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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칙칙폭폭 Aug 16. 2021

모두를 위한 <레드북>

뮤지컬 <레드북> 리뷰

관극한 캐스팅
안나- 김세정
브라운- 서경수
로렐라이- 홍우진
도로시/바이올렛- 김국희
존슨/앤디- 원종환
헨리/잭- 안창용


뮤지컬 <레드북>, 보러 가기 전까지 이상하게도 난 이 ‘레드북’이 무엇인지에 대해 궁금하지 않았다. 너무도 당연히 빨간색 양장의 책이고 뮤지컬을 보면 알게 되겠지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뮤지컬을 보다 문득 ‘왜 레드북이지…?’ 싶었다. 유명한 넘버 이름도 <나는 야한 여자>… ‘혹시 레드북이란 빨간딱지가 붙은 금서, 뭐 그런 건가? ‘에서부터 ‘영국에서도 그런 문화적 코드가 있었나? ‘,’이거 한국 창작 뮤지컬이라고 하지 않았나…? ‘점점 미궁으로 빠져갈 무렵 레드북을 검색하니 유명한 심리학자 칼 구스타브 융의 <레드북>이 나왔다.


네이버 검색으로 찾은 칼융의 레드북 책소개


빨간색 가죽 장정으로 묶여 레드북이 되었다니 얼추 맞췄다(?) 책 표지에 ‘나를 찾아 떠나는 영혼의 여행’이라도 쓰인 걸 보니 뮤지컬에서 주인공 안나가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난 뭐지?’라고 질문하는 것도 극이 진행되면 될수록 성장해나가는 이야기도 이해가 된다.


영국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한국 창작 뮤지컬인 만큼 대사에서 현대 여성이 (아직도 여전히 어디선가) 겪는 문제들을 다룬다. 극 중 나오는 로렐라이 힐 문학회 레드북 판매 대사처럼 그야말로 ‘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뮤지컬인 것은 자명하다. (메리 셸리에 이어 연달아 보게 된 것은 놀랍게도 우연의 일치이다…)그리고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재밌는 요소들을 넣어 유머스러운 대사, 개성 있는 캐릭터들, 한국 로맨스 드라마에서 볼 법한 요소들이 함께 버무려져 극 내내 지루할 틈이 없었다. 이것이 ‘k-‘ 시즈닝의 맛인가..?


그렇지만 굳이 ‘여성’이라는 틀 안에서만 이 뮤지컬을 설명하기엔 조금 아쉽다. 앞서 등장한 융의 『레드북』처럼 한 인간이 스스로가 될 수 있는 성장 이야기라는 점에서 모두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 남의 눈치 보며 말하지 못하고, 그렇게 내뱉지 못해 뒤늦게 후회하는 말들 삼키지 말라고. 너를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드러내도 괜찮다는 대사는 성별을 넘어 충분히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우스갯이야기로 이 뮤지컬엔 mbti t와 f의 문제 해결 방안이 녹아있다. 레드북에 대한 재판 중 심신 미약 등의 이유를 대면 두 사람의 행복을 보장할 수 있다는 해결책을 제시한 브라운과 자신의 독자를 생각해서 그럴 수 없다는 안나는 문제에 봉착한다. 속상한 브라운 곁에 바이올렛의 정원사 헨리가 등장하여 그녀의 말을 들어주고, 그녀가 어떤 선택을 하던 그녀 편에 서겠다는 이야기를 해주라는 조언을 던져준다. 브라운은 분명 t이며(해결책 제시), 헨리는 f일 것(감정적 위로와 동조)이다.


재밌는 것은 이러한 해결책을 들은 브라운은 그녀의 입장에서 배려하려 노력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 방법이 감정적 위로와 동조로 그녀를 먼저 안심시키기보다, 재판 당일 t인 그의 성격대로 안나가 던진 해결방안을 실천하는 방식으로 일을 ‘짜잔!’ 해결한다.(물론 극적인 효과를 위해 그리 흘러간 듯하지만)


그리고 이러한 브라운과 안나의 관계 속에서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관용’을 배울 수 있다. 헨리의 조언은 자신이 제시한 해결책이 가장 명료하다고 생각하는 브라운에게 상대방을 고려하라는 메시지를  담은 조언이라고 생각한다. 배려는 ‘내’ 입장에서 하는 것이 아닌 ‘상대’의 입장에서 해야 함을, 자신만의 배려는 이기심일 뿐임을 명심하라는 것 같다.


이런 이유에서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 있을 작품 <레드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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