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준이 처음 연 날리다

아이들과 떠난 여행

by 예빈 예준 엄마

다음 날 아침이 되자, 아이들은 눈을 뜨자마자 얼굴에 묻은 눈곱도 떼지 않은 채, 어제 입었던 아직 축축한 수영복을 다시 꺼내 입고는 수영장으로 달려갔어요.
예준이는 은찬이 형이 오기만을 얼마나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요.

“형~! 빨리 와요!”
예준이는 수영장 물속에서 형이 빨리 오기를 기다렸지만,

은찬이 형은 고개를 살짝 저으며 말했어요.
“나는 이제 나이가 들어서 체력이 좀 딸려!

오늘은 수영을 못 하겠어.”

그리고는 여유롭게 호텔 조식당으로 가서 엄마,

아빠와 함께 아침 식사를 하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답니다.

예준이는 슬펐지만 그래도 수영을 하니 정말 행복했어요.
이후에는 권 집사님께서 정성껏

내려주신 커피를 나눠 마셨지요.
바로 그 유명한 포터블 네스프레소 머신으로요!

“이건 꼭 사야겠어요.”
“이제는 어디서든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다니,

너무 좋은 세상이 되었네요.”

어른들은 입을 모아 그렇게 말했어요.

모두들 흐뭇한 얼굴이었지요.

그 후, 세 가족은 밀워키에 있는

유일한 한국 음식점으로 향했어요.


바로 도시락 가게 소반이라는 음식 점이었지요.
쌀밥을 무척 좋아하는 예준이에게는

그야말로 최고의 시간이었답니다.
예준이가 좋아하는 돼지불고기도 있었고,

야채가 많이 들어가지 않은

맛있는 잡채도 있었어요.
두부 부침이랑, 김치랑, 볶은 김치까지!


모두들 너무너무 만족스러운

식사를 하고는,

불룩해진 배를 두드리며 다음 장소로 향했어요.

다음은 밀워키의 식물원이었어요.
큰 돔 모양 건물 안에 온갖 푸르고

싱그러운 식물들이 가득했지요.
햇살도 참 잘 들어서, 어른들은 “와, 정말 힐링이 되네요~”

하며 감탄했지만, 아이들은 조금 심드렁했어요.

그때였어요. 우리의 아이디어 뱅크이신
조 집사님께서 좋은 아이디어를 내셨어요.
“우리 사진 찍기 대회 한 번 해볼까요?

가장 멋진 사진을 찍은 사람에게 $5을 선물로 드릴게요!”

말씀이 끝나기가 무섭게, 심드렁하게 걸어다니던

예빈이는 조용히 마치 그런 이야기는 들은적 없었다는 듯이

하지만 나는 마치 사진 컨테스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식물 사진을 찍기 시작했어요.
예준이와 은찬이도 덩달아 신이 나서,

핸드폰을 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멋진 사진을 찍으려고 애를 썼지요.

“역시 아이들을 움직이게 하는 건 선물이네요~”
권 집사님의 말에 어른들은 또 한 번 웃음이 터졌어요.

어른들도 아이들도 모두 참여해서,

한 사람당 세 장씩 사진을 내고

1등부터 3등까지 겨루었는데요,
신기하게도 아이들 세 명이 모두 상을 받게 되었답니다!

한참을 웃으며 즐겁게 식물원을 나섰지요.

이제는 드디어 밀워키 퍼블릭 마켓으로 갈 시간이었어요.
그곳에 가려고 밀워키까지 온 것이 거의 7할은 되었거든요.

그런데… 뭔가 이상했어요.
엄마가 조심스럽게 운영 시간을 확인해보셨는데,
“어머, 메모리얼 데이 주말이라 오늘은 문을 닫았대요…”

모두가 너무 아쉬워했어요.
하지만 그냥 돌아갈 수는 없었어요.
그래서 급히 계획을 바꾸어, 멋진 건축물로 유명한 밀워키 아트 뮤지엄으로 향했답니다.

그 건물은 정말 멋졌고, 그 옆에는 바다처럼 넓은 미시간 호수가 펼쳐져 있었어요.
바람은 솔솔 불고, 하늘은 참 맑았어요.
그곳에서 어른들은 로컬 맥주를 마시며 여유를 즐겼고,

아이들은 박물관 근처를 이리저리 구경했어요.

그때였어요.
은찬이 형이 높은 계단을 폴짝폴짝 뛰어서 오르고 있었는데,예준이도 형을 따라 뛰기 시작했어요.
첫 번째는 성공이었어요.
자신감이 붙은 예준이는 두 번째 시도를

망설임 없이 했지요.

그런데… 쿵!
이번에는 제대로 착지를 하지 못하고

그만 넘어지고 말았어요.
계단 높이가 예준이 엉덩이쯤 되었거든요.

“악—!”
예준이가 외치자 어른들은 모두 놀라서 달려왔어요.

김범수 집사님께서 조심스럽게 말씀하셨어요.
“예준아, 괜찮아? 많이 아플 것 같은데…”

예준이는 아프기도 했고, 모두의 시선이 자신에게 쏠린 것이 너무 부끄러웠어요.
그래도 꿋꿋이 일어나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살짝 까진 피부를 보여주며 엄마에게 기대고 싶었지요.

그런데 엄마는
“그러니까 왜 그런 무모한 짓을 해!”
하며 꾸중만 하셨어요.

예준이는 속상했어요.
엄마가 자기 마음을 몰라주는 것 같았거든요.

하지만, 예준이는 금방 기분이 좋아졌답니다.
주변에 연을 파는 상점을 발견했기 때문이에요!
예전부터 연을 한 번 날려 보고 싶었거든요.

엄마와 함께 상점에 들어가 여러 연을 구경하다가,

마음에 쏙 드는 파란 고래 연을 발견했어요.


그리고 아빠에게 달려가 함께 연을 날리자고 했지요.

아빠는 능숙하게 연을 조립해서 들고 뛰었어요.
줄을 살살 풀며 바람을 타자,

연은 어느새 하늘 높이 높이 올라갔어요.

예준이는 연을 바라보며 마치 자기가

하늘을 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정말 신나고 행복했지요.

그때, 누나가 말했어요.
“예준아, 조심해야 해. 바람이 너무 세면 줄이 끊어질 수도 있어.”

그 말을 들은 예준이는 걱정이 되었어요.
그래서 조심조심, 줄을 살살 감기 시작했어요.
마음은 콩닥콩닥 뛰었지만, 다행히 줄은 끊어지지 않고 잘 감겼답니다.

지금도 그 고래 연은 예준이네 집에 잘 보관되어 있어요.
하지만 집 앞엔 나무가 많아 연을 날리기는 어렵답니다.
그래서 예준이는 아빠에게 말했어요.
“우리 다시 밀워키 가요! 연 날리러요!”

아빠는 웃으며 말씀하셨어요.
“밀워키까지는 좀 멀지만…

아빠가 동네에 좋은 장소를 찾아줄게.”

그 말을 듣고서야 예준이는 다시 활짝 웃었어요.
하늘을 나는 것 같은 기분을 꼭 다시 느껴보고 싶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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