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떠난 여행
아주 오래전은 아니지만, 마음속엔 오래 남아 있는 그런 이야기가 있어요.
주인공은 예빈이와 봄이라는 두 소녀.
예빈이는 생후 13개월쯤 되었을 때, 봄이라는 아기가 세상에 태어났어요.
그때부터 둘은 함께 자라기 시작했지요.
처음엔 서로를 그저 옆에 있는 아이로만 생각했어요.
같이 놀이터에 가도, 물놀이 파크에 가도,
서로의 집에 놀러가도 어쩐지 조금은 서먹서먹했어요.
"안녕…" 하고 인사를 건넨 후엔 말없이 각자 장난감을 가지고 놀곤 했지요.
그게 나이 다섯, 여섯이 될 때까지의 이야기예요.
그런데, 매주 일요일마다 교회에서 만나며
조금씩 마음의 문이 열리기 시작했어요.
예빈이는 봄이가 웃는 모습이 예쁘다는 걸 알게 되었고,
봄이는 예빈이의 조용한 배려가 따뜻하다는 걸 느끼게 되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봄이의 엄마가 말했어요.
“예빈아, 우리 집에서 봄이랑 슬립오버 해볼래?”
슬립오버?
예빈이는 처음 듣는 단어에 눈이 동그래졌어요.
그건, 엄마 없이 친구 집에서 하룻밤 자는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그날 저녁, 봄이네 집에는 맛있는 밥 냄새가 가득했어요.
둘은 나란히 앉아 영화를 보고,
같이 쿠키를 구우며 웃음꽃을 피웠지요.
예빈이는 엄마가 없다는 생각에 살짝 허전했지만,
봄이와 함께 이불을 덮고 속닥속닥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 허전함도 어느새 사르르 사라졌어요.
“봄아, 우리 진짜 친구 같아.”
“응, 진짜 진짜 친구야.”
그날 밤, 두 아이는 처음으로 진짜 '함께' 잠이 들었어요.
엄마 없이도 괜찮았던, 따뜻하고 소중한 밤이었지요.
시간이 흘러 예빈이는 13살, 봄이는 12살이 되었어요.
이제는 매주 교회에서 만나지는 못하지만
예빈이 마음속엔 언제나 봄이가 있어요.
예빈이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친구,
조금씩 물들어 진짜 친구가 된
예빈이와 봄이의 따뜻한 이야기.
그리고 이 이야기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