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죄인인가?

아이들과 떠난 여행

by 예빈 예준 엄마

한국에서 보내던 어느 여름날 저녁,
엄마는 아이들에기 꼭 뮤지컬을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고르고 또 골라, 세종문화회관에서 하는 뮤지컬 **〈영웅〉**을 예매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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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한국에 오기 전부터 예빈이와 예준이에게

“우리 안중근 의사 이야기야. 한국가서 뮤지컬을 보기 전에

책을 먼저 읽어볼까?”
“영화도 있대!”
아이들에게 처음엔 무거운 이야기일까 걱정했지만,
엄마와 함께 하나씩 읽고 보며 점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공연 당일,
엄마는 맛있는 한식이나 전통음식을 먹으며
'의미 있는 하루'를 보내고 싶었지만—

“엄마… 그냥 KFC 먹으면 안 돼요?”
“응, 미국에선 먹지도 않잖아…”

"미국에서는 안파는 것을 한국에서 팔거든요"

그리하여 예빈이와 예준이는
공연 전 저녁으로 KFC 치킨과 치킨 버거 감자튀김을

미국에서 팔지 않는 닭고기 껍질 튀김을

맛있게 먹고는 활짝 웃었습니다.

뮤지컬 시작 전,
세종문화회관 로비에서 가족은 사진도 많이 찍었습니다.
“여기! 단지동맹 손도장!”

예준이는 검게 찍힌 손도장을 보며 물었습니다.
“진짜 자기 손가락을 잘랐던 거야?”
예빈이는 조금 진지한 얼굴로 대답했습니다.
“응. 나라를 위해 목숨도, 손가락도 바치겠다는 뜻이었대.”

아이들의 눈빛엔 궁금함과 경외심이 섞여 있었습니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공연장에 들어섰지요.

무대가 어두워지고, 배우들이 등장하자
예준이와 예빈이는 한순간도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누가 죄인인가!” 울려 퍼지는 외침에,
온몸이 조용히 떨릴 만큼 가슴이 울렸습니다.

그날 밤, 호텔로 돌아와
예준이는 침대에 누운 채 좀 전에 보았던

뮤지컬을 생각하며 눈을 감았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예준아.”

조용한 목소리에 눈을 떠보니,
예준이는 어둡고 고요한 무대 한가운데 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앞에, 흰 옷을 입은 단정한 한 남자가

서 계셨습니다.

“혹시… 안중근 의사님이세요?”

남자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셨습니다.

“예준아, 내가 왜 이토 히로부미를 쐈다고 생각하니?”

예준이는 잠시 생각하다 대답했습니다.
“나라를 지키고 싶으셔서요.
사람들을 지키고 싶으셔서요.”

그분은 부드럽게 웃으셨습니다.

“그래. 나는 죄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진짜 큰 죄는,
힘으로 남의 것을 빼앗는 일이란다.”

예준이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예준아, 너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니?”

“누군가를 지켜주는 사람이요. 그리고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사람이요.”

의사님은 눈빛이 더욱 따뜻해지셨습니다.

“그 마음, 꼭 지켜다오.
앞으로의 세상은 너희가 지켜야 하니까.”

그 순간, 무대의 조명이 꺼지고
예준이는 눈을 떴습니다.

호텔의 창 밖엔 고요한 서울의 밤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예준이는 속삭이듯 말했습니다.

“누가 죄인인가… 나는 꼭 기억할 거예요.”

그리고 스르르 다시 잠이 들었지요.

다음 날 아침,
햇살이 호텔 커튼 사이로 스며들 무렵
예준이는 반짝이는 눈으로 예빈이를 흔들어 깨웠습니다.

“누나, 누나! 나 꿈 꿨어!”
예빈이는 졸린 눈을 비비며 대답했습니다.
“응… 무슨 꿈인데 그렇게 신나?”

예준이는 기다렸다는 듯, 신나게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안중근 의사님이 내 꿈에 나와서 나한테 말을 걸었어!
정말 무대 위처럼 조명이 딱! 비추고, 나랑 단둘이 있었는데…”

예빈이는 흥미로워하며 몸을 일으켰습니다.

“의사님이 나한테 물어보셨어. 왜 이토를 쐈는지 아냐고.
그래서 내가 ‘사람들을 지키고 싶으셔서요’ 했더니…”

예준이는 잠시 숨을 고르고, 목소리를 낮춰 말했습니다.

“나보고도 그 마음을, 꼭 지키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고 하셨어.
내가 꿈에 나는 누군가를 지켜주고 싶은 사람
그리고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거든!.”

예빈이는 조용히 예준이를 바라보다,
살짝 웃으며 말했습니다.

“멋지다, 예준아.
그건 그냥 꿈이 아니었을지도 몰라.”

예준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습니다.

“나, 꼭 그렇게 살 거야.
다른 사람이 바보 같다고 해도
나는 다른 사람들을 지켜주고,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사람 될 거야.”

예빈이는 그 말이 왠지 든든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가슴 한쪽이 살포시 따뜻해졌습니다.

그날 이후,
두 아이는 뮤지컬을 떠올릴 때마다
가장 먼저 이 말을 주고받곤 했답니다.

“누가 죄인인가?”
“진짜 죄는, 남의 것을 빼앗는 마음이야.”

그리고 또하나 우리집 유행가가 되어버린

"누가 죄인이가?" 가 가끔 울려 퍼진다는 것은

쉿!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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