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글 제작소 (1)
그렇다. 시작은 항상 예상치 못한 곳에서 다가온다.
에드 시런의 뮤직비디오를 보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을 갖던 중, 대뜸 감자튀김에 짜내는 케첩을 보며 의문이 일렁이는 순간도 동일한 맥락이었다.
저 케첩은 미국인의 관점에서 비싼 케첩일까, 보편화된 케첩일까. 한국의 오뚜기인가, 아니 미국의 오뚜기인가. 하인즈는 오뚜기 보다는 사람 이름 같으니 친근한 감이 있는데. 약간 김수미 수미김치, 이런 느낌인거잖아. 생각해보니, 정작 한국에도 하인즈 케첩은 들여오고 었었다. 마트에서 봤으니.
그런데 왜 대체 하인즈 케첩이 그리 그득하지 못하고 뭔가 유난이야! 같은 이미지를 폴폴 풍기고 있는 것인가. 저 뒤에 이마트-오뚜기-롯데마트의 굳건한 삼중연합이 있는 것은 아닐까? 혹은 관세를 이용한 보호주의 무역의 결과물일 것인가.
그렇다면 우리가 취해야 할 전략적 행보는 단 하나이다.
하인즈의 미국에서의 가격을 확인하고, 이후 한국에서의 가격을 확인한 뒤, 대체 저 막후에는 어떤 카르텔이 있고 정책이 있길래 이렇게 세상이 바뀌는데에도 우린 아직 할라피뇨 케첩이 보급 되었을, 이상적인 세계에 살지 못하는가 의문을 남겨야 하는 것이다.
아, 에드 시런이 할라피뇨 케첩을 좋아하냐고? 그건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내 입엔 맞더라고.
글을 작성하는 시점의 환율은 1달러 당 1214원선이다. 아니, 내 주식들은 안녕하실까, 안녕하지 못한거 같은데. 잠시 혼란과 내상 깊은 마음을 다스리고, 다시 원론으로 돌아오자. 오늘날 한국의 인터넷방화벽이 중국의 만리장성 뺨친다는 이야기는 나오긴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의 아마존은 skt의 제휴와 amazon cloud 보급에 힘입어 무난하게 접속 가능하다.
그리고 찾은 가격, 1팩당 평균 3.75 달러의 놀라운 가격.
할라페뇨 - 할라피뇨가 아니었다 - 맛이 가미되어 느끼하거나 너무 산미만 가득하지도 않고, 밥과 비벼먹는 것 빼고 대부분 어울릴 듯한 이 놀라운 마법의 소스가 불과 5000원도 안하는 것이다.
자 그렇다면, 한국의 오뚜기, 아니 한국의 오뚜기 케첩은 대체 어떤 입지를 가졌기에 이리도 굳건하단 말인가. 오뚜기에 하인즈가 대비 된다면, 당연히 아마존에는 이마트가 대비된다 쿠팡 아니냐고? 쿠팡이 맞는듯하다. 쿠팡을 보자.
그렇다. 오뚜기는 저렴한 편이었다. 물론 하이즈 토마토 케첩의 저 비용 또한 나의 사랑 너의 사랑 할라페뇨 케첩과 비교한다면 상당히 저렴하다. 414 => 650으로 1.5배 중량이 늘었으나, 가격은 오히려 5000원 선에서 3600원 선으로 내려가는 기적. 양이 1.5배인데 가격이 60%니 몇 단위 할라페뇨 케첩인지는.. 잠시 넘어가자.
문제의 본질, 에드시런의 뮤비 장면으로 돌아가보자.
대체 저것은 무슨 케첩일까. 왜 우리는 단위 할라페뇨를 외쳐야 하는가.
저렇게 공기와 만나 숨겨진 향을 폭발시키는 것은, 최소 할라페뇨야 합당하다. 토마토의 케첩에 오일 성분이 있는가? 공기 또는 가열되는 상황에서 갑작스런 풍미와 향이 폭발하는가? 우리는 카레와 라면에서 교훈을 얻었다. 일단 기름에 볶고 지지는게, 향이 폭발한다. 그리고 토마토의 향은, 나무위키를 참고했을 경우 풀류의 향이 난다고 한다. 그렇다. 우리는 그렇기에 할라페뇨의 강렬한 맛과 향을 쫓게 되는 것이다.
논리적으로도 이것이 합당하다. 최소 어떤 그 매콤하고 알싸한 듯한 그런 향이 있어야만, 저 각도와 저높이에서 감히 케첩을 짜내리는 것이다. 퓨어한 토마토 케첩? 그걸 저렇게 짜는 것은 도덕과 어긋난다. 그러나 할라페뇨? 심지어 옆으로 튀어도 이는 지나가는 사람도 납득할 수 있는, 그런 느낌이다. 이야, 저사람. 할라페뇨 케첩을 먹네. 배운분이군. 저렇게 우아하고 맵시있게 케첩을 가미하다니. 나도 한 입만.
그래서 한국의 하인즈 할라페뇨는 대체 얼마인가.
쿠팡이 미국 상장하고도 미국 케첩을 제대로 수입하는 중간 소매상을 찾지 못하는 멍청이거나, md가 미처 할라페뇨 케첩과 에드시런의 관계를 캐치하지 못했거나, 카카오에게 시장 진입의 기회를 주는 것이 분명하다.
우리는 수정자본주의 시장의 토대위에서 살아가니까, 배운 분이라면 모두 생각할 것이다. 그래도 베이직한 케첩 가격이 오뚜기와 하인즈 사이에 크게 나진 않으니, 이정도면 과도한 관세 보다는 물류비용이 가산된 수준일것이고. 그런데 할라페뇨 케첩은 크기가 줄었는데 가격은 개당 5000원 => 14000원으로 올랐으니, 이거는 분명 양아치가 끼어 있는 것이구나. 그런 것이구나.
아래 있는 최대 1,400원 적립이 가소롭게 보인다. 맛을 아는 이들이 세상을 영위하기 위한 마일리지는 1,400원 상당의 리턴이구나. 이정도면 할라페뇨 마일리지, 아니, 에드시런 마일리지로 별도로 명칭해서 한번에 이정도 마일리지를 쌓아올린 사람만이 케첩을 살 자격이 있다 정도로 재정의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왜 유통업자, 식품업자들이 욕을 먹는가. 상품의 본질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는 환상, 거기에 더해 직관적이지 않은 비용 책정 구조. 그리고 베일에 쌓인 마진율과 상품에 이상이 있을 경우 책임 회피 등이 주된 문제 아닐까.
그러나, 할라페뇨 케첩과 에드시런은 우리에게 새로운 논제를 안겨준다.
한국에서 에드시런이 나올 수 없는 이유. 그것은 할라페뇨 케첩이 보편적으로 보급되지 못해 예술적 감수성을 가진이들이, 서로 오픈 테라스의 식당에서 높이 격차를 이용해 케첩을 짜내리며 서로 무언의 의사소통을 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물론, 한국의 오뚜기 케첩도 어딘가 든든한 구석이 있긴 하다. 일단 오뚜기 케첩은 13세까지 밥에 비벼먹는 것이 합법인 유일한 케첩 아니던가. 예외 조항으로 20세~ 22세, 자취하는 대학생의 경우 밥에 비벼먹는 것이 허용되는 국가 유일의 마약 - 아니 유일한 케첩임을 간과하면 안된다.
그러나 법이 인간의 식생활을 어디까지 통제해야 하는가 하는 오래된 논제를 다시 꺼낼 때가 되었다.
우리가 필요한 것은 김치 케첩이 아니다. 물론 쌈장 케첩은 살짝 혹하는 감이 있긴하지만, 그걸 하인즈 쌈장 케첩이면 혹하는 것이지 오뚜기 쌈장맛 케첩은 밥에 비벼먹기도 차마 두렵다. 그래서 우리는 이 지점에, 외부의 객관화된 시각으로 접근해야 하는 것이다. 거봐 친구. 쌈장을 밥에 비벼먹어도 맛있고 케찹을 비벼먹어도 맛있잖아. 그렇다면 둘을 혼합해서 내놓으면 어떨까. 먹고 싶지 않니.
여기서 바로 국제화와 외주의 강점이 드러난다. 하인즈 쌈장 케첩. 권장사항. 비빔밥에 넣어보세요.
자매품. 할라페뇨 케첩. 이건 감자튀김에 넣어보세요. BTS와 에드시런이 되는 듯한 그 맛. 캐치프레이즈는 정해졌고, 우리는 유통이 새로운 가치를 부여함을 발견했다. 쌈장 케첩이라는 떠오르는 별과 할라페뇨라는 북극성과 같은 별. 완벽한 조화로움이다.
하인즈야, 힘을 내. 할라페뇨 케첩아, 힘을 내. 롯데야, 아니 카카오야, 유통에서 힘내자. 우린 할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