씩 나눠 빨리 달리고 천천히 회복하며 달리는 걸 반복할 때도, 몸이 힘든 날엔 그냥 30분이면 갈 길을 40분 동안 아주 편안하게 주행하기도 한다. 차로 출근할 땐 꽉 막히는 도로가 힘들었지만 자전거로 출근할 때면 온전히 내 두 발과 마음이 내키는 대로 도착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점이 마음에 든다.
3. 땀 흘리고 난 뒤의 상쾌함
30분~34분 동안 평지로 된 자전거 도로에서 신나게 페달을 굴리다 보면 어느새 등허리엔 땀이 배어 있다. 3km 달리기보다 강도는 낮지만 유산소 운동과 하체 근력운동을 병행하는 이점이 있다. 운동을 마친 뒤의 상쾌함은 느껴본 사람만이 안다.
꼭 비싼 자전거로 시작하지 않아도 된다. 로드 자전거든, MTB든, 하이브리드 자전거든 종류에 상관없이 처음에는 싸고 맘에 드는 걸로 시작하면 된다. 페달을 굴리는 것은 그리 큰 힘이 들지 않으며 달리기처럼 숨이 차는 걸 참아가며 뛸 필요도 없다. 날씨가 화창한 요즘, 자전거 한 번 타보시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