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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도 Jun 19. 2022

[북리뷰] 생각을 바꾸는 생각들

명사의 생각을 훔치다

요즘처럼 저명한 지식인들의 강의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시대는 없었다. 누구나 스마트폰을 통해서 1분 안에 원하는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100을 이야기할 때 나는 그중 50밖에 얻지 못하고 있었다. 그 이유를 한참을 찾았는데, 그 이유는 결국 강의를 듣고 좋은 질문을 던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저명한 강의를 듣고 있음에도 나의 상황에 맞는 질문을 통해서 나의 것으로 만들지 못했기 때문에 그 강의는 그저 한 번 듣고 버리는 시간 낭비가 될 뿐이었다.

하지만 질문에 가혹한 대한민국에서 자라온 나는 좋은 질문을 던지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다. 그렇다면 나는 항상 강의를 흘려들을 수밖에 없을까? 그 해답이 바로 이 “생각을 바꾸는 생각들”이었다.

이 책은 수많은 지성인을 인터뷰한 질문의 달인이자 뛰어난 기업가인 바카스 샤가 134명의 지성인과의 인터뷰를 묶어낸 책으로 나의 부족한 질의 능력으로도 수많은 지혜를 얻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총 3가지의 고민에 관한 해답을 얻을 수 있었는데 시작은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동안 나는 사회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살아오면서 정체성을 확립해가고 있었다. 하지만 군대에서 요구하고 있는 나의 모습과 사회에서 바라는 나의 모습에는 큰 괴리가 있어서 혼동을 겪고 있었다. 

이 문제에 대한 답을 누구에게 어떻게 물어봐야 할지가 상당히 어려웠는데 이 책에서는 이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주었다. 저자는 정체성이 어떤 한 가지로 설명하기 어려우며 중요한 요소들이 모여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서로에게 “꼬리표”를 붙이며 평가를 주고받는데 바로 이 꼬리표가 우리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요소였다. 꼬리표는 그동안 우리에게 정체성에 걸맞은 특정한 행동을 하도록 요구하고 있었다. 예를 들면 “남자는 ... 해야 해”나 “군인은 ... 해야지” 같은 말들 말이다. 사람들을 여러 개의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게 되는데 이 정체성 하나하나마다 수많은 요구사항을 늘어놓으며 우리를 힘들게 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 틀에 박힌 정체성에 얽매이지 않고 “나” 그 자체로 살아가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래서 앞으로 나는 주변 사람들의 생각에만 맞추어서 사는 것이 아니라 나는 어떤 사람이고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를 명확하게 규명하고 그에 따라 사회나 군대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 몫을 해낼 것이다.



두 번째, 나는 사회에 있을 때보다 군대에 있을 때 더 많은 책을 읽으며 많은 글을 쓰고 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쓴 글과 다른 사람이 쓴 글을 자연스럽게 비교하게 되었는데 내 글은 상당히 초라했고 훌륭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어떤 글이 훌륭한 글인가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했는데 이 문제 역시 누구에게 물어봐야 하는지 또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지 잘 몰랐다. 하지만 저자가 얀 마텔이라는 “파이 이야기” 작가에게 훌륭한 질문과 함께 그 답을 얻어와서 또 한 번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그는 “글에는 인생의 진실이 담겨 있고 훌륭한 글은 지적인 충만감을 함께 안겨준다. 그래서 독자의 생각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글에 작가의 인생이 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부분을 읽고 나는 잠시 동안 생각에 잠길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나는 글을 써오면서 내 인생에 관한 글을 써본 적이 없었다. 사실상 글을 쓰는 이유도 내 생각을 표출하고자 함이 아닌 자기 계발과 스펙일 뿐이었다. 이것을 이해하고 다시 내 글을 살펴보니 내가 쓴 글 같지 않고 작위적으로 느껴졌다. 그렇다면 글에 인생이 담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에 대한 해답 또한 책에서 받을 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진실성”이었다. 글을 쓸 때 너무 꾸며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내 생각을 적을 수 있다면 글에 진실성이 담기고 내 인생 또한 담긴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글을 쓸 때 나는 처음으로 따로 꾸며내지 않고 내 생각들을 적어 내려가고 있다. 내 글이 독자의 생각을 아주 조금이나마 변화시킬 수 있는 좋은 글이 되었으면 좋겠다.



세 번째, 입대하기 전 나는 거의 모든 프로젝트에서 리더로서 작업을 진행했다.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서 항상 계획을 짜고 재촉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결과적으로 프로젝트는 잘 마무리가 되었기 때문에 나에게 타고난 리더십이 있다고 생각했고 따로 리더십을 길러볼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입대 후 후임이 되어 다시 내 행동을 돌아보니 그동안 내가 해왔던 리더로서의 행동들이 팀원들에게 불편했을 수 있겠고 또 그들의 능력을 제한하고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은 게리 하멜이라는 저명한 비즈니스 사상가에게서 들을 수 있었다.

“이 시대에 필요한 리더십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게리 하멜은 “리더는 집단적 성취에서 촉매제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사람은 높은 지위나 권력을 등에 업고 세상을 바꾸지 않는다. 그들은 동정심과 공감 능력을 통해서 세상을 바꾼다.”라고 대답했다. 그는 리더가 앞에 서서 팀을 이끌어 나가는 사람이 아니라 뒤에 서서 각각의 멤버가 최선의 창의력과 업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특히나 그 과정에서 동정심과 공감 능력을 동원해야 하는 데 공감을 통해서 “진정성”있게 구성원들과 소통하고 그들의 생각, 걱정, 욕구를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이 진정성이 구성원들에게 믿음을 주고 결국 구성원들이 자신을 따르게 된다.

그래서 나는 지금까지처럼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동료들의 장점과 그들의 생각을 이해하면서 뒤에서 밀어줄 수 있는 리더가 되기로 했다. 더욱이 군대와 같이 선임에게 터놓고 얘기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진정성 있게 먼저 다가가서 그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가진 3가지의 고민을 이 책 하나로 해결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굉장히 다양한 분야에서 종사하고 있는 전문가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었기 때문에 그들의 지성을 빌어 세상과 사람을 더 폭넓게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책이 이렇게 좋은 생각들로만 가득 차 있게 된 이유에는 당연하게도 저자의 질의 능력이 있었다. 다양한 분야에 있는 인터뷰이들이었음에도 저자의 질문 하나로 모두가 자신의 정수와 같은 생각들을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이를 보면서 질문의 힘을 깨달을 수 있었고 “질문”에 대해서 더 깊게 생각해 볼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을 질문의 가치를 경시할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 학생들에게 추천하면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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