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떠난 여행
어느 이른 봄날,
예빈이와 예준이는 엄마에게 매일같이 말했어요.
“우리 집에도 애완동물 키우면 안 돼요? 강아지 키우고 싶어요!”
하지만 엄마는 고개를 저으며 말하셨죠.
“예빈이 알러지도 있고, 강아지 키우는 건 아기 키우는 것처럼 힘든 일이란다.”
그 말에 아이들은 살짝 실망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엄마의 친구 유진 이모에게 전화가 왔어요.
“우리 집에서 새끼 토끼가 태어났는데, 한 마리 키워볼래?”
그 말에 예빈이와 예준이는 서로를 바라보며 외쳤어요.
“진짜요? 너무 좋아요!”
그렇게 토끼 한 마리가 우리 집에 오게 되었어요.
까만 눈, 보드라운 갈색 털, 조그만 코를 꿈틀거리던
그 귀여운 아기 토끼의 이름은 호두였어요.
호두가 온 날부터
예준이는 매일 아침마다 달려나가 호두에게 인사를 했어요.
“안녕, 호두야! 오늘도 잘 잤어?”
예빈이는 호두에게 조용히 말했어요.
“우리 집에 와줘서 고마워. 네가 와서 정말 마음이 포근해.”
그 이후로
예준이는 할머니와 함께 민들레와 토끼가 좋아하는 풀을 뜯어다 주는 일을 맡았어요.
호두가 아삭아삭 풀을 씹을 때면
아이들은 숨죽이고 지켜보았죠.
호두의 집을 청소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었어요.
“으악~ 냄새 진짜 지독해!”
예빈이는 코를 막으며 웃었어요.
그래도 호두를 위해 기꺼이 똥과 오줌을 치워줬답니다.
호두는 아이들의 진짜 동생 같았어요.
같이 밥을 먹고, 이야기하고,
때로는 조용히 호두를 안고 있는 시간은
온 가족에게 따뜻한 평화였어요.
그런데 겨울이 찾아왔어요.
찬 바람이 불고, 눈이 내리던 날
엄마가 말했어요.
“호두를 집 안에서 키우긴 힘들겠구나… 차고에서 지내야 할 것 같아.”
아이들은 조금 아쉬웠지만,
호두를 위해 따뜻한 담요와 먹이를 준비해주며
차고에서도 사랑을 듬뿍 담아 보살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차고에 호두를 만나러 간 남매는 조용히 누워 있는 호두를 보았어요.
호두는 무지개 다리를 건넌 거였어요.
예빈이와 예준이는
조용히 앉아 말없이 울었어요.
그날 밤, 두 아이는 서로의 손을 꼭 잡고
베개 위에 눈물을 떨어뜨렸죠.
다음 날 아침, 예빈이와 예준이의 눈은 퉁퉁 부어 있었어요.
예빈이와 예준이는 말없이 호두가 남긴 장난감을 보니 다시 눈물이 나기 시작 했어요.
시간이 흘렀지만,
가끔 식탁에 앉아 있으면
예준이가 말해요.
“호두가 있었으면, 여기 이렇게 뛰어다녔을 텐데.”
예빈이는 창밖을 보며 말하죠.
“호두는 지금도 우리 보고 있을 거야. 무지개 다리 건너에서.”
토끼 호두는
잠시였지만 아주 큰 사랑을 주고 간
예빈이와 예준이의 첫 애완 동물 이자 친구 그리고 동생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