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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학위룡

내가 사랑한 홍콩 영화

by 예빈 예준 엄마

언제 처음 봤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정확한 시간도, 누가 함께였는지도 흐릿하다.
하지만 도학위룡(逃學威龍)을 처음 봤을 때
이렇게 웃기는 영화는 처음이라는 감정만은
아직도 내 뇌리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형사가 범인을 잡기 위해 학교에 위장 잠입한다는 설정.
그 단순하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 하나만으로도
그때 나에게는 충분히 신선했고, 너무나 유쾌했다.

주성치는 그 영화 속에서
어설픈 어른이었고,
서툰 정의감의 소유자였고,
허세와 진심이 공존하는 인물이었다.
그가 교복을 입고 교실로 들어설 때,
우리는 웃었고,
그가 뜬금없이 진지해질 때,
왠지 모르게 마음이 찡했다.

《도학위룡》은 겉으로는 코미디였지만
그 안엔 어른이 되지 못한 어른들의 성장기,
말은 안 통해도 마음으로 이어지는
서툰 우정과 어색한 사랑이 담겨 있었다.

그 시절, 우리는
그 영화를 보며 실컷 웃었고,
엉뚱한 대사 하나에 괜히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고,
다 보고 나서도 한참 동안 여운이 남았다.

어쩌면 주성치가 진짜로 대단한 건
그 유치한 농담 뒤에
늘 진짜 마음을 슬쩍 숨겨두었다는 점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의 영화는
한 번 웃고 끝나는 영화가 아니었다.

그는 이상하게 사람 마음을 건드렸다.
어처구니없는 장면에서 마음이 찡하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에서
이상하게 나 자신이 떠오르는 그 기분.

지금도 종종 생각한다.
“넌 아직도 웃을 수 있니?”
“넌 아직도 마음을 다해 누군가를 믿고 있니?”

도학위룡은 어쩜 주성치는 그런 질문을
농담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던져놓고
웃으면서도 한참을 생각하게 만든 영화였다.

그래서 나에게 주성치는
그저 웃긴 배우가 아니라,
웃음을 빌려 마음을 건넬 줄 아는 사람이다.

그리고 나에게 《도학위룡》은…

도학위룡은 유쾌하고 상쾌한 가운데
진짜 마음을 들여다보게 하는 영화,
언젠가 아이들과 함께 꼭 다시 보고 싶은 영화다.

그리고 이것이 영화인지 만화인지 보다가 보면 잘 모르겠다는 것은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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