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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칙칙폭폭 Sep 03. 2021

뮤린이의 고드윅 관람기

뮤지컬 <헤드윅> 리뷰

‘헤드윅’, 뮤지컬 회전문을 돌기 전부터도 들어본 유명한 이름이었다. 7월 30일부터 시작했으니 벌써 공연이 꽤 진행되었다. 그중에서도 조승우의 캐스팅 날짜, 조드윅의 공연은 전석 매진으로 유명하다.

오래도록 그 명성이 유지되는 헤드윅의 공연이 궁금해서 예매를 했다. 내가 관극한건 조드윅의 공연은 아니었고 고드윅의 공연이었다!


오늘의 캐스트~!

헤드윅은 이미 영화로도 제작된 바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그 줄거리에 대해서는 적어놓았다. 쉽게 한 줄로 푼다면, 헤드윅의 트랜스 젠더 정체성에 대한 자각과 이를 확립해가며 겪는 경험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여러 가지 뻔한 이야기를 되풀이하는 글을 적기보다 아무 정보 없이 헤드윅을 관극 한 입장에서 고드윅의 공연에 대해 써보고자 한다.


*주관적 좌석 정보: 1층 15열 17번
17번은 헤드윅의 스탠드 마이크가 위치하는 정중앙의 자리다. 눈높이가 마이크 위치
즈음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고드윅은 7열 이내의 객석으로 눈길을 많이 주었다. 전체적으로 보긴 좋았다. 2층 위치의 무대를 사용하는 장면이 있으나, 잠시라는 점. 설령 무대가 잘 안 보이는 자리더라도 이 뮤지컬은 뒤의 3 패널 스크린을 이용하기에 슬퍼하지 마시길!
그리고 처음 헤드윅이 뒷문으로 등장하기에 가까이서 보고 싶다면 통로석을 잡는 것이 좋다.


모사의 달인, 재롱둥이 고드윅

팬텀 싱어 갈라쇼에서 봤던 고드윅의 본체, 고은성은 여러 다른 싱어들의 성대모사를 아주 잘 따라 했다. 특징들을 쏙쏙 뽑아서 흉내 내는데, 매번 탁월해서 감탄과 함께 웃음을 자아냈다. 이 재능이 동베를린 출신으로 미국의 한 바에서 노래를 부르는 헤드윅의 모습에서도 확인해볼 수 있다. 이밖에도 검색엔진에 ‘고은성 성대모사’를 치면 아주 다양한 영상들을 접하실 수 있다.


수준급의 불어 노래 실력
올스타전에서 reste란 곡을 불렀었다. (출처-팬텀싱어 올스타전 공식 인스타그램)

헤드윅을 한번 접해보아서 확실하지 않은 정보이지만, 이 부분은 헤드윅마다 다를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헤드윅이 바에서 노래를 부르는 씬에서 여러 곡들을 부르는데 그중에 불어 노래도 끼어있더라. ‘아 이건 혹시 불어에 특화되어있는 고드윅의 취향이 반영된 것? 그렇담 다른 헤드윅은 자신이 선곡한 노래를 부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뭐, 저건 가설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고드윅은 불어를 잘하고 불어 노래도 잘 부른다. maître Gims의 ‘Reste’를 부른 영상을 참조하시길!


The origin of Love

헤드윅에서 자주 언급되는 유명한 넘버이다. 이건 고드윅만의 특징은 아니지만, 노래와 함께 무대의 모니터에서 나오는 영상은 신비로운 신화의 이야기를 더욱 매혹적으로 만들어준다. 우리는 왜 항상 우리의 반쪽을 찾아 나설 수밖에 없는 존재인가에 대한 재밌는 이야기.


헤드윅의 콘서트장!
(출처-고은성 인스타그램)

이 극의 러닝타임은 “2시간 15분 이상”

그도 그럴 것이 무대가 헤드윅의 콘서트장 콘셉트이다. 무대 위의 밴드, 스탠드 마이크 그리고 가수 뒤의 3 패널의 모니터. 등장도 뒷 문에서 통로로 걸어오고 그걸 카메라가 비춰준다. 마치 레슬링 선수가 입장할 때 보이는 그런 카메라워킹을 볼 수 있다. (그래서 통로석 티켓팅이 매우 인기가 많더라!) 이러한 요소들이 극장을 완벽한 콘서트 장으로 바꿔놓는다.


그리고 넘버 외에도 어디선가 들어봄직한 팝 노래들을 중간중간 들을 수 있다. 헤드윅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부분은 마치, 콘서트 때 노래와 노래 사이 가수의 토크 시간이고 헤드윅이 썰을 푸는 듯한 느낌으로 진행된다. 그렇기 때문에 헤드윅 마다도 느낌이 많이 다를 수 있을 것 같고, 러닝타임도 이에 유동적으로 변하는 듯하다. 내가 관극 했을 당시에는 2시간 25분 정도 했던 것 같다.


코로나가 아니었더라면 헤드윅과 관람객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더욱 활발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박수로 호응을 전달할 수 있기에, 큰 용기 없이도 오히려 많은 이의 반응의 정보 값을 전달할 수 있게 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가발 그리고 이츠학!

극에 등장하는 화려한 가발들 그리고 이츠학과의 관계 속에서 헤드윅을 관찰하는 것도 관극의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모든 첫 관극의 경험이 그렇듯, 익숙지 않은 시각과 청각 정보들로 흘러넘쳐 정신없이 정보 값을 받아들이기에 급급했다. 그래서 돌아오는 길에 다른 여러 글들을 찾아보고 나서야 ‘아~?’ 싶었다.


이츠학이 여장남자인 사실도 분명 극 진행 중에 들었지만, 밀린 정보 값을 처리하느냐고 ‘아 맞다 그랬지?’ 싶었다. 헤드윅과 이츠학은 비슷한 느낌이면서도 헤드윅은 남자 배우가 맡고 이츠학은 여자배우가 맡기 때문에 사실 좀 헷갈린 부분도 있었다. (실제로 극 중에서 이츠학의 신상정보에 대해 밝혀지기 전까지 ‘아, 이츠학은 남장여자인 건가?’라는 생각을 했었다)


앞으로 공연기간이 조금 더 남았으니, 티켓팅에 성공한다면 조드윅 공연도 노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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