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ket Korea 바스켓코리아, 홍정기 교수 칼럼 리뷰
프로농구 선수들에게 웨이트 트레이닝은 어느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매우 중요한 훈련법 중 하나이다. 이제 국내 농구선수들 중에도 어깨나 가슴 부위의 근육이 꽤 발달한 선수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실 웨이트 트레이닝이 훈련의 한 부분으로서 제대로 도입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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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글 '로리 맥길로이의 근력 훈련 루틴'에서 언급한 골프선수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대한민국의 농구선수들에게도 "단지 강한 근력과 파워, 상대보다 커다란 근육이 최고의 경기를 보장하지는 않는다."라는 믿음 때문에 중, 고강도의 장기적인 웨이트 트레이닝을 꺼리게 만들던 시절은 분명히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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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초창기만 해도 10개의 팀에 웨이트 트레이닝을 전담으로 지도하는 트레이너들이 두세 개의 팀들 정도 밖에는 존재하지 않았고, 웨이트 트레이닝 역시 농구에 방해가 될 수 있으니 소위 ‘무리가 되지 않는 정도’로만 해달라는 감독들의 부탁이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국내 선수들은 외국인 선수들의 차원이 다른 웨이트 트레이닝을 실제로 경험하면서 자연스레 웨이트 트레이닝을 해야 외국인 선수와 같은 폭발적인 파워를 발휘하고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된 것도 있다.
실제로 해외 유수의 아마추어 팀에는 웨이트 트레이닝과 체력 트레이닝만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Strength & Conditioning 팀이 별도로 존재한다. 이들은 각 선수별 근력 및 파워 수준을 측정, 기록하고 종목별, 개인별 근력 훈련을 디자인하고 직접 지도함으로써 선수 개개인의 운동 능력과 팀의 경기력 향상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실제로 농구선수들에게 “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느냐?”라고 묻는다면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고 점프를 더 힘 있게 하기 위해, 또는 슛을 쏠 때 하체의 힘을 유지해 주고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는 답을 들을 수 있다. 물론 이 외에도 어느 관절이건 부상의 경험이 있었다면 “다시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 재활과 부상 방지 차원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다”라는 답을 들을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농구선수와 같이 많이 달리고, 점프를 하고, 격렬한 몸싸움을 하는 동작들을 잘 수행해 내기 위해 근육들을 균형적으로 잘 발달시키는 것은 중요하다. 만약 관절 주변의 근육들이 약하면 갑자기 서는 동작이나 점프 후에 착지하는 동작에서 관절이 원래의 위치를 유지할 수 있는 힘을 잃어 부상을 당할 수도 있다.
실제로 강인한 상하체 근력과 협응 능력, 연계성의 유지는 농구 경기 중 필요한 다양한 동작과 기술을 위한 기본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또한 보강 측면의 근력 운동은 개인별 취약 부위의 근력 향상이나 비대칭적인 근력 차이의 감소를 유도해 불필요한 운동 상해의 예방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런데 만약 이와 같이 농구를 더 잘할 수 있도록 돕고 부상을 방지해주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고 반복해 왔던 웨이트 트레이닝이 농구선수들의 운동능력을 감소시키고 부상에도 더 노출시킨다면 농구선수들의 반응은 어떨까?
무섭고 당황스럽지만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저항을 사용한 근육 트레이닝을 자주 하거나 과도하게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게 되면 근육 내 근섬유가 팽창하게 되어 근섬유의 점성(viscosity)이 증가하게 된다. 근수축이 과도해지면 수분은 세포막 밖으로 이동하게 되고 근막을 구성하는 세포 외기질(extracellular matrix)은 뻣뻣해지게 된다. 이와 같은 변화가 근육에서 일어나게 되면 근육을 뼈에 연결해 주는 건(tendon)은 근육의 팽창으로 인해 늘어나게 되고 이러한 스트레칭은 건을 뻣뻣하게 만든다. 즉 탄력을 만들어내야 하는 건이 그 기능을 잃어가는 것이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하고 나서 점프가 잘 안 되는 것은 단지 근육이 지쳐서가 아니라 근육의 기질이 변하기 때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위에 언급된 생리학적인 효과와 그 기전은 분명한 팩트다. 이는 농구선수에게 경기 직전, 혹은 경기 전날 과도한 혹은 평소와 다름없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금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와 같이 뻣뻣해진 건과 인대들은 농구 경기 도중 갑자기 일어나는 여러 동작들에 반응하는 능력이 떨어지게 되고 그것이 피로를 가중시키고 더 나아가서는 부상을 일으킬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농구 경기 전 웜업 혹은 훈련 간 과도한 중량 들기나 (파워 향상 훈련과 유사한) 힘쓰기가 금기시되는 이유다.
농구선수들의 웨이트 트레이닝은 단순히 근육을 수축하는, 즉 짧아지게 하는 형식으로만 해서는 안 된다. 농구선수들의 빨리 달리는 동작은 단지 근육이 빨리 짧아지는 것도 있지만 빨리 늘어났다가 짧아지는 것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런 차원에서 중량을 사용해서 그것이 어깨 관절이건 무릎 관절이건 잡아당기거나 밀어내는 기계적인 동작은 농구에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사실 근육이 뻣뻣해지면서 선수들을 더 느리게 할 수 있다. 실제적으로 미국 대학 미식축구 선수들 중 웨이트 트레이닝을 제일 많이 하고 가장 무게를 많이 들었던 선수들이 시즌 중 가장 많이 다쳤다는 통계가 나와 많은 코치들과 트레이너들이 훈련방법을 바꾸고 있다.
이는 농구선수뿐 아니라 모든 종목 선수들의 웨이트 트레이닝 훈련에 적용될 수 있는 기본적인 팁이다.
웨이트 트레이닝의 기본 원칙 중 '다양성'과 '특수성'의 원칙을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해보면 좋다. 당연히 기존의 '다양성의 원칙'의 본질과는 차이가 있지만, 단순히 근육을 수축하는 동작이나 같은 속도의 신장성 또는 단축성 근력 운동의 반복만으로는 최대의 근력 향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나, 각 종목의 움직임에 근거한 특성화된 근력 훈련이 필요하다는 사실 등이 위 내용의 부연 설명으로 활용될 수 있겠다.
물론 기초적인 근육의 균형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웨이트 트레이닝이 효과가 있을 수 있으나, 프로농구선수들처럼 최고의 기량을 가진 선수들에게는 전통적으로 근육을 키우기 위해서 행해오던 기계적인 웨이트 트레이닝보다는 농구코트 위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동작에서 요구되는 근육이 빨리 늘어났다 빨리 수축할 수 있는 형식의 근육 트레이닝이 필수적이다.
선수나 지도자 혹은 동호인들까지 부디 본 칼럼의 취지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바로 위의 단락에서 이야기하는 기계적, 수동적인 웨이트 트레이닝이 아닌 효율적, 능동적인 웨이트 트레이닝을 위해 더욱 많은 관심과 노력(관련 지식의 탐구와 학습, 실제적인 반복 실습 혹은 연습과 효과적인 지도 기술의 습득 등)이 필요하다는 점을 되새겨보는 계기로 활용되길 기대한다.
새로운 시즌이 시작되었다. 시즌을 잘 준비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팀은 주전 선수들의 대부분이 몸이 온전치 않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하는 트레이닝이 과연 경기력을 향상시켜주고 선수들을 보호해 주는지 한 번 비판적인 시각으로 살펴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선수 본인에게 필요한 훈련 방법이나 올바른 운동법을 알아가는 것, 혹은 해당 지식의 습득과 기술 연마를 통한 지도력 발휘의 즐거움과 희열이 넘치는 대한민국의 아마추어 스포츠 현장을 기대하고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