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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레일스앤 Sep 16. 2019

[육아에세이,944일] 19년 9월 13일. 맑음

추석, 하늘 아빠의 편지




추석 당일날 이렇게 한가롭게 일어나 보기는 정말 오랜만인 것 같구나. 그동안 추석날이면, 예전 아빠가 어렸을 때는 추석 전날 친할아버지와 함께 큰 집에 가곤 했었는데 친할아버지가 나이가 더 들게 되면서 아빠가 추석 당일 새벽에 일어나서 친할아버지를 모시고 큰 집에 갔었단다. 결혼하고 나서는 하늘이 엄마와 함께 본가로 가서추석 당일 새벽  친할아버지를 모시고 큰 집에 간단다. 


올해 추석 당일은 엄마와 아빠는 늦잠을 잤단다. 외가댁도 경기도 성남에 계시는 큰 아버님이 아프시고, 큰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후로는 제사를 안 지내고 선산에서 간소하게 제사를 지낸단다. 아침에 외가댁 근처에 있는 회현 중학교로 아침 산책 겸 운동을 하고 와서 집에 와서 쉬고 있으니, 장모님께서 청개구리를 잡아서 하늘이와 재미있게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너무나 행복해 보였단다. 하늘이는 외할머니를 너무 좋아하는구나. 



외할머니와 깔깔대며 웃고 떠드는 하늘이. 정말 행복해 보이는 하늘이.


전날 저녁에 하늘이가 코를 골면서 자서 너무 피곤해서 그랬겠구나 했었는데, 아침이 지나고 점심때가 되더니 고열이 나기 시작했다. 아빠가 어제 코를 곤다고 흉 본건 미안하다. 다행히 추석 당일날 문을 연 병원이 있어서 부랴부랴 짐을 챙겨서 병원에 도착했단다. 열은 나지만, 하늘이의 컨디션은 그다지 나쁘지는 않아서 다행이다. 




병원에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하늘이. 


병원 진료를 마치고, 외할머니와 엄마와 함께 선유도를 향해 출발했단다. 추석 전날 그렇게 비가 오더니, 오늘은 정말 맑은 하늘을 보여주었단다. 17년 12월 말에 새만금 방조제에서 고군산군도의 섬을 잇는 도로가 개통이 되어 예전에는 유람선을 타고 갔었던 선유도를 지금은 도로를 따라 자동차로 갈 수 있게 되었다.


새만금으로 가는 방파제에서 하늘이는 차에 두고 아바와 엄마는 사진을 찍었다. 

그래도, 아빠는 예전에 유람선을 타고 들어가는 선유도가 더 정감 있고, 매력적인것 같구나. 왠지 차로 가니 섬에 차들이 너무 많고, 차가 많으니 당연히 사람들도 더 많이 오게 되고, 그렇다 보니 환경이나 자연도 예전처럼 느긋하게 더 즐길 수 없는 아쉬움이 크구나.  아무튼 9월은 집 나간 며느리도 전어구이 냄새를 맡고 돌아온다는 전어가 제철이다. 오늘 점심은 장모님 찬스를 쓰게 되어 아빠가 먹고 싶은 전구회를 한 접시 시켰단다. 정말 고소하고 맛있었다. 하늘이고 좀 크면 아빠와 가을이면 전어 한 접시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선유도 횟집에서 시킨 4만 오천원 짜리 전어회. 


양이 너무 많은 것도 있지만, 하늘이 엄마는 배가 아프다며 회를 먹지 않고 입이 짧으신 외할머니도 많이 안 드셔서 다 먹이 못하고 포장을 해 가지고 왔단다. 포장해온 전어회는 외할머니의 마법 같은 전어회 무침으로 재탄생했단다. 


선유도에 오면서부터 느꼈던 것이지만, 군산은 정말 매력적인 도시라는 것이다. 하늘 엄마의 고향이기도 하고 아빠에게는 제2의 고향이기도 하단다. 군산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바다를 볼 수 있고, 너른 평야와 근대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우리나라에서 몇 안 되는 곳이기도 하단다. 



하늘이가 더울까 봐 외할머니는 우산으로 그늘을 만들어 주셨단다. 

오늘 선유도 해수욕장은 추석 연휴를 맞아서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와있고 가을바다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서해바다가 오늘처럼 맑게 보이는 것도 오랜만인 것 같구나. 차를 몰고 오면서 보이는 바다 위에 떠있는 섬들이 마치 남해안의 섬들처럼 청명하게 고운 자태를 뽐내는 것만 같아 외할머니도 좋아하시고 하늘 엄마도 연신 핸드폰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었단다. 


저년 늦게는 하늘이가 다시 고열이 나서 군산시내에 있는 병원을 한 번 더 갔다 왔다. 그래도 해열제를 먹고 바로 열이 내려가면서 엄마 아빠의 걱정스러운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오늘까지가 추석 연휴에 보내는 군산에서의 마지막 날이구나. 오늘 저녁을 먹고 아빠는 저녁 10시쯤에 일산에 있는 우리 집으로 차를 몰고 가기로 했단다. 하늘이는 아마도 깨어나면 일산 우리 집이겠구나. 


오늘 하루도 엄마, 아빠 심심할까 봐 이리저리 동분서주하게 해 준 하늘이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내일 일산 우리 집에서 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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