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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도 Jul 04. 2022

요즘 군인이 제일 무서워하는 말은?

요즘 군대

군인으로 복무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무엇일까? 역시 "나 때는"이지 않을까? 또 2020년대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말을 뽑으면 역시 "나 때는"이 나올 것이다. 물론 필자도 별로 듣고 싶은 단어는 아니다. 하지만 요즘 들어 그 단어가 조금 듣고 싶을 때가 생기고 있다.


그 이유를 알려면 요즘 군대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필자는 군대가 점점 상식적으로 변해가는 것을 느끼고 있다 문화의 변화도 느껴지고 있고 작업도 점점 효율적으로 변해간다. 특히 변화가 체감되는 부분이 있는데 그건 바로 선임분들의 간섭이다. 후임들에게 자신이 격은 부조리한 대우를 조금씩이라도 줄여주고자 하는 선임분들의 노력이 쌓여서 지금의 군대는 상당히 상식적인 곳으로 변했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이 자발적으로 일어난 것은 아니다. 약간의 강제성이 부여되는 부분이 있는데 대표적으로 마음의 편지가 있다.


마음의 편지란 무엇일까? 보통 화장실에 있고 편지를 써서 함에 넣으면 주기적으로 간부님들이 확인하고 이에 대해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이 과정 중간에는 어떤 다른 병사들의 간섭이 들어갈 수가 없다. 이 정도로의 비밀보장을 하고 있기 때문에 마음 놓고 병영생활의 부조리를 간부님들에게 알리고 이에 대한 조치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적인 부분 때문에 선임분들은 혹시나 후임들이 마음의 편지에 한 글자라도 써서 낼까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제 군인들은 우리의 주적보다 "마편(마음의 편지) 쓴다"를 더 무서워하게 되어버렸다. 물론 이 덕분에 병영생활의 대단한 발전이 있었지만 너무 효과가 좋은 약이기 때문인지 부작용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것 같다. 


점점 좋아지다 못해 이제는 후임들보다 선임들이 잡일을 더 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선임들은 대부분 본인의 특기를 잘 수행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쪽에 더 무게중심을 둬야 하는 상황임에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일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이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하기 싫은 사람을 억지로 시키는 것이 불가능해지다 보니 뺀질거리면서 일을 안 하는 사람이 한 명 있으면 그 사람은 편하고 나머지에게 일이 떠넘겨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게 과연 군기가 잡힌 제대로 동작하는 군대를 만드는데 도움이 되는지 잘 모르겠다. 이제는 "나 때는"이 일을 할 때가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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