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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은 Oct 15. 2023

강 선생님 인터뷰


돌봄교실을 그만두고 다른 분야의 일자리를 찾았다고 말하고 싶지만 그렇지 않았다. 나는 이후에 지역아동센터에서 학습 보조교사와 장애인 활동지원사로 일했다. 대학 졸업을 미루고 돌봄 노동의 세계를 떠다니고 있자니, 관심사도 자연히 그 세계였다. 나는 연말 학술대회에 참여했다. 주제는 ‘돌봄 노동의 노동 실태와 사회적 인식 -아동 돌봄을 중심으로’였다. 


인터뷰를 목적으로 강 선생님에게 1년만에 연락했다. 그 사이 강 선생님은 팔 년을 일하던(그리고 내가 일했던) 초등학교를 떠나 다른 인근 초등학교에서 돌봄 전담사로 일하고 있었다. 눈이 많이 내리던 날, 나는 스콘을 사들고 강 선생님의 새로운 돌봄 교실을 찾았다. 

보조 교사로 이 반 저 반을 오간 내 경험과 실무자였던 강 선생님의 경험은 또 다를 것이다. 돌봄교실을 다각도로 아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인터뷰 내용을 몇 자 옮겨 놓는다.

새 직장에서 강 선생님은 진지하게 일을 그만둘 고민을 했다. 도맡은 반에 ADHD를 가진 3학년 아이 한 명이 있었고, 교실 통제가 안 됐다. 지금 한 반에 아이들은 21명 내외. 


"(그 애가) 너무 문제가 심하다보니, 그 애가 이번 학기에는 돌봄교실을 안 나와요. 어머니가 안 보내기로 하셨어요."


“이번처럼 행동문제가 있는 아이들에 대한 지침같은 건 없나요?”


-사실 퇴실 규정이라는 게 있긴 해요. 지침상. ‘이런 경우 아이들을 퇴실할 수 있다’라는 규정인데, 이게 지키기가 좀 그렇죠. 아이한테 너는 이런 아이니까 그만 둬. 라고 하면, 아이한테도 상처를 주잖아요. 퇴실 규정대로 하기는 어렵고, 그저 아이가 나아지거나 혹은 스스로 그만두거나 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죠.


돌봄전담사가 한 반 당 맡게 되는 아이들은 21명 내외다. 한 교실에 20명 이상, 혹여 두 교실을 합쳤을 때 학생수가 21명이 안 되면 두 교실 중 한 교실을 없앤다. 사실 이 인원에 상한성은 없고, 돌봄교실에 대기자를 두면 안된다는 교육부 원칙이 있다. 지원자를 전부 받다보니 돌봄전담사 1명이 30명까지 맡기도 했다. 대기자에 맞춰 반을 늘릴 수 있으면 좋겠지만, 학교 여건 상 교실 만들기가 쉽지 않아 보통 최대한 많은 인원을 한 반에 넣은 뒤, 내년 지원자 수를 보고 조정한다고 한다. 


“선생님, 누가 이 일을 한다면 추천해주고 싶으세요?”


-흠, 사실 추천하고 싶지 않는데(웃음).

갈수록 아이들을 다루기가 힘들어져요. 아이 숫자가 적어져서 한 명 한 명이 다 중요하고, 체벌도 금지되고, 감정도 잘 알아주어야 하니까요. 통제하고 지도하기가 훨씬 어려워졌죠. 예전처럼 선생님 권위에 기반해서 지시하면 따르고, 이런 식의 분위기가 아니니까요. 보람보다는 감정 노동으로 인한 피로가 더 커졌다고 해야하나. 코로나 시기를 지나면서 아이들이 혼자 하고, 내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식에 익숙해진 것 같아요. 양보, 배려, 이런 것들을 여기서 배워갈 때 트러블도 많이 생기고. 

이제 아이들을 상대하는 일을 하려면 정말, 마음 관리를 잘 해야 해요. 나만의 멘탈을 관리하는 법을 갖고 있고, 스스로 정말 잘 조절할 수 있다. 하는 사람은 할 수 있겠지만 그게 안 될 것 같은 사람은 이 일 하기 힘들어요. 왜냐하면 감정 노동이잖아요. 아이들하고도 감정 노동이고, 학부모하고도 감정 노동이에요. 내 감정을 조절하는 게 일인데 그게 잘 안 되면 힘들죠. 행정 업무는 업무대로 많고, 그러니까 행정 + 감정 노동자에요. 이 둘을 다 할 수 없는 사람은 굉장히 힘들거예요. 중간에 그만두는 사람도 많지요. 아이들을 안 키워본 젊은 분들은 잘 안 계시고, 나이 드신 분이 많지요. 


“임금 받는 정도랑 노동량이랑 비교하면 어떻다고 생각하세요?”

-아, 굉장히 열약하죠. 교육 공무직이 원래 열약해요. 지금 시위도 많이 하고 해서 많이 좋아지고 있지만. 교직원의 80% 임금을 달라, 뭐 이런 식으로 계속 데모를 하는 이유는 우리가 하는 업무량에 비해 처우가 열약해서 그런 거예요. 기본급을 임금으로 계산하면 시간당 아마 1만원이 안 될 거예요. 9천 얼마. 최저임금 수준으로. 기본급은 그 정도인데 수당이 더해져서 조금씩 올라가는 거죠. 지난 번에 파업하고 난 뒤로 행정 업무 수당 3만원 받게 됐어요. 그때 요구했던 게 근무 시간 고정. 돌봄 전담사가 근무 시간이 고정되어 있지 않아요. 오전 열한 시에서 일곱 시 하는 사람도 있고 오전 열 시에서 여섯 시까지 하는 사람도 있고 천차만별이에요. 우리는 행정 업무가 많으니 오전 행정 업무를 할 시간을 달라, 그러니 업무 시간을 일단 고정해달라. 오전 9시부터 5시까지로. 요구했는데 그건 안 받아들여졌어요. 


“교육청 측에서 고정을 안 시키는 이유는 뭘까요?”


-돌봄 취지에 맞지 않다는 거죠. 만약 근무 시간 고정이 되어서 9시부터 5시로 일한다면, 5시 이후에 아동이 있을 경우 봉사자를 쓴다던지 하는 방법이 있죠. 그런데 교육청에서는 저녁 7시에 아이가 있다면 돌봄전담사가 돌봐야지 왜 봉사자한테 아이를 맡기냐는 거죠. 돌봄을 목적으로 우리를 쓰는건데. 그런데 그럼 행정 업무는 언제 해요? 오후에는 아이들을 봐야하니 오전에 행정 업무를 끝내야 하죠. 사실 돌봄은 행정 업무가 주가 아니잖아요. 돌봄 취지에 맡게 아이들을 돌보려면 행정 업무를 줄여주던지, 행정업무사를 주던지, 따로 행정을 맡을 사람을 채용해 주면 되지. 그러면 저희도 돌봄에 집중할 수 있죠. 그게 아니니까 근무 시간 외로 행정을 처리하는 일이 계속 있는 거고. 

저번 파업 이후로 업무 시간 고정 없이 행정 업무 수당 3만원을 받게 됐죠. 그런데 예전에는 행정 업무를 부장 선생님이 많이 같이 해 주셨어요. 그런데 시간제 선생님 근무 시간이 늘어나고, 전담사가 행정 업무 수당을 받으니까 교내 선생님들은 다 손을 떼는 분위기죠. 돌봄 교실의 업무는 전부 돌봄 교실 인력 내부에서 해결하라, 이런 분위기. 

이 행정 업무라는 게, 원래는 돌봄만을 목적으로 돌봄 교실이 만들어졌죠. 그런데 아이들이 없을 시간에 우리 전담사는 뭐할거냐, 행정을 해라, 이렇게 되면서 양이 점점 늘어난 거예요. 부장 선생님 등이 손을 떼면서 양이 오히려 늘었죠. 시간제 선생님과 전담사 사이에 업무 분담이 원활히 되면 할 수 있는데, 이게 또 시간제 선생님이 행정 못하겠다고 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런 학교는 전일제 전담사가 죽어나는 거죠. 학교마다 상황이 다 달라요. 일의 양도 다르고, 방식도 달라요. 

정해진 매뉴얼이 없으니 학교 상황에 따라 업무 환경이나 강도가 전혀 다른 거죠. 통합적인 매뉴얼이 없어요. 그러니 학교 방침에 맞춰 전담사가 눈치껏 해야 하는 거죠. 


“왜 매뉴얼을 만들지 않는 거예요?”


- 처음부터 없었어요. 행정 업무에 대한 매뉴얼도 없고. 처음에 돌봄 전담사는 아이들 돌봄을 위해 뽑았잖아요. 그런데 교육부 측에서 행정을 어떤 식으로 해라, 하면서 매뉴얼을 만들면 공식적으로 행정 업무를 시키는 게 되잖아요. 그런데 또 이건 돌봄 취지와는 맞지 않는 거야. 교육청에서 행정 업무를 매뉴얼로 알려주면 명시적이 잖아요. 증거가 되잖아. 돌봄 전담사가 하는 행정 업무에 대해서 책임을 지게 되는 거죠. 그러느니 그냥 남는 시간에 전담사가 알아서 해라, 이런 식으로 돌봄 외에 이뤄지는 행정은 대놓고 말하지 않는 거죠.


“돌봄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게 계속 나오는데, 돌봄이라는 게 무슨 일을 하는 거라고 생각하세요?”

-아이들을 돌보는 거죠. 관리하는 일. 아이들 하교 시간, 하교할 때 학원이나 집에 가는 지 등을 다 관리하고 잘 보내는 게 일단 첫번째. 그런 전반적인 학생 관리 다음에는 아이들 개개인에 맞춰 관리하는 일. 어떤 아이는 숙제가 있고 누구는 그림을 잘 그리고, 아이들마다 다 특성도 성향도 달라요. 그러면 각자 하고 싶은 활동을 트러블 없이 할 수 있도록 그때그때 개개인에 맞춰 지도를 해줘야 하는 거예요. 

원래는 만들기 프로그램처럼 단체 프로그램을 운영했었어요. 그걸 준비하고 같이 해보고 하는 시간이 많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돌봄 교실은 교육을 하지 말고 돌보기만 하라는 거예요. 교육 활동 준비가 사라지니 그 빈 시간에 행정 업무를 해라, 하면서 행정 업무량이 점점 늘어난 거죠. 

그냥 앉아 있어, 이러면 누가 돌봄 교실 와요. 재미없어서 안 오죠. 아이들이 여기서 정말 즐겁게 하고 갈 수 있는 여러 활동을 각자 맞춰 해주어야죠. 게임을 하고 싶어한다 하면, 전담사가 2-3명씩 묶어 게임을 하게 해준다던가. 중재하고, 생활 지도, 기본 예절 교육 이런 것도 해주고. 이런 일을 다 하는 게 돌봄이라고 생각해요. 돌봄만 해도 굉장히 업무량이 많아요. 스무 명이 한 교실에 있다면 아이가 다 각양 각색이잖아요. 전체를 아우르면서 각자에 맞춰 통제, 지도를 해야하니까 이 일만으로 할 게 아주 많죠. 

처음에는 20명 내외의 아이들을 받았는데, 신청하는 아이들이 많아지니까 교육청에서 25명 내외로 지침을 바꿨어요. ‘내외’니까 넘을 수도 있잖아요. 그러니 25명 넘어도 돌봄교실에서 받아야 하는 거죠. 


“돌봄교실에 들어올 수 있는 아이들 기준은 어떻게 되나요?”


-입급 조건이 되게 까다로워요. 그래서 그 심사 기준에 맞지 않거나 야간까지 엄마가 일하는 아이들은 지역아동센터를 권장을 해요. 거기는 조건이 까다롭지 않거든요. 야간까지 하면 밥도 주고, 돌봄교실보다 낫죠. 

학교는 무조건 맞벌이 가정. 1순위가 맞벌이고, 그 다음이 저소득층, 한부모 가정이에요. 사실 한 부모 가정도 부모가 일을 해야지 들어올 수 있어요. 저소득층인데 부모가 일을 안 하고 있다, 이러면 못 들어와요. 

일하는 게 왜 중요하냐면, 부모가 가정에서 돌봄이 가능한데 우리가 봐 줄 필요가 없잖아요. 돌봄은 가정에 돌봄 공백이 있는 아이들을 우리가 봐주는 거예요. 부모가 집에 있다면 부모가 돌보라는 거죠. 옛날에는 저소득층이 무조건 1순위였는데 이제는 맞벌이로 순위가 바뀌었어요. 

이 맞벌이 가구를 증명하기 위해 재직 증명서가 필요해요. 그런데 이 증명서 위조를 많이 해요. 저희가 다 찾아낼 수는 없잖아요. 일하다 중간에 그만두거나 하면 저희가 알 수 없는 거예요. 다달이 증명서를 받지 않으니까. 요즘, 느끼는 건 학부모들도 가능하면 가정에서 돌보는 것보다는 돌봄교실을 보내고 싶어한다는 거예요. 집에서 시간이 있어도 최대한 아이를 맡기고 싶어하더라고요. 그래서 중간에 그만둬도 말을 안 하고 허위 증명서도 가져오고 하는 거겠지요. 돌봄 교실 수는 적고, 대기자는 많고, 그런데 우선순위대로 아이들 받는 것도 허점이 많으니 문제죠. 


"선생님, 그런데 돌봄 교실에서는 왜 고학년 아이들은 안 받는 거예요?“


-저학년으로도 대기자가 많은데, 고학년까지 순서가 올 수가 없죠. 고학년을 위한 돌봄교실을 새로 만들기엔 아이들이 학원도 가고, 수업도 늦게 끝나니 굳이 여기가 아니어도 갈 곳이 많으니까요. 전담사를 새로 뽑거나 교실 만들면 예산 부족 문제도 있고. 저희도 거의 땜빵식으로 연계형 교실이 만들어졌던 거예요. 학부모들이 계속 고학년도 받아달라고 하시니까. 물론 연계형은 지자체 지원이라 엄청 열약했지만 없는 것보다 낫잖아요?(웃음) 고학년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했어요. 연계형 선생님이 정말 열심히 하셨으니까.  


스콘도 커피도 다 먹었을 때쯤 인터뷰는 끝났다. 학교는 달라졌지만 아이들 책상이 줄 맞춰 있고, 만들기 작품으로 가득찬 교실 벽을 보면 교실 풍경은 비슷했다. 소복하게 쌓인 눈을 밟으며 다시 교문을 나왔다. 


나는 연계형 교실에서 몇 년간 일한 김 선생님에게도 인터뷰 문자를 보냈지만 답장은 없었다. 내가 떠난 뒤 학교에서는 연계형 교실 대신 전 학년을 포함하는 ‘다함께’ 교실을 신설했다고 한다. 새 교실이 생기면서 인력을 새로 뽑았는데, 김 선생님은 그 채용 과정에서 선발되지 못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었을 뿐이다. 김 선생님은 지금 어디서 어떤 일을 하고 계실까. 나의 마지막 근무 날, 김 선생님이 넓은 품으로 날 안으며 ‘선생님, 여기서 이만큼 일했으면 뭘 하던 할 수 있을 거야.’라고 말하던 모습이 계속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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