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Trip to Milwaukee WI

아이들과 떠난 여행

by 예빈 예준 엄마

밀워키에서의 첫날

– 예준이의 간식 시간 –

5월의 어느 주말, 세 가족은 밀워키에 도착했다.
같은 호텔에 짐을 풀고, 저녁을 먹기 위해 밀워키 다운타운으로 향했다.

원래 계획은 '밀워키 퍼블릭 마켓'에서 랍스터 롤을 먹는 것이었지만,
문을 너무 일찍 닫는다는 소식을 듣고 아쉽게도 그곳은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

그 대신 독일 음식 전문 식당을 찾았는데, 세상에,
예약 없이는 절대 들어갈 수 없는 아주 유명한 집이었다.
유리창 너머로는 커다란 프레첼과 소시지가 보였지만,
우리는 줄 대신 다른 식당을 찾기로 했다.


웅장했던 독일 식당
이거 먹어보고 싶었는데 ㅠㅠ

다행히 바로 옆에 위치한 아담하고 정겨운 식당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 역시 밀워키만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곳이었고,
우리는 운 좋게 자리를 잡아 맛있는 저녁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음식이 맛있어서였을까, 아이들도 어른들도 한껏 기분이 좋아졌다.
"이 집 감자튀김 진짜 맛있다!"
"와, 이 맥주 진짜 끝내주네요!"
가볍게 한 잔씩 나눠 마신 밀워키 로컬 맥주는
그날의 분위기를 한결 더 유쾌하게 만들어주었다.

식사를 마친 후 호텔로 돌아오자, 아이들은 곧장 수영장으로 달려갔다.
예준이, 예빈이, 은찬이는 물에서 한참을 놀았다.
풍덩풍덩, 첨벙첨벙!
서로 물을 튀기고, 누가 오래 숨 참기 하나 내기도 했다.

수영이 끝난 후, 아이들은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기 위해 각자의 방으로 흩어졌다.
물놀이로 지친 몸을 깨끗하게 씻고, 머리도 말리고,
포근한 옷으로 갈아입은 아이들은
다시 복도에서 만나 “재밌었다~!”며 웃으며 떠들었다.
그리고는 함께 간식 타임을 기다리며 어른들이 모인 방으로 향했다.

어른들은 방에 모여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권 집사님이 준비해오신 화투 덕분에 고스톱 한 판이 시작되었다.
“오늘의 타자는 누굴까?”
모두가 웃으며 한마디씩 던졌다.

그러다 누군가 조심스레 말했다.
“슬슬… 라면 타임 아닌가요?”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고,
김치와 볶음 고추장이 함께 준비된 사발면이 하나둘 등장했다.

그 순간, 예준이가 벌떡 일어났다.
“나 라면 냄새 맡고 깼어!”

사실 아무도 예준이가 잠들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는 어느새 간식 소리에 정확히 반응해 등장한 것이다.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역시 예준이, 간식 레이더는 절대 안 꺼지지!”
“얘는 자다가도 과자 부스럭 소리 들리면 눈 뜬다니까.”

예준이는 씩 웃으며 권 집사님이 챙겨오신 간식을 하나 집었다.
그리고는 이불 위에 벌러덩 누워, 먹으면서 책을 펼쳤다.
조용히, 천천히 간식을 먹던 예준이는
어느 순간 간식 봉지를 안고 코를 골며 잠들었다.

그 모습을 본 어른들은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런 게 여행이지.”
“아이들 덕분에 진짜 웃을 일이 많아.”

고스톱판에서는 결국 은찬이가 대활약을 펼쳤다.
마지막 한 장으로 '쓰리고'를 외친 순간,
모두의 탄성이 터졌다.
“이 집 둘째 아들, 물건이네!”

분위기가 잔잔해지고, 어른들도 이제 너무 늦었다며

방으로 돌아가 잠에 들 준비를 했다.

그런데 잠시 후, 예빈이 방에서는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예빈이가 씩씩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엄마! 예준이 또 엄마 아빠 침대에 누워 있어요!”

예준이는 자기가 잘 침대 말고,
느긋하게 엄마 아빠 침대 한가운데에 벌러덩 누워 있었다.
팔베개까지 하고 완벽하게 자는 척을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예준아, 거기 말고 네 침대로 가야지.”
예빈이가 불만 가득한 얼굴로 깨우자
예준이는 이불을 더 끌어안으며 말했다.
“내가 먼저 누웠으니까 여기 내 자리야.”

결국 엄마가 말렸다.
“그냥 오늘은 거기서 재워. 괜찮아.”
하지만 예빈이는 단호했다.
“안 돼요! 쟤 발이 내 얼굴에 와 닿는다고요!”

그러자 조용히 지켜보던 아빠가 일어났다.
“그래, 알았어. 내가 해결하지.”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하지만 아주 단호하게 예준이를 번쩍 안아 들더니
옆 침대 위로 툭—하고 가볍게 던졌다.
“자, 여기가 네 자리다.”

퉁! 하는 소리와 함께 예준이는 옆 침대 위에 굴러떨어졌다.
잠결에 놀란 예준이는 눈을 껌뻑이며
낑낑거리는 소리를 냈다.
“으으... 나 지금… 울지도 몰라...”

그러자 예빈이가 이불을 들고 와서
톡톡 도닥이며 말했다.
“됐어, 울지 마. 아빠가 던진 것도 아니고 그냥 옮긴 거잖아.”

예준이는 다시 이불을 턱 걸치며 중얼거렸다.
“나는 밀려났어… 라면 냄새 맡고도 밀려났어…”

그 모습을 본 예빈이는 웃음을 꾹 참다가,
살짝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래도 간식 먹었으니까 용서해줄게.”

그날 밤, 모두는 서로 다른 기억 하나씩을 품고 잠에 들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달콤한 기억은,
아마도 간식 봉지 옆에서 잠든 예준이의 꿈속에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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