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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동쓰 Mar 18. 2023

사랑은 죽음이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이 물음에는 수많은 대답이 존재할 것이다. 뚜렷한 정답이 없는 것 역시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내린 결론은 하나. 사랑이란 죽음이고, 죽음이란 사랑이다. 사랑이란 따뜻한 단어에 왜 죽음이란 공포를 담았을까. 

 

 그 이유는 하나. 극한의 공포를 뛰어넘을 수 있는 것이 사랑이기 때문이다. 지난 여름휴가로 떠난 동해 바다. 너와 내가 좋아하던 그 바다를 찾기 위해 떠난 즐거운 여행에 나는 인생의 마지막을 경험할 뻔했었다. 다소 위험한 파도이긴 했지만 즐기지 못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었기에 들어간 바다는 나를 공포의 순간으로 인도하였다. 물에 빠졌다는 것을 인지했던 그 순간 내 머릿속은 혼돈 그 자체였다.

 

 비록 튜브를 낀 채 있었지만 거친 파도로 인하여 전진할 수 없고 점점 깊은 바다를 향해 떠내려가던 나는 이렇게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죽음. 삶의 마지막. 그 순간이 온 것일까라는 생각에 온몸은 통제 불가능이 되었다. 나는 아직 할 일이 많은데 이대로 죽을 수는 없는데 라는 생각에 발버둥을 쳐봐도 소용없었다. 

 

 하지만 그 파도를 뚫고 나를 구하러 온 너를 보며 나는 살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다행인 것은 순간적으로 물에 빠진 사람이 더 움직일수록 구조가 어려운 사실을 떠올랐다는 것이고 나는 모든 걸 너에게 맡겼다. 거친 파도를 뚫고 온 너에게 나는 모든 걸 맡기고야 말았다. 구해야겠다는 간절함. 너의 그 표정은 아직도 나는 잊을 수 없었다.

 

 하나가 된 둘은 성난 파도를 이겨내고 뭍으로 나올 수 있었다.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왔다. 나를 구하겠다는 간절함과 너 하나만을 믿고 모든 것을 맡겼던 둘의 사랑이 죽음을 이겨낸 것이었다. 

 

 그렇게 빠져나온 후 그 날밤 혼자 깊은 생각에 잠겼다. 나를 위해서 목숨을 걸고 구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가를. 그리고 나 역시 마지막의 순간에 너를 믿고 모든 걸 맡길 준비가 되었다는 것을. 진정한 사랑은 죽음에 다다라서야 알 수 있는 것일까. 


  가끔 삶이 힘들 때 살기 싫다라는 생각을 하곤한다. 정말로 살기 싫다는 것이겠냐마는 그만큼 고달프고 힘들다는 심정일 것이다. 이것은 나만의 생각이 아닌 수많은 사람들이 겪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럴 때면 나의 사후 현재 세계를 상상하곤 한다. 그리고 펼쳐지는 나의 장례식. 나는 장례식을 보고 있는 관찰자가 된다. 아마도 나의 장례식에는 가족과 친지들이 있을 것이고, 많지는 않지만 나의 친구들 그리고 직장동료들도 있을 것이다. 진심으로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나와의 얕은 관계 속에서도 풍부한 감성으로 인하여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사람들의 슬픔이 나의 힘든 마음을 치유하지 못한다. 그리고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울 수는 없다. 나는 진심으로 나의 죽음을 슬퍼할 사람들을 떠올린다. 그러면 몇이나 될까? 사실 숫자는 상관없다. 그중에 너라는 사람이 있다는 게 가장 중요하다.

 

 내 머릿속 가상의 장례식에서 울고 있는 너를 보고 있노라면 나는 한순간도 견디기가 어렵다. 그 어떤 삶의 고통보다도 너의 슬픔이 나를 더 힘들게 한다. 죽음보다도 힘든 게 너의 고통과 슬픔. 그것이 사랑인 것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사랑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따뜻함과 평온함으로 설명할 수도 있고, 단순한 글귀로는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렇듯 정답은 없는 게 사랑이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죽음이라는 단어로 가장 명료하게 설명되는 것이 사랑이다.

 

 아마도 삶의 고달픔에 지쳐 혹은 인생의 끝자락에 있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그 순간 사랑을 찾기를 권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없다고 해서 포기하지 않기를 권한다. 단순히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 당신의 반려견이 될 수도 있고, 당신을 지키는 공간이 될 수도 있다. 내 주변에 사람이 없어도 나를 위해 존재하는 그 어떤 것들은 당신이 없으면 완성되지 못한다. 그게 사랑이고 삶이 이유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정의하게 할 수 있게 만든 너는 나의 사랑이고 내 삶의 이유이다. 죽음의 공포도 이겨낼 수 있는 너라는 존재. 그 존재가 나를 완성시킨다. 그리고 나 역시 너라는 존재를 완성시키는 가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렇게 나는 발전해나가고 의욕을 갖고 움직인다. 이게 사랑이고 죽음이 뜻하는바 그 무엇도 이를 막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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