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강 과제. 추상적 감정을 감각적으로 묘사하기
[주의사항]
1. 감정단어 직접 언급 금지 (외롭다, 불안하다)
2. 냄새, 소리, 색 중 최소 2가지 이상 적극 활용
3. 글 형식은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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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의 과제의 일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이제부터 내 인생에 너라는 존재가 없을 것이다. 진이 빠질 대로 빠진 상태였기 때문에 네가 없으면 후련할 줄 알았다. 나는 시리도록 새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결연한 표정으로 보란 듯이 박하사탕을 꺼내 먹었다. 화한 느낌이 목구멍을 타고 폐부를 찔렀다. 그 느낌이 시원해야 하는데 도리어 차갑고 춥기만 했다.
“뭐야… 이거 왜 이래. 이 세상이 이상해.”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도심 한 복판에 서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내 귀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빠르게 내 눈앞을 스쳐 지나가는 자동차들도, 바쁘게 어디론가로 걸어가는 수많은 사람들도 한낱 배경에 지나지 않았다. 가로수들은 푸르게 뻗어나가고 아스팔트 틈 사이로 새싹이 돋아나는 봄이었었던 것 같았는데 내 눈엔 겨울나무처럼 앙상한 가지에 온 세상이 회백색인 듯했다. 나는 어느새 오래된 흑백 무성 영화의 한 장면 속에 들어와 있었다.
나는 세차게 고개를 흔들었다. 모든 것을 다시 원래대로 느끼려고 노력하며 느릿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이제부터라도 마음을 단단히 먹을 것이다. 나는 주먹 쥔 손 사이로 피가 날 정도로 세게, 꽉 쥐었다. 이건 너 따위 내 인생에서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걸 증명해 보이려는 위대한 첫걸음이다. 하지만 첫 번째 블록을 지나 첫 번째 신호등을 맞이했을 때 도리어 내가 오만하였음을 깨달았다.
네가 없는 세상에서 모든 건 무용했다. 블록마다 하나씩 있는 이 흔한 횡단보도에서조차 네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너만이 색채를 가지고, 너만이 나를 향해 웃어 보이며 너만이 흑백의 세상 속에서 가장 걸맞은 유색으로 존재했다.
횡단보도에 서서 신호를 기다릴 때도 우린 두 손을 꼭 잡고 서로를 바라보기 바빴다. 자동차가 지나가면서 세찬 바람이 불 때면 너는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방패막이되어 나를 감싸 안아주었다. 어떤 냉혹한 공격이 들어오더라도 난 하나도 느끼지 못할 터였다. 어느 날 좋은 오후, 바로 내리쬐는 햇볕을 그대로 받는 다면 그 정도의 따스함일 것이다. 흔해 빠진 거리가 실은 하나하나 다 너로 물들어있었다.
그랬다. 이 세상이 회백색인 것은 나에게 유일하게 허락된 색이었던 네가 없어졌기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혼자가 되었다. 아무리 손을 뻗고, 아무리 다가가려고 해도 유의미하게 닿을 수 없었다.
[과제보다 재미있는 과제 후기]
쉽진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제한도 없었지만 뭔가 쉽지 않았습니다. 제가 저 감정에 매몰된 것인지 쓰고 나서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수많은 소설책들을 읽으면서 별생각 없이 자연스럽게 다가왔던 묘사의 문장들이 막상 제가 써보려고 하니까 사포로 손톱 긁듯 불편했습니다.
아직... 능력이 부족한 것이겠죠. 역으로 제가 질문드려봅니다.
1. 이 글의 형식은 무엇일까요?
1) 에세이 2) 소설 3) 일기
2. 이 글을 통해 느껴지는 ‘나’의 감정은?
1) 그리움 2) 외로움 3) 불안감 4) 행복 5) 우울함
이제 쓰앵님께 신나게 두들겨 맞겠습니다.
어제 새벽 2시 넘도록 고심해서 썼습니다. 끼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