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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칙칙폭폭 Aug 16. 2021

Io ti penso amore

크로스오버 그룹 라포엠(LaPoem) 콘서트를 다녀와서

팬텀싱어 시즌3을 보며 나는 카운터테너 최성훈을 응원했고, 그 응원은 팀인 라포엠까지도 이어졌다. 최성훈이 부른 모든 노래를 좋아했고, 그중에서도 올스타전에서 부른 ‘Io ti penso amore(나는 당신을 생각해요, 내 사랑)는 지금도 나의 최애곡이다.


취미로 성악을 배워볼까 생각을 했는데, 그 이유도 바로 저 곡을 제대로 발성을 배워 불러보고 싶어서였다. 그리고 ‘어쩜 저런 목소리가 나오지? 내 목소리로도 갈고닦으면 좀 다르게 나올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최성훈에 대한 응원이 항상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음악에 대해 짧은 지식을 갖고 있지만 카스트라토를 기원으로 하는 카운터테너가 현대에도 필요한 것인가란 생각이 들며 자기 검열로 한동안 스스로를 괴롭혔다. 카스트라토는 성부상 여성 소프라노에 해당하며 여성에게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지위를 허락하지 않던 역사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카운터테너 공연 리액션으로 ‘눈 감고 들으면 여자분이 노래 부르는 줄 알 것 같아요’라는 식의 내용도 방송에서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사실 따지고 보면 남성 4 중창을 고집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클래식과 팝 장르의 경계를 허무는 크로스오버이면서, 왜 성별의 장르를 허물어 혼성 4 중창을 하지 않는가.


그럴 때 ‘Io ti penso amore’가 등장했다. 이 곡 초반부에 가성의 고음이었다가 곧바로 다음 순간 흉성을 사용하여 저음의 목소리를 내는 부분을 들으며 난 나의 자기 검열에서 해방되었다. 이것이 현대에도 카운터테너가 존재해야만 하는 이유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히려 ‘남성의 목소리’로 고정적 남성성의 관념에서 벗어나 조금 더 젠더에 대해 자유로운 사고를 가능하게 해 준다는 점에서 훨씬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스스로 납득할만한 해결책을 찾자 마음 편히 응원하기 시작했다. (주변에 음악 전공하는 사람과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여전히 궁금한 주제이긴 하다. 전문가적 입장에서)


사실 나는 라포엠의 서울 첫 공을 이미 다녀왔는데 , 그때 ‘Io ti penso amore’를 영상이 아닌 라이브로 듣는다는 점에서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감정들에 휩싸였고 그것이 물리적으로 피부의 소름으로 돋아났다. 몇 번이고 저 곡만 연속해서 들으라고 해도 들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아무 계획이 없이 쉬어야지 싶었던 오늘, 일요일. 잠에서 깨며, 저 곡을 막공인 오늘 라이브로 다시 못 듣는다면 앞으로 영영 못 들을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면서 볼 수 있을 때 봐야 한다는 생각으로 콘서트장으로 향했다. 후회가 남을 것 같았다. 사실 그 전날부터 간간히 다시 예매창에 들어가 보며 현장 예매가 가능한지, 표가 있는지 살펴본 걸 생각하면 내 마음이 이미 기울어져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오늘도 나는 파워풀한 흑조의 아름다운 날갯짓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오히려 젠더 담론에서 벗어나 그저 최성훈만이 가진 개성, 톤, 그저 최성훈이 최성훈 인대로 사랑하고 응원하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쓰다가 찾아보니 2021년 2월 28일
크리틱 칼이란 곳에서 jessi yoon이란 분이 쓰신 글이 저와 비슷한 결의 자세하고 깊은 연구를 다루고 있는 듯합니다. 흥미롭습니다!
http://www.critic-al.org/?p=6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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