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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칙칙폭폭 Aug 22. 2021

자신의 가치관을 강요하는 무례한 이들을 상대하는 법

넷플릭스 <100만 엔의 여인들> 리뷰

무명의 소설가와 함께 사는 수수께끼의 5명의 여자, 심지어 그들은 그 소설가에게 100만 엔이라는 거금의 월세를 낸다. 잠깐 본 홍보영상에서 나온 내용은 이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100만엔의 월세를 내는 여자들 (출처-일본 100만엔의 여인들 드라마 공식 홈페이지)

다만 19세 이상의 표시가 마음에 걸렸다. 난 물론 19세 이상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언제부턴가 18세 금지 딱지만 봐도 선뜻 손이 가질 않는다. 무언가 엄청 자극적인 영상으로 충격에 휩싸이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 일까… 내가 좋아하는 영화는 히어로물을 제외하고 기승전이 뚜렷하지 않은 잔잔한 영화들이다. 쓰면서 다시 생각해보니, 기승전이 뚜렷하지 않은 영화가 있나 싶다. 그렇다면 감정 동요를 드라마틱하게 요구하지 않는 영화라고 설명해야 할까. 예를 들어, <리틀 포레스트>, <멋진 하루>와 같은 영화들.


결과적으로는 그런 내가 견뎌 낼 수 있을만한 19세 이상의 드라마였다. 물론 이런 판단은 주관적이다. 아래 컷만 보더라도 집안에서 실오라기 한 올 걸치지 않은 여자가 나오며, 소재 자체가 자극적이긴 하지만 원작인 만화 특유의 느낌 때문일까 극 사실성의 느낌이 한 꺼풀 덮여 괜찮은 것 같기도 하다. 아니면 단순히 자극에 내가 강해졌을지도 모른다.

드라마 속 한 장면 (출처- 일본 100만엔의 여인들 드라마 공식 홈페이지)
이 이야기는 원작이 동명의 만화인데, 우리나라에는 미출간 되었다.
아오노슌주의 100만엔의 여인들 만화 (출처-일본 100만엔의 여인들 드라마 공식 홈페이지)

드라마를 다 보고 나서 안 사실은, 왠지 눈길이 자꾸 가던 남자 주인공은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의 OST로 유명한 red wimps의 보컬 ‘노다 요지로’라고 한다. 노래도 잘하고 연기도 잘하고 만능 재주꾼인가 보다…

소설가 미치마 신 역할에 노다 요지로 (출처-일본 100만엔의 여인들 드라마 공식 홈페이지)

대략의 소개가 끝났으니, 이 드라마가 인상 깊었던 이유를 몇 가지로 나누어 적어보려고 한다.

*스포를 원치 않는 분들은 돌아가세요*



나는 가해자의 아들입니다.

서점에서 이와 비슷한 제목을 본 적 있다. 읽어본 적 없지만 이 드라마에서 다루는 내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사랑하는 나의 가족이 누군가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 그럼 나는 그 사람에게 어떤 감정을 갖고 그를 대할까…? 그런데 이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인 미치마 신은 가해자의 가족이자 피해자의 가족이다. 아버지가 불륜을 저지른 어머니를 그 불륜 상대자와 함께 죽여버렸기 때문이다. 거기다 출동한 젊은 경찰관까지.


미치마 신은 자신이 어머니의 불륜을 일찍 알아챘더라면 그런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죄책감을 안고 산다. 그리고 아버지의 죄를 자기 죄인양 안고 산다. 그래서 자기와 동갑이었으며 피해자인 젊은 경찰관의 집에 항상 향을 피우러 가며 매번 사죄의 태도를 보인다. 문학상 대상을 받고 나서 아버지에 관한 한 기자의 질문에도 부정과 회피 없이 순순히 인정한다. 힘들게 온 기회를 다 망쳐버릴지 모르지만…. 그러면 어느 정도 아버지에 대한 분노가 있을 법 하지만, 정말 놀랍게도 매번 고요한 표정으로 아버지의 면회도 잊지 않고 챙긴다.


그리고 몇 번의 면회 끝에, 아버지에게 묻는다. 왜 죽였느냐고. 그럴 수밖에 없었다던 아버지의 대답에 미치마는 사람을 죽일 이유란 건 어떤 것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최악이네”라는 담담한 어조의 말로만 전한다. 이 담담함이 복잡하고 미묘했다.


자신의 가치관을 남에게 강요하는 무례한 사람들을 상대하는 법


미치마는 무명이었다. 그런데 시비를 거는 사람이 있었다. 비평가라는 사람이, 미치마의 데뷔작을 읽고 수가 틀렸던 것 같다. 그는 자신이 미는, 이미 유명한 작가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미치마를 까내린다. 이에 미치마의 존재를 알게 된 유명 작가도 합세하여 미치마를 라이벌 대상으로 여기고 그를 짓누르려 한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그것은 그들만의 대결이었다. 미치마는 처음부터 그 레이스에 참가할 생각도 없었고, 참가하지도 않았다. 그들 스스로 머릿속에서 미치마와 대결했고, 그를 까내림으로써 우월함을 드러내고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제 3자가 보기엔 이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드라마에서 이 우스운 그들만의 대결은 소설과 그들의 예술관에 대하여 이루어졌다. 그러나 현실세계에도 이런 식으로 시비를 초청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단순히 예술관이 아닌 삶의 태도에 대해 메시지를 던진다고 생각한다. 남을 밟고 일어서면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려는 태도들. 그런 태도의 사람들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가.


미치마 신은 그들의 도발에도 분해하며 흥분하지 않는다.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담담히 피력한다. 그러면서 가장 빵 터졌던 장면은, 그 상대들이 미치마를 공개적으로 비웃음거리로 만들기 위해 온라인 대담을 마치고 자신들의 성공을 축하하는 장면을 찍을 때 화면을 가로막고 그들을 완전히 무시하고 오히려 그 방송을 이용한 장면이었다. 최고의 희열을 느꼈던 것 같다.


이젠 저 뒤의 두 사람 얼굴만 봐도 화가 치민다. 아니 쟤는 무슨 유명작가라는 애가 티는 꼼데가르송 파란줄무늬 한 장 밖에 없나봐 주구장창 그것만 입고나와(출처- 앞 사진과 동일)

정답이 있는 예술을 독자에게 뚜렷하게 전달하려는 나르시시스트의 예술가와 자신이 재밌는 걸 쓰긴 하지만 팔리지 않으니 그에 대해 확신할 수 없어하는 예술가. 이런 양극단의 성격을 만들기 위해 최신 기기를 사용해 집필하며, 쉽게 읽히는 책을 쓰는 베스트셀러 작가와 원고지를 고집하고 조금 어렵지만 재밌는 글을 쓰는 무명이었던 작가라는 드라마틱한 설정은 다소 이분법적이긴하다.


기본적으로 추리 스릴러


모든 것이 수수께끼로 시작하며,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비밀이 하나씩 하나씩 밝혀진다. 그런 의미에서 추리 소설 같은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그녀들이 왜 누군가가 보낸 초대장에 응해 그 집으로 순순히 들어갔는지 이유는 드라마에 모두 담기 힘들어서 제외되었다고 생각된다. 원작도 궁금해지긴 하는데 왠지 드라마가 세련된 연출로 잘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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