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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칙칙폭폭 Sep 08. 2021

하데스 타운으로(To the Hades Town)

뮤지컬 <하데스 타운> 첫공 리뷰

2019년 토니 어워즈에서 최우수작품상을 포함한 8개 부문 수상작인 하데스 타운이 7일 개막했다. 브로드웨이에 이은 첫 번째 라이센스 공연이라니까 아주 따끈따끈한 작품이다. 원래대로라면 8월 24일에 첫 공연이 치러져야 했지만 8월 초에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개막이 2주 연기되었다. 게다가 거리두기가 완화되었던 시기에 오픈했던 2차 티켓팅이 3연석 자리를 포함하여, 10월 3일까지의 저녁 공연이 모두 취소되며 한 치 앞을 모르는, 모든 게 불확실한 코로나 시국을 절감했다.


주관적 좌석 정보: 공연이 진행되는 엘지아트센터는 과학이라는 이야기가 돌 정도로 모든 곳에 시야가 괜찮다는 이야기가 있다. 11열 27번에 앉았는데, 생각보다 무대가 높아서 더 뒤쪽이어도 생각보다 괜찮을 것 같았다. (11열은 배우의 눈높이보다 아래에 있다고 느껴졌다.) 그러나 15열이 뚜껑이 덮이지 않는 마지노선이다. 무대의 왼쪽은 주로 헤르메스 역의 배우, 오른쪽은 오르페우스 역의 배우가 자리가 있다. 그러나 그 자리에서 오르페우스는 뒤돌아 있는 경우가 많고 전천후로 뛰어다니기에 무대를 전체적으로 보기 좋은 중블이 제일 좋을지도 모르겠다.
9/7 첫공 캐스팅 보드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된 하데스타운 (출처- 하데스타운 예매 홈페이지)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사랑이야기 그리고 현대적 재해석


하데스 타운 이야기의 기본 골자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사랑이야기이다. 90년대생인 내가 초등학교 때, 만화로 읽는 그리스 로마 신화가 매우 인기여서 또래의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본 익숙한 이야기일 것이다. 그래도 간략히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뮤즈의 아들인 오르페우스는 리라를 아주 잘 연주한다. 갑작스레 죽게 되어 지하세계에 가게 된 부인 에우리디케를 다시 되찾기 위해 자신의 재능을 이용한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노래로 지하세계의 왕인 하데스와 그의 부인 페르세포네를 감동시켜서 하데스에게 지상으로 올라갈 때까지 에우리디케가 잘 따라오는지 '뒤돌아보지 않는다면'이라는 조건부로 그녀를 데려갈 수 있게 허락받는다. 그러나 오르페우스는 거의 올라갈 즈음 뒤를 돌아보게 되고, 에우리디케는 다시 지하세계로 돌아가게 되고 그는 그녀를 잃은 슬픔에 잠겨 비극적 결말을 맞게 된다.


왼쪽이 개정판, 오른쪽이 내가 읽었던 만화로 읽는 그리스로마 신화이다. 저 그림체를 보니 다시금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뮤지컬 하데스 타운에서는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사랑이야기와 더불어 하데스와 페르세포네 커플의 이야기가 연결된다. 어릴 적 읽었던 책에서 하데스와 페르세포네에 대한 정보는 하데스는 사후세계를 관장하는 신이며 페르세포네는 데메테르의 딸이자 꽃밭을 거닐다 하데스에게 납치되었다는 것이 거의 다였다. 만화를 읽을 땐 화려한 개인사를 자랑하는 제우스 빼고 하데스와 페르세포네에 대한 성격이나 다른 정보는 별로 없었던 것 같은데, 뮤지컬에서는 이 두 신들의 성격을 더욱 자세하게 설정하여 보여준다. 특히, 만화책 속에서 보던 이미지로 생각하던 페르세포네는 의외의 설정들로 아주 매력적인 캐릭터로 변모했다.  


만화로 읽는 그리스로마 신화에 하데스와 페르세포네 이미지


여기에 현대적 재해석이 가미되어 재탄생한 신화의 이야기는 오늘날 신화가 갖는 의미를 생각해보게 한다. 무엇보다도 무대의상이 이 뮤지컬이 오래된 신화의 이야기가 아닌, 현재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는 점을 가장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만화로 읽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복장과 비슷한 의상이었다면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두 커플의 사랑이야기에 대한 서사를 관객에게 전해주는 내레이터 역할을 소화하는 헤르메스는 쓰리 피스의 회색톤으로 맞춘 정장을 쫙 빼입고 있는데, 날개 달린 신발로 날아다니는 그 역에 맞게 소매 부분에 깃털도 멋있게 장식되어있다. 오르페우스는 가난한 시인/음악가이자 웨이터(?)로 앞치마를 두르기도 하고 순진무구한 그의 모습을 대변하듯 하얀색 상의에 스카프를 두르고 지하세계로의 험난한 길을 헤치고는 검댕을 묻히고 꼬질꼬질하다. 배고픔과 냉혹한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에우리디케는 아랫단에 레이스가 장식된 검은 민소매 원피스에 코트와 워커로 캐릭터를 만들었으며 하데스 타운으로 간 다음엔 하데스 타운 공장의 노동자들의 옷차림으로 바뀐다. 하데스 역시 헤르메스처럼 쓰리 피스의 정장을 입고 등장하는데, 검정톤으로 맞췄으며 그의 부를 드러내듯 시계와 구두 등 번쩍번쩍한 아이템들을 많이 착용한다. 페르세포네의 경우 지상에 나올 때 싱그러운 연두 원피스와 하데스 타운에서의 검은 원피스로 분위기에 변화를 주는 듯하다. 이처럼 배우들의 복장은 크게 지상과 하데스 타운이라는 배경의 변화와 그에 따른 캐릭터들의 상황 변화를  잘 드러낸다.

오르페우스 역할의 박강현 배우, 깡르페우스(출처- lighthouse instagram)


무대장치와 조명


하데스 타운의 무대는 크지 않은 편인데, 지상의 모습, 기차의 모습 그리고 지하세계의 모습을 표현하는데 있어 3가지 장치를 효과적으로 사용한다. 그중에서 가장 환상적인 무대를 만들어주는 것은 조명의 역할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대의 교체 없이도 조명만으로 가장 결정적인 장면인 하데스의 눈앞에서 노래를 불러야 하는 오르페우스의 무대와, 지하세계와 지상을 연결하는 길을 환상적으로 표현했다.


그리고 삼중 회전무대를 이용한 안무는 화려하면서도 무대에 대한 집중도를 높여준다. 마지막으로 벽이 뒤로 조금 밀려나서 무대가 확장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는  뒤에 매장된 백라이트와 함께 무대를 더욱 밝혀준다. 그리고 이러한 조명의 사용들로 다른 극에 비해 관객석이 환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이러한 조명의 사용은 어두운 관객석과 밝은 무대로 내가 무대 너머를 '보고 있다' 수동적인 느낌보다 무대를 확장하여 관객에게 ' 이야기는 단지 신화가 아닌 삶을 살아가는 너희의 이야기이기도 '라는 인상을 받았다.


넘버


하데스 타운의 오케스트라는 트롬본, 첼로와 바이올린, 드럼, 더블베이스, 기타, 피아노와 아코디언이 구성되어있다. 개막 전, 이미 오르페우스의 주요 넘버 ‘Epic3’과 뮤지컬의 막을 열 헤르메스의 ‘Road to hell’이 유튜브로 공개되었다. 이로 오르페우스가 가성 사용이 아주 많다는 점과 헤르메스 넘버들이 소울풀하다는 것은 느껴졌을 것 같다.  이처럼 재즈, 가스펠 풍의 소울풀한 넘버들이 주를 이루고, 오르페우스의 에픽은 여러버전으로 극 내내 불려지는데 다채로운 매력을 선보인다. 헤르메스의 지하세계로 향하는 방법에 대해 노래하는 부분은 마치 랩 같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하데스의 넘버 중에는 조용한 멜로디에 중후한 목소리가 돋보이는 넘버가, 페르세포네는 극 중반에 부르는 소울풀한 솔로 넘버와 커튼콜 이후에 부르는 넘버가 각기 다른 느낌으로 인상적이었다.


'Wait for Me' 넘버는 에픽에 이어 오르페우스의 또 다른 중요한 넘버이다. 에우리디케를 찾으러 하데스 타운으로 향하는 오르페우스가 "wait for me I'm coming(날 기다려줘 내가 갈게)"이라고 외치는 곡이다. 이 곡은 후에 에우리디케와 함께 하데스 타운을 빠져나가기 전 함께 부르는데, 이전에는 오르페우스가 홀로 에우리디케에게 불렀다면 이 때는 함께 혹은 반대로 에우리디케가 앞서가며 뒤돌아볼 수 없는 오르페우스에게 전하는 메시지로 하나의 넘버로 대조적 상황을 연결한다. 이 메시지는 또한 오르페우스의 노래를 듣고 새로운 관계의 전환점을 모색하는 하데스-페르세포네 커플에게도 살짝 다리를 걸치는 듯하다. 봄이 와서 지상으로 가야 할 페르세포네가 하데스에게 남기는 메시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데스타운 뮤지컬 포토존에도 적혀있다. ‘Wait for me I’m coming’

이 정도로 하데스 타운 첫 공에 대한 리뷰를 마치고, 회전문을 돌며 내용을 더욱 보완하거나 새로운 내용의 리뷰를 기획해서 작성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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